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문재인 복안 대해부

묵직한 바캉스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4박5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주말을 포함하면 총 9일간의 휴식기였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서 비롯된 이슈들이 정국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 문 대통령의 구상에 여러 예측이 오가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정례브리핑서 “통상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어떤 책을 들고 가고, 휴가 구상 콘셉트는 무엇이고 등을 브리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복귀 이후
현안 수두룩

문 대통령은 대부분의 휴가 기간을 군 보안시설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휴가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휴가 이후 본궤도에 들어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 예측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문재인정부 2기와 함께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정부 2기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를 시작으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지명하는 등 조직개편이 시작됐다.

우선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3실장·12수석·48비서관 체제서 자영업 비서관 1곳만 늘렸다. 신임 비서관에 대한 인선도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이날 “인선이 진행 중”이라며 “어떤 비서관은 내정이 돼서 채용 절차를 밟고 있고, 어떤 곳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마련된 것이다. 개편된 조직체계는 실질적으로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로운 진용을 갖출 태세다.

문재인정부 2기의 성패는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현안들과 관련이 깊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제안한 협치내각이나 민생 경제, 기무사 개혁, 종전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른다. 각 사안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할 때쯤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정치적 현안에는 협치내각이 화두다. 협치내각은 문재인정부 2기 내각에 야당 인사의 참여를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후반기 국회 정상화에 힘입어 개혁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방선거와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국회를 잠식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1만건에 달했다. 6·13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서 압승해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했고, 야당은 각자도생으로 존재감을 키워 21대 총선을 대비해야 했다. 이에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통해 국회를 정상궤도에 안착시켰다.

휴가 복귀 후 2기 정국운영 본격화
협치내각-개혁법안 연결고리 작동?


국회의 정상화와 함께 여야의 정책대결 레이스가 출발 신호를 알렸다.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데 한몫했다. 여론을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정 이슈를 붙잡고 정략적 대결을 이어가기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전반기 국회처럼 공전국회를 후반기에도 거듭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 입법을 통해 경제 동력을 되살리고자 한다. 신산업 육성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언급한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선서 협치내각을 내세웠다. 개혁 법안이 적용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현재 의석수는 129석이다. 범진보진영으로 평가받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14석, 정의당은 5석, 민중당은 1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3인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의원 등을 합하면 범진보진영은 156석 안팎이다.

다만 본회의 의결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을 채우지 못한다면 법안처리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을 제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세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나

청와대는 평화당과 정의당부터 한국당과 바미당까지 아우르는 협치내각을 제안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치내각을 제안한 청와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을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협치내각이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마주한 또 다른 사안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반영된 만큼 관심이 쏠렸다. 정책대결을 펼치고 있는 여야 역시 이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8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은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지출 확대로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선명한 충돌을 보이고 있는 영역은 ‘부자증세·서민감세’ 논란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각각 2조8254억원, 3786억원씩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은 기존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약 2배 확대된다. 자녀장려금 역시 기존 106만가구서 111만가구로 증가한다.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해 소득재분배를 활성화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고용증대세제는 청년 위주로 확대해 공제기간도 늘렸다. 고용증대세제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을 고용한 기업은 500만원을 추가로 공제를 받는다. 공제 기간은 대기업의 경우 1년에서 2년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년서 3년으로 확대됐다.


이어 육아휴직 후 고용유지 공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인건비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귀하게 되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각각 10%와 5%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남성 근로자도 이에 해당되며 아이 1명당 1회에 한해 적용된다. 또한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다.
 

또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사업주의 경우 경영성과급의 10%를 세액 공제받고, 근무자는 소득세의 50%를 감면받는다. 성과공유제란 중소기업의 성과를 근로자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223억원, 5659억원씩 증가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조합 예탁금 등 저율 분리과세 전환으로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역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혜택 등에 따라 증세가 작용될 예정이다.

세법, 기무사, 북핵 등 곳곳 지뢰
현안 극복 시 지지율 반등 가능성

여야는 법안 심사가 이뤄질 9월 정기국회서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소득주도 성장이 재분배에 방점을 두는 포용적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임금 가속인상에 이어 세금 가속인상이 벌어질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효과가 의문스러운 소득주도 성장과 소득주도 경제를 위해 그동안의 예산 퍼붓기와 조세지출까지 동원돼 염려가 크다”며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이번 세법개정안은 공정과세 방향 하에 소득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법 개정안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세법 개정안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전후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19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원내대표들이 다 선출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 개혁
본격 시행 예정

군 기무사 개혁 문제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작성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어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세부 문건은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을 경우 언론을 통제하고, 집회 장소로 예상되는 광화문과 여의도에 특전사를 비롯한 장갑차 등을 투입하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관련 문건을 청와대로 직접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기무사 실체 파악이 진전되지 않자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하극상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기무사 문건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을 직접 지시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촛불시위에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하면서 국가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연결고리를 촛불시위로 보는 만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무사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기무사에 메스를 대는 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가 복귀 이후 문 대통령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비핵화 관련 의제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비핵화 이슈는 지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의 후속조치 등을 관통하면서 종전선언으로 수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의 회담과 이후 후속 협상의 장을 열어주는 등 중재자의 역할을 해냈다. 다만 북미 양국은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이를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은 검증이 가능해야만 보상이 오고갈 수 있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이유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섰다. 문 대통령은 연내 4자 종전선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로 방한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전선언 등
외교 현안까지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북미 사이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6주 연속 하락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달 23∼27일까지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1.1%로, 전주 대비 1.8%p 하락해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두고 ‘매우 잘한다’와 ‘잘하는 편’에 응답한 응답자는 각각 35.0%와 26.1%였다. ‘잘한다’라는 응답은 이 둘을 합한 61.1%였다. 반면 ‘잘 못한다’는 응답은 33.3%를 기록했다. 이는 ‘잘못하는 편’ 15.8%와 ‘매우 잘 못함’에 응답한 17.5%를 더한 값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복귀 이후 현안 극복 여부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가상화폐와 남북단일하키팀 논란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5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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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