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여행 ⑤제주 마방목지, 새별오름

여름철 낭만 여행 ‘제주의 별 헤는 밤’

제주는 별 보기 좋은 여행지다. 넘치는 불빛에 별을 만나기 힘든 도시와 달리, 조금만 벗어나도 캄캄한 공간이 나타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가로등도 많지 않고 조용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초저녁, 밤하늘이 맑다면 별을 보러 떠나야 한다. 수많은 별이 밤하늘을 장식하는 동화 같은 장면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제주의 푸른 밤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바닷가에서도 별을 볼 수 있지만, 아름다운 밤하늘이 탐난다면 불빛이 없는 장소를 찾아보자. 여름철 제주 바다는 고깃배의 불빛에 점령 당해 별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맑은 밤이면 어디서나 별을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도 마방목지와 제주별빛누리공원, 1100고지휴게소, 새별오름이 별 구경 명당으로 꼽힌다. 혼자보다 친구나 가족과 동행하기를 권한다. 황홀한 광경을 혼자 보기 아깝고, 어두운 밤길이라 함께 가면 더 안전하다.

가족과 함께

5·16도로에 위치한 마방목지는 제주축산진흥원이 관리하는 초원이다. 드넓은 초원에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된 제주 조랑말(제주마)이 한가롭게 노니는 광경을 보면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진다. 흰 눈이 살포시 내린 겨울 풍경도 멋지지만, 역시 마방목지의 진면목은 여름에 드러난다.


이곳의 매력 중 밤하늘을 빼놓을 수 없다. 낮에는 말이 풀을 뜯는 풍경(고수목마)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가 찾지만, 밤에는 인적이 끊겨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고개를 들면 주차장을 지키고 선 키 큰 나무 너머로 별이 반짝인다. 가끔 자동차가 지나며 불빛을 비춰도 별 구경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마방목지는 제주시에서 그리 멀지 않아, 문득 별이 생각날 때 가볼 만하다. 주차장도 널찍해 여유롭게 별을 즐기기 좋다.


아이와 함께 별을 보고 싶다면 제주별빛누리공원에 가자. 별과 우주를 주제로 한 천문 공원으로, 여행자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외부에는 태양계 광장이 조성돼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내부에는 우주와 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전시실, 우주선을 타고 달까지 여행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체험하는 4D입체상영관, 사계절 별자리를 소개하는 천체투영실이 갖춰졌다. 3층 관측실에는 600 mm 카세그레인식 반사망원경과 소형 망원경이 마련돼 별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신나게 떠들던 아이들도 망원경 앞에 서면 성운을 찾기 위해 숨을 죽인다.
벽에 걸린 그림이 눈길을 끈다. 여름과학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나만의 별자리와 신화’를 캔버스에 표현한 작품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3층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맑은 날에는 아름다운 제주의 야경을 즐기기 좋다. 4~9월에는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문을 연다.


제주 조랑말 노니는 ‘마방목지’
저녁 하늘 샛별 닮은 ‘새별오름’

사진가들이 손꼽는 제주 별 구경 명당은 1100고지휴게소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1100고지휴게소는 제주와 서귀포를 오가는 자동차로 분주한 낮과 달리 밤이 되면 한없이 고요하다. 맑은 날에는 감탄사 없이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은 물론 은하수도 볼 수 있다. 별이 비처럼 쏟아진다. 1100고지휴게소 앞 노루 조형물마저 별을 바라보는 멋진 모델로 변신한다. 1100고지휴게소에 별을 보러 갈 때는 시계를 챙겨야 한다. 하염없이 별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굽이굽이 올라야 하므로 운전에 주의한다.


별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리면 안 되는 장소가 새별오름이다. 서부 중산간 오름 지대를 대표하는 이곳은 이름만 들어도 별이 떠오른다. 저녁 하늘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고 해서 ‘새별’이라는 앙증맞은 이름이 붙었다. 대보름 전후에 펼쳐지는 장엄한 들불축제로 유명하지만, 별 구경 명소로도 널리 알려졌다. 새별오름의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519.3m.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가팔라도 잘 정비돼 30분이면 도착한다. 정상은 사방에 거칠 것이 없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주차장에서도 반짝이는 별로 물든 하늘이 보인다. 날이 맑으면 대다수 오름에서 별을 만날 수 있으니, 나만의 별자리 여행을 오름으로 떠나보자.


