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큰 그림 그리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8.10 16:46:59
  • 호수 1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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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 깨지고 풍찬노숙 끝 부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동영 의원이 민주평화당 신임 당 대표가 됐다. 2007년 현 여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오랜 풍찬노숙 끝의 복귀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 당 신임 대표로 존립의 기로에 선 민주평화당을 살릴 수 있을까.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이 지난 5일, 창당 후 첫 전당대회를 열어 정동영 후보를 당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웠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서 열린 전당대회서 68.57%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68.57% 최고득표
압도적으로 당선 

정 대표에 이어 유성엽 의원 41.45%, 최경환 의원 29.97%, 허영 인천시당 위원장 21.02%, 민영삼 전 최고위원 19.96%로 각각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윤석 전 의원은 19.04%로 최하위를 기록,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청년위원장에는 서진희 후보가 57.50%로 승리했고 여성위원장은 양미강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평당은 지난 1일부터 전날(4일)까지 당원을 상대로 한 온라인 및 ARS 투표(90%)와 국민여론조사(10%)를 실시해 이를 합산한 결과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6명의 후보자가 나선 민평당 전대의 최대 관심사는 정 대표의 당권 도전 성공 여부였다. 

정 대표는 또 다른 당의 대주주인 박지원·천정배 의원의 출마 반대 요구를 거부하고 당 대표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 의원의 당권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유·최 의원에게 반(反)정동영계의 표가 결집하는 양상도 보였다.

이에 민평당 전대는 정동영 후보와 유성엽 후보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선거 초반 정 대표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 유 의원의 상승세가 매서워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치열한 당권 경쟁이 전개된 결과, 민평당 당원들은 지난 2007년 대권 후보를 지낸 정 후보의 경륜을 선택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서 참패한 당을 정비해 2020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선 유 후보가 내건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 수락연설서 정 대표는 “약자 편에 서는 정치를 하라고 제게 10년 만에 기회를 주셨다”며 “최고위원 네 분과 함께 생사 기로에 선 민평당을 살려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명박에 깨지고 풍찬노숙 끝 부활
박지원·천정배 반대 거부하고 출마

민평당의 창당 첫 전당대회로 열린 이날 행사는 당원 1000여명이 결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초반 정인화 전준위원장이 대회사를 낭독하던 중 당원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단상을 습격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당은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했다.

여야는 정 대표의 당 대표 선출에 대해 축하하며 연대와 협치를 기대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신임 대표와 새로운 지도부의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상생과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 한반도 평화와 민생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발전적 협치를 기대한다”며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출발하는 새 지도부가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정치로 당면한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정 대표와 최고위원들께 축하드린다”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평당을 비롯한 야당이 함께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정책의 대전환을 끌어낼 수 있도록 상의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시대적 과제인 개헌과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민평당과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갈수록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위해 함께할 정당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 대표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당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민평당의 지지율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지지율은 당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변화보다 경륜
민평당 살릴까 

정 의원은 앞서 당 대표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을 잘 모르는 분들은 있어도 정동영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분들은 없다”며 “정동영하면 민평당이 연상될 수 있게 만들어 지지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평당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1∼3%대에 그치고 있다. 낮은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서 광역단체장 배출에 실패했고, 지지기반은 호남서조차 민주당에 밀리면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정 의원은 6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반드시 민평당을 대안 정당으로 이끌어 올릴 것”이라며 “지지율이 있는 존재감이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낼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 회복 또한 당면한 주요 과제다.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해 정치권 내에서 민평당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곧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으로 공동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민평당은 이달부터 범여권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무소속 이용호, 손금주 의원은 민평당의 구애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의원이 민평당보단 민주당 입당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이번 주 17명의 현역 의원님들과 힘을 합쳐서 모든 수단, 방법을 다해 교섭단체 복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무소속을 유지하면서 함께 교섭단체만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발 벗고 나서 설득과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보다 안정적인
지도력 필요 판단

