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목사 ‘설교 표절’ 논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카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3000여명이 출석하는 한 대형 교회 목사가 수년간 설교할 때마다 유명 원로목사의 설교집을 베낀 사실이 드러났다. 몇몇 문장을 발췌한 수준이 아니라 이 원로목사가 쓴 저서의 제목과 주제, 글의 구성, 예화, 중심문장까지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설교를 표절한 H목사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서 D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1988년 전도사 시절, 경기도 수원에 교회를 개척해 현재 3000명 가까이 출석하는 대형 교회로 키웠다. 평소 새벽 기도와 전도·부흥을 강조해온 그는 지난해 12월 세계복음화협의회(설동욱 대표회장)에서 부흥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완전 짜깁기

제보에 따르면 H목사는 지난 1년간 강해설교로 유명한 한 원로목사 설교집 5권을 그대로 베껴 설교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몇몇 문장을 발췌한 수준이 아니라 이 원로목사의 1991년, 1998년, 2000년 저서 등의 제목과 주제, 글의 구성, 예화, 중심문장까지 거의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H목사가 표절한 이동원 원로목사의 설교집은 <지금은 다르게 살 때입니다>(1998), <도망가다 얻어맞고 은혜받은 사람 요나>(1998), <나를 소개합니다 - 예수>(1991), <기막힌 하나님의 간섭>(2000),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제자 베드로>(1998)이다.

제목부터 문장까지 ‘대본’ 수준으로 가져온 것을 보면, 20여년 이상 지난 자료들이라 상대적으로 들키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큰 경계심 없이 그대로 활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있다.


H목사는 지난 2017년 상반기 요나서를 중심으로 강해설교를 했는데, ‘자는 자여 어찜이뇨(욘 1:1-6)’ ‘내 탓입니다(욘 1:7-17)’ ‘스올의 뱃속에서(욘 2:1-10)’ ‘뜻을 돌이키신 하나님(욘 3:6-10)’ ‘요나 콤플렉스(욘 4:1-5)’ ‘내가 아꼈노라(욘 4:6-11)’ 등 6차례 설교가 제목부터 본문 구성까지 이 원로목사의 저서와 같았다. 몇몇 수식어만 고쳤을 뿐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

2017년 하반기 에스더 강해설교도 비슷하다. H목사는 ‘기막힌 하나님의 간섭(에 6:1-14)’ ‘와스디의 폐위(에 1:1-22)’ ‘왕비로 간택된 에스더(에 2:1-23)’ 등 각 장의 제목과 구성, 주제문, 예화까지 이 원로목사의 책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자신이 체험한 내용들을 조금씩 첨가했을 뿐, 대부분 원로목사의 저서를 짜깁기했다.

H목사는 수년 전에도 이동원 목사의 책을 가져다 썼다. 2014년 11월부터 2015년 4월26일까지 약 반년 동안 전한 설교는, 이동원 목사의 <쉽게 풀어 쓴 마가복음 이야기>를 베낀 것이다.
 

2015년 10월11일부터 2016년 2월1일까지는 이동원 목사의 베스트셀러 <블레싱> 내용을 가져와 설교했다.

최근까지 ‘표절’이 계속됐다는 의혹도 있다. H목사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야고보서를 중심으로 시리즈 설교를 했는데, 이 역시 이 원로목사의 해당 본문 저서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밖에 H목사는 2014, 2015, 2016년에도 이 원로목사의 저서를 그대로 활용했다.

저서 제목과 주제 중심문장까지 그대로
교계 관계자 “설교자로서 자질이 없다”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다. H목사가 시무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S교회는 매년 ‘새벽기도 총진군’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16년 ‘새벽기도 총진군’ 설교가 대전 H교회 B목사의 책과 비슷해 문제가 됐던 것.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길(삼상 3:4-11)’ ‘기도의 축복(삼상 9:14-17)’ 등의 설교는 도입부 문장들이 거의 유사하다. 문제가 되자 H목사는 책 저자인 B목사에게 이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설교 표절은 비단 이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예장 통합 서울 S교회도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등의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제재 수단이나 기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교계 관계자는 “요즘 미투(#MeToo) 운동으로 떠들썩한데, 미투는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면 된다. 하지만 목회자의 설교 표절은 심각한 범죄 행위인데도 정작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설교 표절을 단지 윤리적 문제로 취급하고 있지만, 그리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자칫 그리스도인들의 양심을 무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설교나 저서를 그대로 베껴 설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설교자로서 자질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설교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표절을 하는 것이라면 그 또한 설교자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적어도 영적 지도자라면 ‘표절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년간 이동원 목사의 설교를 베껴 왔는데도 H목사는 표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당시 H목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책을 읽어서 은혜받은 내용을 전한 것뿐이다. 다른 목사가 전한 설교도 내용이 좋으면 똑같이 전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H목사는 “다른 사람의 설교나 책을 전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너무 나쁘게만 보려 하지 말고 좋은 취지로 봐달라”고 언급했다.

본인은 부인

그는 교인들에게 책을 토대로 설교한다고 공지했다고 했다. 설교 전 출처를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설교 영상을 보면, 교회 광고 이후 H목사가 출처 언급 없이 바로 설교를 하고 있다. H목사는 “그 전에 (출처를) 밝혔는데 핵심만 전하기 위해 영상을 편집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D교회 홈페이지에는 현재 H목사의 설교 영상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른 표절 목사의 최후

설교 표절이 드러난 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문제를 제기한 장로들의 재신임을 묻고 지지 교인과 예배당을 점거한 A목사가 노회서 면직·출교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중전주노회 재판국(이병록 국장)은 지난 1월9일, A목사 위임목사직을 해제하고 면직·출교한다고 판결했다.


면직·출교 판결을 받은 A목사는 2015년 말 청빙 후보 시절부터 20여차례 설교를 표절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7일 공동의회를 열어, 설교 표절을 지적한 시무장로 14명을 시무 정지하고 부교역자 5명을 해임했다. 지난해 12월24일에는 공동의회를 열어 교단 탈퇴를 시도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A목사는 지난해 12월17일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과 무력으로 예배당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후, 반대 측 교인들이 예배당 출입문을 잠그자, A목사 측 교인들은 교회 밖에서 농성하며 반대 측 교인들 접근을 막기도 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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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