마방목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한적한 사려니숲길이 있다. 초여름에는 보랏빛 산수국 꽃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제주시가 선정한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다. 사려니숲길은 울창한 원시림이 펼쳐져 산림욕을 즐기기 좋다. 빽빽한 삼나무를 비롯해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 등 수종이 다양하다. 비자림로에서 트레킹을 시작하거나 붉은오름 쪽에서 들어갈 수 있다. 조금만 걸어도 초록에 흠뻑 젖어, 제주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다독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에서는 제주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즐겨보자. 해녀가 물질하러 갈 때 챙기던 도시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해녀바구니’, 한라산 모양의 ‘한라산케이크’ 등 메뉴가 독특하다. 스탬프를 이용해 엽서를 꾸미거나 제주 천연 재료로 비누를 만드는 등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건물도 현무암과 나무, 통유리로 만들어 제주의 자연이 떠오른다. 건물 앞에는 싱그러운 녹차 밭이 있어 잊지 못할 추억 사진을 남기기 좋다.

해녀 도시락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가 자리한 서귀포시 안덕면에는 여행자를 부르는 건물이 있다. 건물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찾는 방주교회다. ‘예술로서 건축’을 추구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만들었으며,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했다. 잔잔한 수면에 반짝이는 지붕을 올린 배 한 척이 떠 있는 모습이다. 현대적인 모자이크 지붕과 고전적인 목재를 사용한 외벽으로 기술과 자연이 어우러졌다. 크기는 작지만,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작업한 공예품처럼 정교하다. 교회에 담긴 지극한 정성이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마방목지 코스: 사려니숲길→마방목지→제주별빛누리공원
새별오름 코스: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방주교회→새별오름→1100고지휴게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마방목지→사려니숲길→제주별빛누리공원→1100고지휴게소
둘째 날: 방주교회→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새별오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제주별빛누리공원 http://star.jejusi.go.kr  

문의 전화
-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 마방목지 064)710-2298
- 제주별빛누리공원 064)728-8900
- 1100고지휴게소 064)747-1105
- 새별오름 064)728-2752
- 사려니숲길 064)900-8800
-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 064)794-5351
- 방주교회 064)794-0611

대중교통 정보
마방목지: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12·122·132번 버스, 제주국제대학교 정류장 하차, 212·222· 232·281번 버스 환승, 한라생태숲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제주별빛누리공원: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12·122·132번 버스, 제주대학교입구 정류장 하차, 441·442번 버스 환승, 별빛누리공원·난타공연장 정류장 하차. 약 40분 소요.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 bus.jeju.go.kr 

자가운전
마방목지: 제주국제공항→오남로→한북로→5·16도로
제주별빛누리공원: 제주국제공항→오라오거리→제주시외버스터미널→제주시청→제주대학교병원→제주별빛누리공원

숙박 정보
- 호텔난타: 제주시 선돌목동길, 064)727-1800, www.hotelnanta.com/kr
- 제주항공우주호텔: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064)798-5500, http://ora.oraresort.com/kor/ARS
-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서귀포시 표선면 남조로, 064)760-3481, http://eticket.seogwipo.go.kr
- 포도호텔: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064)792-5200, www.podohotel.co.kr 

식당 정보
- 각지불(해물찜):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064)784-0809
- 성미가든(닭샤부샤부): 제주시 조천읍 교래1길, 064)783-7092
- 피자굽는돌하르방(피자): 제주시 한경면 청수로, 064)773-7273, https://pizzajeju.modoo.at
- 보영반점(중화요리):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064)796-2042

주변 볼거리
절물자연휴양림, 서귀포치유의숲, 제주신화월드, 물영아리오름, 오설록티뮤지엄,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산천단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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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