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3)역량

범에게는 범이 태어난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남건이 의미를 헤아린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남건아, 네 형은 이 아비의 아니 우리 가문의 장자로서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 가문이 아닌 고구려의 운명과 함께할 사람은 네 형이 아닌 바로 너임을 모르겠느냐?”

그 말을 되새기는지 남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모든 사람에게 특히 남자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역량이란 게 있는 게야. 그런데 이 아비가 여태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네 형은 우리 가족에 합당하고 또 너는 이 나라를 위해 합당하느니라.”

연개소문이 잠시 말을 멈추고 미소를 보였다.


“이 아비로서는 얼마나 복인지 모르겠구나.”

“아버지, 오로지 아버지 뜻에 따르렵니다.”

남건이 아버지의 진정을 이해했다는 듯 힘주어 답했다.

“내 자식인데 어련하려고. 어서 서두르도록 하자!”

연개소문, 성을 나서다

성을 나선 연개소문이 국경을 방어하는 당나라 군사들을 짓밟으며 화원진을 거쳐 임유관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주변 지형을 살피고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 깊지 않은 강을 앞에 두고 진을 쳤다. 


그곳에서 온사문이 이끄는 부대를 맞이할 심산이었다.

진을 구축하고 병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어느 순간 긴박하게 다가선 척후병으로부터 온사문이 이끄는 부대가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장군들을 소집했다.       

장군들이 모두 자리하자 연개소문이 막사 안 땅바닥에 강과 강에 연한 땅을 그리고 이어 말굽 모양을 그렸다. 

“무슨 의미입니까, 대감.”

“당나라 놈들을 말굽 안에 가두어 죽이고자 하오.”

“물이 가득 찬 말굽 안에 말이지요?”

“당연하오.”

“이 추운 겨울에 당나라 놈들.”

고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를 살피며 연개소문이 칼로 땅에 그려진 말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좌측은 고문, 두방루 장군이 우측은 고연무, 검모잠 장군이 맡으시오.”

그 말에 남건과 뇌음신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감, 하오면 소장은?”

뇌음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섰다.

“자네와 남건 장군은 나와 함께 전면을 맡도록 하세.”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뇌음신으로 하여금 연기가 나지 않는 마른 나무로 불을 피워 따듯한 음식과 숯을 만들라 지시했다. 

또한 남건에게 군사를 주어 강으로 건너가 온사문의 군사를 맞이하라 일러주며 한 계책을 주었다. 

이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장군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자 장군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을 무렵 온사문이 이끄는 부대의 선두가 강에 도착했다. 

그 시점에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남건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주로 후미에 자리하여 천천히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를 알 길 없는 당군이 오히려 강을 이용하여 고구려 군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연개소문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주시했다.

강을 건너는 고구려 군사들로 인해 물이 사방으로 튀기는 상황에서 고구려 군의 진지를 살피지 못한 당군의 선두가 강을 건너고 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어 당나라 군사들의 후미가 강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에 좌우에서 삼족오가 그려진 깃발이 올려졌다.

순간 북소리가 울리며 퇴각하던 고구려 병사들 중 남건이 이끄는 부대가 고개를 돌렸다. 

또한 동시에 좌우에서 고구려 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건 데리고 전장으로…적장의 목을 베다
말굽에 갇힌 당…임유관서 온사문과 합류

“당나라 오랑캐 놈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연개소문의 우렁찬 소리를 기회로 당나라 군사들을 향해 화살이 바람을 가르기 시작했다.

“수고했소, 장 아니 스님. 어서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하시오.”

연개소문이 가까이 다가온 온사문의 손을 힘차게 잡았다.

“아닙니다, 대감. 시작한 일 마무리 지을 일입니다.”

“그래도 되겠소?”

온사문이 대답 대신 미소를 보였다. 

그를 살피며 고개를 돌리자 기세등등하게 추격하던 당나라 군사들이 말발굽 안에서 허둥대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러면 함께 갑시다.”

연개소문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말에 박차를 가하자 온사문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개소문이 적진으로 향하자 당군과 접전을 벌이던 남건이 급하게 따라붙었고 그를 기회로 활을 쏘아대던 고구려 군사들이 일거에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잠시 후 당나라의 장군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를 살피며 잠시 주춤하던 연개소문이 남건을 주시했다. 

그 의미를 살핀 남건이 곧바로 말을 그리로 몰았다.

이어 남건과 당나라 장수 간에 일대 회오리가 불기 시작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른 연개소문과 온사문이 멈추어서 그 장면을 주시했다.

남건의 칼과 당나라 장수의 창이 부딪치기를 근 이십여 합이 지나는 시점에 당나라 장수의 창이 남건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 남건이 잠시 움찔하는 순간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그 장면에 이르자 온사문이 급히 활을 들어 당나라 장수를 겨누었다. 

그를 살핀 연개소문이 급하게 손을 뻗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장군.”

“둘 간의 일이니 우리가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행여나 일이 잘못 되면.”

말을 하다 말고 심각한 표정으로 전투 장면을 주시하는 연개소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일시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남건의 칼이 당나라 장수의 투구에 부딪쳤다.

활을 내린 온사문이 연개소문에게 바짝 다가섰다.

“소승이 경솔하였습니다.”

“아니오. 내가 스님이라도 당연히 그리했을 일이오.”

“그런데 왜?”

“믿음이지요.”

“믿음이오?”

“그렇소. 아울러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은 게요.”

“그러니까 범에게는 범이 태어난다 이 말씀이지요?”

연개소문이 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잔잔한 미소를 보내며 둘 간의 전투장면에 시선을 보내자 온사문 역시 따라했다. 

둘 사이에 밀고 당기는 공방이 지속되기를 한 순간 남건의 칼이 당나라 장수의 손목을 쳤고 그에 들고 있던 창이 땅으로 떨어졌다.

이어 잠시 머뭇거리던 당나라 장수가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스님, 지금이오!”

아들에 대한 믿음

연개소문이 급하게 외쳐대자 잠시 머뭇하던 온사문이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막 뒤를 쫓기 시작하던 남건의 곁을 스치며 당나라 장수의 뒷덜미에 보기 좋게 꽂혔다. 

이어 당나라 장수의 몸이 뒤로 젖혀지다가 일순간 말에서 떨어졌다.

남건이 고개를 돌려 아버지와 온사문의 모습을 주시하기를 잠시 말에서 뛰어내려 고꾸라진 당나라 장수의 목을 힘차게 내리쳤다. 

이어 다시 칼을 휘둘렀고 몸과 분리된 당나라 장수의 수급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오랑캐 장군 놈의 수급이 이 손에 있다!”

남건의 외침에 일시적으로 함성이 일어나자 가뜩이나 수세에 몰려 있던 당나라 군사들이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목을 바치기 시작했다.

“스님, 갑시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고개를 돌리자 온사문 역시 말머리를 돌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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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