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례식장 ‘바디백’ 미스터리

메르스 핑계로 유족에 바가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주의료원은 충북도서 관리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다. 지방의료원은 영리보다는 지역 주민의 보건 관리에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청주의료원이 공공병원의 목적을 간과하고 수익 창출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례 과정에 불필요한 이송용 바디백 사용으로 부당이득을 얻고 있다는 의혹이다.

장례식장은 유족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모시는 장소다. 부고를 들은 친지, 지인들은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유족은 문상객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장례식장은 고인의 영정사진 준비부터 시신을 장의차에 안치하는 일까지 장례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너무 비싼
장례 비용

2015년 기준 한국소비자원서 조사한 평균 장사(장례+장묘)비용은 1380만8000원에 이른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장례비용을 낸 경험이 있는 소비자 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얻은 평균이다. 

1400만원에 육박하는 장사비에 대해서는 소비자(790명)의 68.7%가 “비싸다“고 인식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비용이 저렴한 장례식장을 찾는다. 지역거점 공공의료원 장례식장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값싼 비용으로 검증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우리나라는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시도서 34개 지방의료원을 운영하고 있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청주의료원도 그중 한 곳이다. 1909년 관립자혜의원으로 시작한 청주의료원은 충청북도 도립 청주병원(1925년), 충청북도 도립 의료원(1973년)을 거쳐 1983년 지방공사 충청북도 청주의료원으로 발족했다.

청주의료원은 3만8000㎡ 부지에 병원, 장례식장 등 7개 동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장례식장은 청주의료원 의료 외 수익 중 주수입원이다. 

청주의료원 사정에 밝은 한 장례지도사는 “청주의료원은 장례식장 수익으로 운영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 손병관 청주의료원 원장이 2015년 <충청투데이>와의 인터뷰를 보면 청주의료원은 장례식장 운영을 통해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청주권 장례식장의 40%를 점유했다. 그 배경으로는 다른 장례식장보다 저렴한 비용이 꼽혔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특실을 포함 총 9개 빈소가 있다. 지난해 기준 팀장, 장례지도사, 조리원 등 총 22명이 근무 중이다. 2015년 1435건, 2016년 1487건, 지난해 1287건 등 3년 동안 4209건의 장례를 치렀다. 1년 평균 1403건, 월 평균 117건이다.

한 장례 전문기업 관계자는 “중소 장례식장은 한 달에 30∼40건의 장례만 치러도 장례식장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매달 100여건 이상이면 정말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주중, 주말할 것 없이 늘 유족과 문상객으로 붐빈다.


문제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이 지역 주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다른 장례식장보다 값싼 장례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청주의료원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201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공개한 33개 지방의료원 장례식장 운영 수익 자료에 따르면 청주의료원은 2015년 85억3700만원을 벌었다. 지방의료원 중 가장 높다.

지역 주민에
폭리 취해

대도시에 위치한 인천의료원(40억4300만원), 서울의료원(32억8500만원), 부산의료원(27억2500만원)보다 2∼3배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지방의료원이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상대로 과도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주의료원은 장례 1건당 평균 순수익서도 594만원으로 충남 홍성의료원(711만원), 서산의료원(638만원), 대구의료원(627만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청주의료원의 높은 수익률 이면에는 합리적 기준 없이 제각각 판매되고 있는 주요 장례용품 가격이 있다.

인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장례용품 중 높은 가격을 차지하는 수의와 관의 경우 구매 가격보다 수의는 평균 3.5배, 관은 평균 2.9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청주의료원의 경우 6만원에 산 오동 2단관의 판매 가격은 18만원에 달했고 3만9000원에 산 2호 수의의 판매 가격은 13만6000원으로 구매가의 3배가 넘었다.

인 의원은 “공공의료원이 장례비용서 막대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영리보다 공공성이 우선시되는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며 “공공의료원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지나친 영리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에 맞게 합리적인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나 감염환자에만 쓰는데
청주의료원은 모든 환자 왜?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서 장례과정에 필요하지 않은 용품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문제로 지목된 용품은 이송용 바디백. 

F기업서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 공급하는 바디백은 시신을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F기업은 현재 사단법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남승현 대표가 운영하는 장례용품 생산업체다.

바디백은 밀폐용 비닐 포장재로, 감염 사체나 부패된 변사체 등의 감염이나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사용되는 용품이다. 일반적으로 쓰나미나 해일 등 시신이 많이 나온 사고서 사체를 보관하고 병원 등으로 옮길 때 사용한다.

하지만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의 경우, 바디백을 시신 안치에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 사체나 부패된 변사체 외에 지병이나 노환 등으로 사망한 시신에도 바디백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서 장례를 치른 모든 시신에 바디백을 이용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판매비용으로 유족에게 10만원을 청구했다.


장례식장에 처음 시신이 들어오면 입관 전까지 사체를 안치해둔다. 스테인리스로 된 안치대 위에 칠성판을 깔고 그 위에 시신을 놓는다. 칠성판은 염습한 시신을 눕히기 위해 관 속 바닥에 까는 얇은 널판을 말한다.

장례지도사들은 칠성판 위 시신의 자세를 반듯하게 만들어 종이끈으로 묶는다. 이 과정을 수시라고 한다. 칠성판은 시신의 자세를 곧은 상태로 고정하기 위한 일종의 부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시 과정을 마친 시신은 입관 전까지 1~2일간 안치냉장고에 보관된다. 

전국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시신 안치 과정이다.