정 대표는 전당대회서 “민평당을 민생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공약했다. 정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는 보다 다양한 국민들이 제도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는 곧 민평당이 추구하는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다당제를 정착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민평당의 존재 이유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국회의원 299명이 모두 기득권의 대표인 현재의 국회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협치 역시 선거제도 개혁을 고리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정 대표는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받아들이면 뭐든지(여당의 제안을) 200% 받아들일 것이고,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한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생 현안을 놓고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 있지 않겠다. (민주당이)초심을 지키도록 하겠다”며 ‘정의당보다 더 정의로운’ 개혁정당을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농민과 노동자 곁으로, 630만 자영업자 곁으로 우리는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민평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의미서 정 대표 등 민평당 신임 지도부는 지난 6일,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아 첫 최고위원회의를 현장서 열고, 이후 고 김주중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분향소가 있는 서울 대한문을 찾았다.

그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후로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장관을 지냈으며, 4선 국회의원이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 지지율이…
다당제 구축

1953년 7월27일 전라북도 순창군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주초등학교, 전주북중학교,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 재수로 입학해 국사학과를 전공했다. 학창 시절 반(反)유신독재 투쟁을 벌이다 수감됐다. 

졸업 후 1978년 MBC 문화방송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변신했다. 17년간 정치부 기자, 로스앤젤리스 특파원 등을 지냈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했다. 

1996년 대학 친구이자 총리, 교육부장관 등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권유를 받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 이후 제15대 총선서 전주시 덕진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돼 15대 국회에 입성,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총재 특보·청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를 바탕으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 끝까지 완주했으나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패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고, 이후 동반 탈당파들이 만든 열린우리당에 참여했으며 원내대표를 지냈다.

2004년 총선서 정 대표는 비례대표 22번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4월1일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로 “어르신들은 투표를 안하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에 투표를 꼭 해야 합니다”는 발언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노인 폄하 발언’이었다.

“존재감 있는 정당 만들 것” 
 1%대 지지율 극복이 과제

이 무렵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 영향으로 상승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취임한 한나라당이 역풍을 엎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 대표는 비례대표직을 사퇴했고 열린우리당은 단독으로 152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으나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통일부장관으로 재직하다가 2006년 초 열린우리당 당 의장에 취임, 지방선거를 지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했고, 결국 지방선거서 참패하고 만다.

2007년 대선 때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당시 참여정부의 실정 등으로 사실상 여당(노무현의 탈당으로 법적으로 여당은 없었음)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율은 매우 처참했다. 정 대표는 지지율 20%에도 달하지 못하는 등 그야말로 위기 상태였다.

심지어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기 전 여론조사조차 그보다 낮게 나오기도 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5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달리며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 보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기도 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또다른 범여권의 주자인 이인제와 문국현, 권영길 등과의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비록 막판에 호남 및 범여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이회창이 갖고 있던 2위 자리를 탈환, 개표 초반 이명박 후보를 누르고 앞서는 등 역전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결국 26.1%를 득표하며 중도정당(제1당) 역사상 최저 득표율을 기록함과 동시에 이명박 후보에게 큰 표차로 패해 낙선했다.

대선 패배 이후 한동안 자숙했으며, 바로 이듬해에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는 당의 요청으로 서울 동작구에 출마했으나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다. 2009년 4월29일 재선거서 무소속으로 출마,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한때 대선후보
산전수전 겪어 

2010년 2월10일엔 민주당으로 복당한 후 2015년 1월1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서 탈당, 국민모임에 참여, 2016년 2월18일에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20대 총선서 전북 전주시 병 선거구(구 전주 덕진)에 출마해 현역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주권 최다표차로 누르고 4선에 성공했다. 2018년 2월5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대해 국민의당을 탈당, 2월6일 창당된 민평당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cmp@ilyosisa.co.kr>

 

[정동영은?]

▲1953년 전북 순창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영국 웨일즈대 저널리즘 석사 ▲MBC 정치부 기자·앵커·특파원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의장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통일부 장관 ▲15·16·18·20대 국회의원(전북 전주덕진, 전북 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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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