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기다리는 범털들 백태

대통령 입만 보고 ‘세월아 네월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특사는 없다.” 청와대는 이번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특사를 기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특사를 더욱 학수고대하는 까닭이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역대 정권의 특사를 비춰볼 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올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은 없다”고 밝혔다. 광복절 특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행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사면’을 골자로 첫 특사를 단행했다. 다음 특사는 언제쯤 진행될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에는 혹시?

특사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이 속해있던 통진당은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체됐다.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하는 측은 문재인정부 들어 그 목소리를 더욱 높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은 지난달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8·15광복절을 맞아 이 전 의원을 포함한 양심수들의 특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민가협은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사면하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쉴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지 않는 것은 민가협 33년 역사를 부정당하는 심정”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선 이 전 의원 석방과 관련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주최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이석기 의원 석방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날 함세웅 신부는 “이 전 의원을 석방하는 건 시대의 명령이고 대통령의 의무”라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의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사형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 전복 행위라는 비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전 의원의 특사 논란은 최근 불거진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파장’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서 당시 행정처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항소심 판결은 엄격한 법리에 따라 해석한 결과”라면서도 “정당해산심판서 정부 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이 많다”고 명시했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과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유죄 판결은 모두 박근혜정부 때 발생했다. 당시 행정처는 정당해산 심판에 대해 ‘박근혜정부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무산
사면권 제한기조 유지

또 이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은 특정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앞당겨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하드디스크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최민호 전 판사와 이 전 의원에 대한 문건이었다.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가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상황이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 전 의원) 판결 선고를 1월22일로 앞당겨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 한다”고 명시돼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1월22일 이 전 의원 사건을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적시돼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 역시 극심한 대립을 겪은 바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대응 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행정처는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과 전망, 언론사 보도 분석까지 자세하게 담았다. 당시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겪게 되자 법원 차원의 대응 논리도 제시됐다. 행정처는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사회 갈등을 근거로 상고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김현 대변인을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부에 의한 정치재판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한명숙 총리를 희생양 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기·한명숙
새로운 국면 맞나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을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기소돼 지난 2011년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항소심서 유죄 판결 받아 전세가 역전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상고심서 원심인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했고 2027년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8월23일 새벽 만기 출소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교도소서 나와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당 이해찬·우원식·전해철 의원 등이 찾아 한 전 총리를 격려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만기 출소 이후 “한 전 총리의 인격과 고운 양심을 믿는다”며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한 전 총리와 함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이 전 지사)도 언급된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된 이 전 지사는 지사직을 잃었고, 2021년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 상태다.

이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노(친 노무현) 인사로 꼽힌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보좌관을 지냈다. 이어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후보 선거단 기획팀 팀장을 맡았다. 


이 전 지사는 당시 노무현 캠프의 중심축으로 꼽혔던 금강팀 멤버였다. 대선 승리 이후 이 전 지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을 수행했다. 금강팀 멤버로는 유일하게 청와대로 입성한 인물이다.

이 전 지사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면 대상이 될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지난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전 지사의 혐의가 문 대통령의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됐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을 기준으로 원천적 사면 배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사면 명단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내 차례는
언제쯤…

정재계 인사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회사의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1천억원가량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법인자금 횡령, 계열사 불법 지원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1560억 중 1520억은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판결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2심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2심 재판서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회장직을 이용해 우량계열사로 하여금 부실계열사나 실질적 개인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게 해 지원회사 주주, 채권자,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범행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회생 절차를 마치고 재기 중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기업 경영을 다시 하게 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며 “원심의 실형 선고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당시 윤 회장은 “투명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도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배임죄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특사를 언급할 당시 윤 회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또한 출국에 있어서도 지장을 받는다.

이석기·한명숙, 문건 공개로 반전?
경제인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이슈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특사 요청도 눈길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종류 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하면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충분히 병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등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을 결정했다.
 

오두진·김진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155명이 특별 사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이미 수감돼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특사 단행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즉시 석방은 국제기구 권고사항에 대체복무 도입과 함께 늘 빠짐없이 포함됐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 및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지난해 5월 보고서의 권고대로 석방 조치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국제기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권고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수들도 기대
사연 가지각색

두 변호사는 “특별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이 문제를 국제인권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첫 특사는?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특사는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을 포함한 부패형 범죄 수형자는 배제됐다. 

특별사면·복권된 이들은 모두 6444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일반형사범 6400명, 고령 등 불우 수형자 18명, 용산참사 관련자 25명 그리고 정치인 중 유일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하 정 전 의원)이 사면 및 복권됐다.

당시 화제가 됐던 특사 대상은 용산참사 관련자와 정 전 의원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벌어진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당시 강제철거에 반발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용산참사는 수사 및 재판이 종결된 대표적 공안사건”이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배려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정치인인 정 전 의원의 사면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이후 정 전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과 서울시장 출마 등을 추진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피해자와 공방을 펼쳤다가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해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은퇴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 외에도 165만975명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을 실시했다. 다만 음주운전과 뺑소니, 난폭·보복 운전, 경찰 폭행, 사망 교통사고 등은 제외했다. 또한 1716명을 대상으로 어업인 면허·허가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했다. <수>


<기사 속 기사> 특사 절차는?

특별사면은 형의 언도를 받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자신의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사람이 아닌 특정 범죄(종류)를 지정해 국회동의를 얻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의 형을 소멸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된다. 법무부장관이 상신하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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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