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대담] ‘야구 전설’ 송진우에게 아마야구의 길을 묻다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06 10:29:42
  • 호수 1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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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집착 말고 먼 미래로 한발 한발”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송진우 한화이글스 코치는 한국프로야구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대학 4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문에 프로 데뷔를 1년 더 미룬 송 코치는 1989년 데뷔해 통산 21년간 672경기서 210승153패 103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다. 210승도 엄청난데 103세이브를 했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꾸준히 선발로만 등판했다면 300승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송 코치도 어린 시절에는 빠른 공과 훌륭한 소질을 지니고 있는 투수였다.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잃어버린 적이 있으나 마술 같은 제구력과 현란한 변화구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 대기록을 달성했다.

프로 입단 후 큰 부상 없이 없었던 송 코치는 술·담배를 멀리하는 등 철저한 몸 관리로 프로 21년 차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이런 업적이 단지 타고난 소질 때문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프로정신이 결집돼 발현된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런 의미서 작금의 어린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아야할 선수는 바로 송 코치인지도 모른다. 송 코치는 현재 일선서 프로선수들을 지도하며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현역 선수로도, 지도자로서도 피칭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그를 만나 어린 투수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21년 현역으로]
[철저한 몸관리]

증평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송진우는 언제나 팀의 에이스였다. 세광고 2학년 시절 2학년 황금사자기 우승 때는 거의 혼자 완투를 했었다며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날 모교인 세광고는 청룡기서 우승후보 덕수고를 격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아까 보니까 이기고 있던데요?”라고 말하며 사람 좋게 웃는 송진우 코치. 늘 한 번 찾아가보고 싶으면서도 워낙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 있는 탓에 “마음만 있다”는 그는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올해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너무 좋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팬들도 야구장 찾아서 응원 많이 해주시다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사람들의 뜻이 한 곳에 모이다 보니까 올해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

-한화 이글스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

▲은퇴한 한화 이글스 출신들이 그동안 팀이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사실 내가 오기 이전에는 2군 출신 보다는 외부서 영입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구단서 기대하는 기대치에는 다소 부족한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이글스 출신들로 제대로 한 번 팀을 꾸려서 만들어 나가보자는 제의를 받고 나 또한 매력을 느껴 동참했다.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한다

-세광고 재학 시절 때는 성적이 어땠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 학교가 야구를 나름 잘 했다(웃음). 내가 고교 2학년 때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었고, 3학년 때 대통령배 준우승을 했었다.

-가끔씩 모교도 찾아가는가?

▲사실 찾아가보고 싶은데 프로야구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떠돌다 보니 솔직히 시간이 없다. 늘 항상 마음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투수에 제언]

최근 고교야구의 특징은 ‘스피드업’과 ‘벌크업’이다. 야구에 대한 내적인 깊이보다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스피드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고 프로 또한 지나치게 스피드에 경도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프로 일선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송 코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야구 투수들이 지나치게 스피드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 아니다. 솔직히 조심스럽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운동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프로에 들어오는 것이 차후에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는 그런 운동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학생야구를 할 때는 야구부서 그 선수의 운동능력 테스트를 하고 야구부로 뽑았었다. 최근에는 그런 것과는 동떨어지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 한해서 야구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이런 트렌드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처음 입단한 고졸 투수들을 보게 되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하나?

▲어느 하나를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선수의 멘탈도 봐야하고 지구력도 봐야하고, 민첩성도 봐야 한다. 공만 빠르게 던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서 얼마나 대처를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봐야한다.

거기다 프로의 기준으로 보면 공을 어느 정도 이상의 스피드로 던져야 하기 때문에 공을 잘 던질 수 있는 체격도 봐야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느린 볼, 특히 체인지업류의 공을 많이 던지는 데 그 공의 브레이크가 얼마나 잘 들어가지도 체크해야 한다.

-투수는 단순한 직구의 스피드보다 공 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공의 회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지도자마다 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투수의 공의 회전력을 늘리고 공의 스피드가 빨라지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멀리던지기라고 생각한다. 공이 멀리가기 위해서는 공의 회전이 많아야 한다.