하지만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시신을 바디백 안에 넣은 채로 수시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대 위에 먼저 바디백을 깔아두고 그 안에 칠성판을 넣어 시신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서 장례를 치렀던 한 유족은 “안치실에 들어갔더니 바디백이 이미 안치대 위에 세팅돼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신에 습기
지퍼 열어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감염 방지 등 위생 관리 차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5년 5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사태 이후 시신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고, 바디백은 그 일환으로 사용되는 장례용품이라는 주장이다. 

또 시신을 직접 만지는 장례지도사나 유족의 건강을 위해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십년 경력의 장례지도사나 공중보건학 교수의 의견은 달랐다.

한 장례지도사는 “전국 각지의 장례식장을 다녀봤지만 시신 안치에 바디백을 쓰는 곳은 청주의료원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장례식장 관계자 역시 “집에서 사망해 오랜 시간 방치된 독거노인 같은, 심하게 부패한 시신을 옮길 때나 (바디백을)사용하지, 그 외의 상황엔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공중보건학을 전공한 한 교수 역시 “이송용 바디백만으로는 감염을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 당시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안다면 감염 방지를 위해 바디백을 사용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5년 5월 바레인서 입국한 68세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그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상황 종료’를 발표할 때까지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사망한 환자는 38명. 메르스는 사람 간 밀접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라 전파 속도가 빨랐다.

정부와 병원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로 인해 다른 사람이 감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었다. 확진 환자는 물론 의심 환자도 격리됐다. 이 과정서 사망한 시신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화장 절차를 밟았다. 

당시 장례원칙에 따라 고인의 임종을 지키는 것은 물론 마지막 가는 길도 볼 수 없던 유족들이 울분을 토했을 정도.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는 즉시 비닐로 감싸진다. 외부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비닐로 싼 시신을 바디백에 넣고 이 바디백을 또 다른 바디백에 넣어 이중으로 감싼다. 바디백 표면은 소독하고 건조해 이동한다. 그리고 그대로 밀폐된 관에 배치, 화장 처리한다.

이 과정은 장사법에 따라 고인이 사망하고 24시간 이내 이뤄진다. 염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불에 태운다. 유족들은 화장터에 가더라도 마스크, 장갑, 고글, 보호복 등 개인장비를 착용해야만 배웅이 가능하다. 의심환자로 분류, 격리된 상황이라면 화장터에도 갈 수 없다.

감염 방지라 해명하지만
전문가 “실제 효과 없다”

이에 반해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의 바디백 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는 시신을 바디백에 넣어 안치 냉장고에 보관하는 과정서 결로현상이 생겨 일부 상조회사에서 이의를 제기한 일도 있었다. 

안치 냉장고 온도는 영상 4∼5도로 유지된다. 시신을 담은 바디백 내부 온도와 차이가 있어 물이 맺히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공중보건학 교수는 “시신에 맺힌 물기가 오히려 장례지도사의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시신의 머리 부분 쪽 지퍼를 열어둔다는 의혹이 나왔다. 

실제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서 바디백을 사용하는 것을 본 한 장례지도사는 “얼굴 부분 지퍼를 열어둔 채로 안치 냉장고에 넣는 모습을 봤다. 감염을 방지한다면서 이게 무슨 코미디냐”고 반문했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요즘에는 사고사로 사망한 시신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이전에는 모든 시신에 바디백을 사용한 사실을 시인했다. 

현재 바디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꾸 민원이 들어가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감염 방지와 위생 관리를 위해 바디백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주변 관계자들이 이를 문제 삼자 사용을 일부 중단한 셈이다.

실제 청주시 서원구청은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서 바디백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장례용품별 사용 여부에 대해 정해진 규정이 없어, 바디백과 같은 위생용품 사용은 장례식장 영업자의 재량사항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수의 장례식장이 감염환자나 사고환자 등으로 사망한 시신에만 바디백을 사용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시신의 상태 등을 선별해 무분별한 바디백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서 바디백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인센티브 제도’를 들었다. 

청주의료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만의 독특한 제도”라며 “분기별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초과 달성할 경우, 초과액의 일정 부분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준다”고 귀띔했다.

바디백 1개의 판매·사용 가격은 10만원. 한 달에 100건 이상 장례를 치르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으로선 바디백으로만 매달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1년으로 치면 1억원이 넘는다. 

이 관계자는 “수의나 관으로 가격을 부풀려 받는 것은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질타를 받았기 때문에 그러기 어렵다”며 “청주의료원 장례식장 입장에서는 바디백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성과급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으면서도 “(바디백 사용은)영리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국 장례식장서 다 받고 있는 초렴료(시신을 닦고 자세를 잡는 행위)를 우리는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 제기에
일부 사용중단

한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바디백 사용에 대해 유족들에게 동의를 얻었다고 말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유족들은 경황이 없어 그저 장례식장을 믿을 뿐”이라며 “고인의 부고 앞에 장례용품을 하나하나 따지는 일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유족의 마음과 메르스라는 국가적 재난을 이용해 효과가 전혀 없는 용품을 팔아 부당이득을 얻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주의료원 ‘칠성판 흑역사’ "처음이 아니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2010년 칠성판 재사용 문제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장례식장 직원의 공익제보로 알려진 내부 사정은 충격적이었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유족들에게 매입단가 2500원의 칠성판을 1만원에 판매하면서 그마저도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에게 1만원씩 돌려줘

당시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칠성판을 73개 구매했다고 했지만, 판매는 792개에 달했다. 

719건은 사용했던 것을 다시 사용한 것은 물론, 많게는 10번씩 재사용하며 1만원씩 유족에게 받아 챙긴 것.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은 그 시기 장례를 치렀던 유족에게 일일이 연락해 칠성판 값인 1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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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