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대급 폭염 천태만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8.07 15:08:52
  • 호수 1178호
  • 댓글 0개

모기도 사라진 한반도 ‘언제까지 덥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역대 최악의 폭염이다. 입추가 코앞에 왔지만, 더위는 여전하다. 살인적인 폭염으로 정부는 대책에 고심 중이다. 40도를 넘나드는 ‘슈퍼 폭염’은 지나갔지만, 당분간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의 중기예보를 보면 오는 12일까지 전국 대부분 낮 최고 기온이 35도 안팎을 오르내릴 전망이다. 지난 1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최고기온이 38.5도를 돌파했다. 이는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최고 수치다. 전날에는 40도를 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5곳에 달했지만, 이날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달 중순 후
기세 꺾일 듯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어제보다 구름이 많아 일사(햇빛)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동풍도 덜 불어 태백산맥 서쪽 지방이 어제보다 덜 달궈졌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북쪽에 위치해 중부지방에 동풍을 불러일으키던 북태평양 고기압은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일본 남부와 제주도 쪽으로 남하할 전망이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에 있을 땐 중부지방에 동풍이 불었다.

동풍은 태백산맥을 넘어가 ‘푄현상’을 일으키며 홍천 등 강원도 영서지역과 서울의 기온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고기압이 제주도 쪽으로 이동하면 서울 등에는 동풍 대신 남서풍이 불게 된다. 불볕더위를 일으킨 요인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다.

12일에도 서울, 수원, 춘천, 원주, 대전, 세종, 홍성 등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로 예측됐다. 같은 날 전국서 가장 낮은 낮 기온은 광주, 여수, 포항, 제주 서귀포 등의 32도로 예보됐다. 평년 최고 기온이 28∼32도인 점을 감안하면 3∼4도가량 높은 수치다. 

폭염이 산업 현장의 시계조차 멈춰 세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경보 이틀 연속 발동 시 공공 발주공사 전면중단’ 등을 지시하는 지침을 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다. 

행안부는 폭염 시 공공기관 공사 중단을 공식화하는 ‘자치단체 계약집행 운영요령’을 마련해 전 지자체에 이날 긴급 발송했다. 홍수 태풍 등의 경우 이 같은 지침은 있었으나 폭염에 적용하는 건 처음이다. 

폭염 시 공사 일시중지, 중지에 따른 계약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증액 허용, 작업시간대 야간 변경 등 ‘탄력근로제’ 도입 등 내용을 담았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고온 현상
앞으로 더? 8월도 계속 더울 것으로 예상

민간 건설기업도 폭염에 맞서 자체 공사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건설현장서 37도 이상은 공사 전면 중단, 35도 이상은 45분 작업 후 15분 휴식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GS건설 역시 37도가 넘으면 모든 사업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폭염경보 발령 시 건강 상태에 따라 고위험군과 위험군으로 나눠 고위험군은 작업중지, 위험군은 40분 작업 후 20분 휴식하도록 했다. 

대림산업은 일부 공사장 근로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농축산물 피해는 확산일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일까지 닭 316만마리, 돼지 1만6000마리 등 가축 339만여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현재 추정되는 재해보험 지급규모는 2000여곳 농가 180억여원에 달한다. 

사과 복숭아 대추 등 과수·채소는 일소(햇볕에 데임) 피해로 못쓰게 돼 버려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까지 706헥타르(ha) 규모 경작지에서 피해를 봤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양식장 물고기 폐사도 잇따랐다. 

경북 영덕과 포항 양식장 4곳에선 7월31일∼지난 1일 이틀 사이에 강도다리와 광어 2000여마리가 폐사했다. 홍천의 한 양식장에선 메기 3500마리가 폐사했다. 남해 바다 대부분엔 적조주의보가 발령됐고, 낙동강에는 조류경보가 경계 단계로 높아졌다.

도로 균열도 예삿일이 됐다. 지난 1일, 홍천 내부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68㎞ 지점서 도로 표면이 솟아오르면서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콘크리트 포장이 팽창하면서 파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교각 내 수도배관이 폭염을 못 견디고 터져 도로가 갈라지고 교각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다.

건강 유의해야 
수분 섭취 중요

폭염으로 인한 자연발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일 오후 7시37분께 제천시 왕암동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은 3억5000만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2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자연발화에 무게를 두고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제천은 오후 2시26분 39.8도까지 치솟으며 서울 홍천 등과 마찬가지로 ‘111년 만의 최고 더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날 파주시의 한 물류창고서도 오후 5시12분께 불이 나 4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0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사태에 여야가 재난에 폭염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 개정 추진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폭염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재난'에 넣어 다양한 예방·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서 처리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이 법이 개정되면 지자체가 조성하는 재난관리기금 등을 폭염 대처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최악의 폭염이다. 가마솥 더위란 말로도 부족하다”며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재난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8월에 처리하자”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3당의 민생경제법안TF에서 폭염, 혹한, 미세먼지까지 재난의 범위를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이 참여하는 민생경제법안TF는 지난달 31일 회의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서 처리키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작년에 비해 5배나 늘었다.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20일부터 8월1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549명, 사망자는 30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온열질환자는 913명서 2.8배로, 사망자는 6명서 5배로 늘어났다. 