멀리 던지는 연습을 기피하거나 소홀한 선수는 공이 빨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선수라고 생각한다(웃음). 가능하면 시즌 중에는 쉽지 않지만 비시즌 중에는 멀리던지기를 권장을 많이 하고 있다.

공만 빠르다고 좋은 것 아냐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

-현역시절 제구의 마술사라고 불렸다. 어린 선수들에게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반복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제구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스피드에 의존하는 투구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지도자분들은 공을 많이 던지라고 주문을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공을 많이 던지면 어깨에 무리는 당연히 갈 수밖에 없고, 공을 적게 던지면 반복연습이 안 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능력을 배가시키기는 어렵다. 나도 그 적정선을 조절하는 것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제구력은 손의 감각이다. 강하게 던지지 않더라고 꾸준하게 공을 만지면서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몸매가 굉장히 슬림하다. 지금의 투수들 사이에선 체중을 많이 불리는 벌크업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벌크업이 공의 스피드를 늘리고 공을 무겁게 하는 데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이 더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러한 벌크업보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민첩성과 공을 던지는 순간의 회전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몸을 불린다고 해서 공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프로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정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수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멘탈이다. 아마추어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지만 프로의 세계서 2인자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각 팀의 투수들이 보통 13명 정도의 엔트리가 있는데 자신들의 팀의 선수들끼리도 라이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만나면 꼭 이긴다는 생각이 멘탈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보는]
[고교야구 변혁]

2018년 고교야구는 대변혁의 시기를 걷고 있다. 투구수 제한이 본격화됐다. 올 시즌 말부터는 고교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규칙도 본격 실행된다. 이러한 규칙들은 고교 야구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 고교 선수들의 기량하락과 고교야구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송 코치는 이러한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올 시즌 고교야구서 투구수 제한이 처음 도입됐는데?

▲생각하는 것이 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가 생긴 이유는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욕심이 있어서다. 투수들을 많이 던지게 하다 보니 이런 제도가 나온 것이다. 지도자들의 정확한 판단만 있다면 투구수 제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은 고시엔 대회가 여름과 가을 두 대회가 있는데 거의 모든 투수들이 다 완투한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가서 부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결국 지도자들이 투구수를 얼마만큼 선수에 맞게끔 배당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올 때 부상을 입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투구수 제한을 두는 것 같은데 정답은 없다. 많이 던진다고 아픈 것도 아니고 적게 던진다고 몸이 강해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 선수에 맞게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잘 조절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한다.

-현역 때 210승을 거둘 만큼 많이 던지면서도 부상이 없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일단 몸의 구조가 중요하고 생각 자체도 중요하다. 나는 공을 던질 때 조금 긍정적으로 즐겁게 던졌다. 생각이 긍정적이면 부상이 적게 온다. 또 하나, 나는 몸이 매우 유연한 편이었고 투구 폼도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많이 던져도 회복이 빨리 되는 편이었던 것 같다. 부드러운 몸과 부드럽고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으면 부상위험은 줄어들 수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그 선수를 얼마만큼 관리해주느냐인 것 같다.

“투구수 제한…꼭 필요하겠냐?”
“해외훈련 금지…대안 나올 것”

-올해부터 아마야구서 해외전지훈련 금지 및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사실 이 문제는 프로 지도자인 내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율로 보장을 하게 되면 한두 군데가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다른 고등학교들도 안 갈 수가 없다. 이런 측면이 강제적인 금지를 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몇 년 시행되다 보면 여러 가지 개선책이나 대안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신인 투수들을 처음 보면 어떤 훈련을 가장 먼저 시키나?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기본기’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나는 처음부터 선수들을 압박하는 타입이 아니다. 기본부터 차분하게 가르치면서 차츰 좋아지는 방향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줄 수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래도 야구를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 재미가 있으면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연습하고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최대한 재미있게 야구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은 프로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

▲아마야구의 지도자분들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지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이나 상급학교의 진학이 아니라 프로에 와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본기다.

기본기가 안 되어 있으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을 명심 또 명심했으면 한다. 또 한 가지는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고 한발 한발 정진하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청난 폭염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계의 대선배로서 따뜻한 한마디 부탁한다.

▲날씨가 엄청나게 덥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야구할 날이 정말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부상을 입으면 가족이나 개인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부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하게 해주면서 경기할 때마다 즐기면서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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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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