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문재인 복안 대해부

묵직한 바캉스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4박5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주말을 포함하면 총 9일간의 휴식기였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서 비롯된 이슈들이 정국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 문 대통령의 구상에 여러 예측이 오가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정례브리핑서 “통상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어떤 책을 들고 가고, 휴가 구상 콘셉트는 무엇이고 등을 브리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복귀 이후
현안 수두룩

문 대통령은 대부분의 휴가 기간을 군 보안시설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휴가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휴가 이후 본궤도에 들어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 예측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문재인정부 2기와 함께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정부 2기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를 시작으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지명하는 등 조직개편이 시작됐다.

우선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3실장·12수석·48비서관 체제서 자영업 비서관 1곳만 늘렸다. 신임 비서관에 대한 인선도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이날 “인선이 진행 중”이라며 “어떤 비서관은 내정이 돼서 채용 절차를 밟고 있고, 어떤 곳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마련된 것이다. 개편된 조직체계는 실질적으로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로운 진용을 갖출 태세다.

문재인정부 2기의 성패는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현안들과 관련이 깊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제안한 협치내각이나 민생 경제, 기무사 개혁, 종전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른다. 각 사안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할 때쯤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정치적 현안에는 협치내각이 화두다. 협치내각은 문재인정부 2기 내각에 야당 인사의 참여를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후반기 국회 정상화에 힘입어 개혁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방선거와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국회를 잠식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1만건에 달했다. 6·13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서 압승해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했고, 야당은 각자도생으로 존재감을 키워 21대 총선을 대비해야 했다. 이에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통해 국회를 정상궤도에 안착시켰다.

휴가 복귀 후 2기 정국운영 본격화
협치내각-개혁법안 연결고리 작동?


국회의 정상화와 함께 여야의 정책대결 레이스가 출발 신호를 알렸다.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데 한몫했다. 여론을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정 이슈를 붙잡고 정략적 대결을 이어가기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전반기 국회처럼 공전국회를 후반기에도 거듭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 입법을 통해 경제 동력을 되살리고자 한다. 신산업 육성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언급한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선서 협치내각을 내세웠다. 개혁 법안이 적용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현재 의석수는 129석이다. 범진보진영으로 평가받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14석, 정의당은 5석, 민중당은 1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3인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의원 등을 합하면 범진보진영은 156석 안팎이다.

다만 본회의 의결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을 채우지 못한다면 법안처리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을 제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세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나

청와대는 평화당과 정의당부터 한국당과 바미당까지 아우르는 협치내각을 제안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치내각을 제안한 청와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을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협치내각이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마주한 또 다른 사안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반영된 만큼 관심이 쏠렸다. 정책대결을 펼치고 있는 여야 역시 이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8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은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지출 확대로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선명한 충돌을 보이고 있는 영역은 ‘부자증세·서민감세’ 논란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각각 2조8254억원, 3786억원씩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은 기존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약 2배 확대된다. 자녀장려금 역시 기존 106만가구서 111만가구로 증가한다.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해 소득재분배를 활성화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고용증대세제는 청년 위주로 확대해 공제기간도 늘렸다. 고용증대세제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을 고용한 기업은 500만원을 추가로 공제를 받는다. 공제 기간은 대기업의 경우 1년에서 2년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년서 3년으로 확대됐다.


이어 육아휴직 후 고용유지 공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인건비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귀하게 되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각각 10%와 5%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남성 근로자도 이에 해당되며 아이 1명당 1회에 한해 적용된다. 또한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다.
 

또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사업주의 경우 경영성과급의 10%를 세액 공제받고, 근무자는 소득세의 50%를 감면받는다. 성과공유제란 중소기업의 성과를 근로자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223억원, 5659억원씩 증가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조합 예탁금 등 저율 분리과세 전환으로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역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혜택 등에 따라 증세가 작용될 예정이다.

세법, 기무사, 북핵 등 곳곳 지뢰
현안 극복 시 지지율 반등 가능성

여야는 법안 심사가 이뤄질 9월 정기국회서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소득주도 성장이 재분배에 방점을 두는 포용적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임금 가속인상에 이어 세금 가속인상이 벌어질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효과가 의문스러운 소득주도 성장과 소득주도 경제를 위해 그동안의 예산 퍼붓기와 조세지출까지 동원돼 염려가 크다”며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이번 세법개정안은 공정과세 방향 하에 소득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법 개정안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세법 개정안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전후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19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원내대표들이 다 선출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 개혁
본격 시행 예정

군 기무사 개혁 문제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작성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어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세부 문건은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을 경우 언론을 통제하고, 집회 장소로 예상되는 광화문과 여의도에 특전사를 비롯한 장갑차 등을 투입하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관련 문건을 청와대로 직접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기무사 실체 파악이 진전되지 않자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하극상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기무사 문건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을 직접 지시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촛불시위에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하면서 국가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연결고리를 촛불시위로 보는 만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무사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기무사에 메스를 대는 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가 복귀 이후 문 대통령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비핵화 관련 의제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비핵화 이슈는 지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의 후속조치 등을 관통하면서 종전선언으로 수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의 회담과 이후 후속 협상의 장을 열어주는 등 중재자의 역할을 해냈다. 다만 북미 양국은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이를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은 검증이 가능해야만 보상이 오고갈 수 있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이유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섰다. 문 대통령은 연내 4자 종전선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로 방한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전선언 등
외교 현안까지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북미 사이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6주 연속 하락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달 23∼27일까지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1.1%로, 전주 대비 1.8%p 하락해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두고 ‘매우 잘한다’와 ‘잘하는 편’에 응답한 응답자는 각각 35.0%와 26.1%였다. ‘잘한다’라는 응답은 이 둘을 합한 61.1%였다. 반면 ‘잘 못한다’는 응답은 33.3%를 기록했다. 이는 ‘잘못하는 편’ 15.8%와 ‘매우 잘 못함’에 응답한 17.5%를 더한 값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복귀 이후 현안 극복 여부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가상화폐와 남북단일하키팀 논란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5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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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