불볕더위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근접하는 더위가 이어진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나흘 동안에 40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환자에서는 여전히 50대 이상이 61%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20∼40대 청·장년층의 비중도 35%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환자의 47%는 온열질환 위험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에 발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돼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하루 중 최고 기온이 28도일 경우 급성심정지 발생이 가장 낮았지만 1도씩 올라갈 때마다 급성심정지 발생이 1.3%씩 증가했다. 서울대병원 오세일·분당서울대병원 강시혁 교수팀이 2006∼2013년 서울과 6대 광역시 급성 심정지환자 5만 318명을 분석한 연구결과다. 

폭염으로 부터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은 오전 10시부터 뜨거운 열기가 여전한 오후 5시간까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했다면 물을 충분히 자주 마셔야 한다. 우리 몸은 수분이 체중의 1%만 부족해도 금방 목이 탄다. 수분이 체중의 5∼6% 부족하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10%가 부족하면 현기증과 극심한 무력감에 이어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마지노선인 10%가 넘어가면 열사병에 걸리고, 생명을 잃게 된다. 온열질환 사망의 주범은 야외활동으로 인한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뙤약볕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열사병은 무더위에 체온이 급상승했지만 몸밖으로 열을 내보내지 못해 발생한다. 

당뇨환자
청량음료 피해야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들이 폭염에 노출되어 체온이 급등하면 사망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열사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에 고장이 생겨 나타난다. 인체의 정상 온도인 37도보다 높은 41도 이상 올라갈 경우, 고열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기도 한다. 

열사병이 발병하면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서늘한 그늘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또한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탈의를 하고 몸에 물을 뿌려준다. 이와 함께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해 병원 응급실서 전문적인 열사병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서늘한 곳으로 이동해 쉬면서 시원한 음료(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좋고, 증상이 심하면 병원서 수액주사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주변서 열사병·일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그늘로 옮기고 수분을 공급하는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청량음료보다 냉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 당분이 든 청량음료를 당뇨병 환자가 섭취할 경우 혈당이 높아지고 소변량이 많아진다. 여름에는 땀 배출이 많기 때문에 평소보다 탈수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탈수 증세 시 평소보다 심하게 어지러움을 느끼면 시원한 곳에서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쉬어야 한다. 

온열질환 사망 벌써 30명…작년 5배
‘물가 비상’ 농축산물 피해 눈덩이

오랜 당뇨병 환자의 경우 말초신경 문제로 발에 감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휴가지서 맨발로 다니는 것은 금물.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조개껍집 등에 발을 다칠 수 있다. 야외활동 시 반드시 안전한 신발을 신고, 발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인근 병원을 방문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자율신경에도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뜨거운 외부활동과 차가운 실내 환경에 교대로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되고 열사병 발생률을 높이게 돼 당뇨병 환자는 급격한 온도변화에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에 영양을 미치는 체내 수분과 염분 배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탈수에 특히 취약한 고혈압 환자는 몸이 말라 체액량이 적은 환자와 평소 짜게 먹는 환자다. 특히 후자의 경우 땀으로 염분이 배출되면 혈압이 떨어져 어지러움을 느끼기 쉽다.

혈압약을 임의로 줄이면 혈압이 오를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혈압약은 수일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약을 안 먹는다고 당일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 일시적인 탈수가 해결될 경우 원래 혈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고온 다습한 환경서 일 또는 무리한 운동을 하면 체수분과 전해질 손실로 혈압이 떨어져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거나 근육이 깨지면서 급성 신부전을 일으키게 된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급성 신부전은 신장 기능 악화를 가속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수분을 섭취해도 안된다. 부종이나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어지럼증,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된 만큼 적절한 수분량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물을 적게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당분·카페인이 든 음료나 이온 음료보다는 물이 좋다. 투석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적절한 수분 상태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
짜게 먹지 말아야

물은 하루 8잔 이상을 마시는 게 좋다. 사람의 하루 평균 수분 소모량은 소변으로 배설되는 수분이 약 1.4리터, 소변 이외로 배출되는 수분이 약 1리터 총 2.4리터에 달한다.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수분도 2.4리터. 사람이 하루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 양은 1∼1.2리터 정도 되므로 적어도 식사이외에 1.5리터의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200밀리로 치면 약 8잔쯤 된다. 특히 노인들은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둔해져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