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5)결정

가족을 베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궁을 나선 계백이 전쟁터로 가기에 앞서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길을 가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문득 성충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백제의 멸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 역시 함께한다는 각오로 비참하게도 종국에 굶어죽고 말았다. 

방금 전 마주했던 의자왕의 상태를 보아 백제의 멸망은  곧바로 현실로 다가올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각오로 마무리 지어야 하고 그 길에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함이 전적으로 옳게 느껴졌다.


마지막을 함께

결국 성충의 말 대로 희망의 부분이었다. 

신라와의 전쟁에서 패전국 장군의 가족으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유를 안겨주어야 할 듯했다. 

그렇다면 남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그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일어났다.

태양을 바라보았다. 밝기만 하건만 자꾸 눈이 침침해지고 급기야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개를 돌려 하얀 구름을 바라보았다. 

의자왕과 성충의 모습이 자꾸 교차되었다. 


그러기를 한순간 집 가까이 이르자 길게 호흡하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저녁이 깊어야 들어오던 계백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들어오자 부인을 비롯하여 어린 아들과 딸이 한편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맞이했다.

“부인, 주안상 부탁해도 되겠소?”

갑옷도 벗지 않은 계백이 앉자마자 주안상을 요구하자 가족들이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유를 물어보려던 부인이 계백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고는 바로 조촐하게 주안상을 준비했다.

“부인, 한 잔 따라주겠소.”

부인이 계백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잔을 채웠다.

“모두 내 이야기 잘 듣도록 해요.”

계백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다 단숨에 들이키고 가족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막상 마음 단단하게 먹고 입을 열려하였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상태서 천장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하세요.”

계백의 상태로 보아 이미 감을 잡았는지 부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막상 부인의 말이 떨어지자 더욱 입이 열리지 않았다.

“부인, 한잔하시겠소?”

빈 잔을 건네고 술을 따르자 부인이 조신하게 잔을 받아 비워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주세요.”

“부인, 예들아. 이 못난 남편, 아비를 용서해다오.”

“장군이 곧 이년이요 아이들인 것을 무어 그리 용서를 빈다는 말입니까?”


부인의 완고한 말투에 계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군이 무엇을 요구할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부인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전부터 백제가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요즈음 들어 더욱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고요.”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던 계백의 눈에서도 기어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자식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순간 부인이 계백에게 눈짓을 주었다.

계백이 상을 바라보았다. 상에 있는 큼지막한 떡이 시선에 들어왔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지우고 애써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이들에게 떡을 건넸다.

“이 떡은 눈을 감고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단다. 그러니 너희는 눈을 감고 천천히 맛을 느껴보도록 하거라. 이 아비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씹어 먹도록 해라.”

아이들이 무거운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계백의 말대로 눈을 감고 떡을 한입에 넣었다.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계백, 생 마감한다는 각오로…따르는 부인
김유신, 정예군 이끌고 진군…매복에 주춤?

부인이 급히 다가앉아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순간 계백이 칼을 뽑아 세워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아들의 어깨를 전광석화처럼 찌르고 뽑아내고는 이어 곁에 있는 딸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어깨에서 심장을 가로 지른 칼로 인해 미처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계백이 급히 칼을 내려놓고 피가 나오는 아이들의 어깨를 헝겊으로 강하게 감싸 지혈하고 반듯하게 자리에 눕혔다. 

이어 칼을 들어 자신의 왼쪽 손의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장군, 왜 그러시오?”

“내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묻히지 못하오. 그래서…….”

다시 칼을 내려놓고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헝겊으로 되는 대로 묶고 아직도 꿈틀거리는 잘린 손가락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부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았다.

“말하시오, 부인.”

“저를 보아주십시오. 장군의 모습 안고 가렵니다.”

계백이 힘을 주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이 생에서 못다 한 일 다음 생에서 반드시 갚으리다.”

어느새 바로 곁에 칼을 가져다 놓은 부인이 차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백에게 절을 올렸다.

“죽어서도 장군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계백이 급히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뒤에서 칼이 목을 관통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계백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는 어금니를 깨물고 이어 양지 바른 곳을 찾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김유신이 신라의 정예병 오만 명을 거느리고 금돌성에서 출발하여 침현에 이르러 한 지점에서 잠시 행군을 멈추었다. 

“장군 왜 멈추십니까?”

품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흠춘을 주시했다.

“앞에 지형을 살펴보시오.”

유신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며 모두가 앞을 주시했다. 길 좌우로 얕으막한 언덕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매복해서 공격하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흠춘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고는 이내 저만치 뒤떨어져 오던 아들, 화랑 반굴을 불렀다. 

반굴에게 소수의 화랑들을 이끌고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언덕을 살피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 받은 반굴과 화랑들이 한참 후에 돌아와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했다.

“그게 정말이냐?”

유신이 믿기지 않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품일과 흠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대장군.”

반굴의 확신에 찬 소리에 흠춘이 앞으로 나섰다.

“왜 그러는가?”

“형님, 아니 대장군 말마따나 너무 미심쩍어 소장이 먼저 군사를 이끌고 이곳을 지나 대군을 맞이하려 합니다.”

“소장도 함께 가겠소.”

품일도 함께 나섰다.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말씀하시지요, 대장군.”

김유신 진군

“수고스럽더라도 품일 장군은 좌측 언덕으로 흠춘 장군은 우측 언덕으로 해서 전진하도록 합시다.”

“하면 대장군은?”

“나는 곧바로 대군을 이끌고 정면으로 나아가겠소.”

유신의 제안 아니 부드러운 명령에 따라 신라군은 세 갈래로 나누어 이동했다.

신라의 대군이 침현을 벗어난 지점에 이르러 세 갈래로 나뉘었던 부대가 합쳐지자 유신이 다시 길을 멈추었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