특사 기다리는 범털들 백태

대통령 입만 보고 ‘세월아 네월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특사는 없다.” 청와대는 이번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특사를 기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특사를 더욱 학수고대하는 까닭이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역대 정권의 특사를 비춰볼 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올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은 없다”고 밝혔다. 광복절 특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행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사면’을 골자로 첫 특사를 단행했다. 다음 특사는 언제쯤 진행될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에는 혹시?

특사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이 속해있던 통진당은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체됐다.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하는 측은 문재인정부 들어 그 목소리를 더욱 높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은 지난달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8·15광복절을 맞아 이 전 의원을 포함한 양심수들의 특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민가협은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사면하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쉴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지 않는 것은 민가협 33년 역사를 부정당하는 심정”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선 이 전 의원 석방과 관련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주최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이석기 의원 석방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날 함세웅 신부는 “이 전 의원을 석방하는 건 시대의 명령이고 대통령의 의무”라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의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사형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 전복 행위라는 비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전 의원의 특사 논란은 최근 불거진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파장’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서 당시 행정처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항소심 판결은 엄격한 법리에 따라 해석한 결과”라면서도 “정당해산심판서 정부 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이 많다”고 명시했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과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유죄 판결은 모두 박근혜정부 때 발생했다. 당시 행정처는 정당해산 심판에 대해 ‘박근혜정부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무산
사면권 제한기조 유지

또 이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은 특정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앞당겨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하드디스크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최민호 전 판사와 이 전 의원에 대한 문건이었다.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가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상황이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 전 의원) 판결 선고를 1월22일로 앞당겨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 한다”고 명시돼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1월22일 이 전 의원 사건을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적시돼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 역시 극심한 대립을 겪은 바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대응 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행정처는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과 전망, 언론사 보도 분석까지 자세하게 담았다. 당시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겪게 되자 법원 차원의 대응 논리도 제시됐다. 행정처는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사회 갈등을 근거로 상고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김현 대변인을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부에 의한 정치재판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한명숙 총리를 희생양 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기·한명숙
새로운 국면 맞나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을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기소돼 지난 2011년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항소심서 유죄 판결 받아 전세가 역전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상고심서 원심인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했고 2027년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8월23일 새벽 만기 출소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교도소서 나와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당 이해찬·우원식·전해철 의원 등이 찾아 한 전 총리를 격려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만기 출소 이후 “한 전 총리의 인격과 고운 양심을 믿는다”며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한 전 총리와 함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이 전 지사)도 언급된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된 이 전 지사는 지사직을 잃었고, 2021년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 상태다.

이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노(친 노무현) 인사로 꼽힌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보좌관을 지냈다. 이어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후보 선거단 기획팀 팀장을 맡았다. 


이 전 지사는 당시 노무현 캠프의 중심축으로 꼽혔던 금강팀 멤버였다. 대선 승리 이후 이 전 지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을 수행했다. 금강팀 멤버로는 유일하게 청와대로 입성한 인물이다.

이 전 지사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면 대상이 될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지난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전 지사의 혐의가 문 대통령의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됐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을 기준으로 원천적 사면 배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사면 명단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내 차례는
언제쯤…

정재계 인사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회사의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1천억원가량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법인자금 횡령, 계열사 불법 지원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1560억 중 1520억은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판결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2심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2심 재판서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회장직을 이용해 우량계열사로 하여금 부실계열사나 실질적 개인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게 해 지원회사 주주, 채권자,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범행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회생 절차를 마치고 재기 중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기업 경영을 다시 하게 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며 “원심의 실형 선고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당시 윤 회장은 “투명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도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배임죄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특사를 언급할 당시 윤 회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또한 출국에 있어서도 지장을 받는다.

이석기·한명숙, 문건 공개로 반전?
경제인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이슈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특사 요청도 눈길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종류 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하면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충분히 병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등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을 결정했다.
 

오두진·김진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155명이 특별 사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이미 수감돼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특사 단행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즉시 석방은 국제기구 권고사항에 대체복무 도입과 함께 늘 빠짐없이 포함됐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 및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지난해 5월 보고서의 권고대로 석방 조치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국제기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권고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수들도 기대
사연 가지각색

두 변호사는 “특별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이 문제를 국제인권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첫 특사는?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특사는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을 포함한 부패형 범죄 수형자는 배제됐다. 

특별사면·복권된 이들은 모두 6444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일반형사범 6400명, 고령 등 불우 수형자 18명, 용산참사 관련자 25명 그리고 정치인 중 유일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하 정 전 의원)이 사면 및 복권됐다.

당시 화제가 됐던 특사 대상은 용산참사 관련자와 정 전 의원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벌어진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당시 강제철거에 반발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용산참사는 수사 및 재판이 종결된 대표적 공안사건”이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배려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정치인인 정 전 의원의 사면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이후 정 전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과 서울시장 출마 등을 추진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피해자와 공방을 펼쳤다가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해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은퇴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 외에도 165만975명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을 실시했다. 다만 음주운전과 뺑소니, 난폭·보복 운전, 경찰 폭행, 사망 교통사고 등은 제외했다. 또한 1716명을 대상으로 어업인 면허·허가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했다. <수>


<기사 속 기사> 특사 절차는?

특별사면은 형의 언도를 받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자신의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사람이 아닌 특정 범죄(종류)를 지정해 국회동의를 얻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의 형을 소멸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된다. 법무부장관이 상신하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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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