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3)역량

범에게는 범이 태어난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남건이 의미를 헤아린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남건아, 네 형은 이 아비의 아니 우리 가문의 장자로서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 가문이 아닌 고구려의 운명과 함께할 사람은 네 형이 아닌 바로 너임을 모르겠느냐?”

그 말을 되새기는지 남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모든 사람에게 특히 남자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역량이란 게 있는 게야. 그런데 이 아비가 여태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네 형은 우리 가족에 합당하고 또 너는 이 나라를 위해 합당하느니라.”

연개소문이 잠시 말을 멈추고 미소를 보였다.


“이 아비로서는 얼마나 복인지 모르겠구나.”

“아버지, 오로지 아버지 뜻에 따르렵니다.”

남건이 아버지의 진정을 이해했다는 듯 힘주어 답했다.

“내 자식인데 어련하려고. 어서 서두르도록 하자!”

연개소문, 성을 나서다

성을 나선 연개소문이 국경을 방어하는 당나라 군사들을 짓밟으며 화원진을 거쳐 임유관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주변 지형을 살피고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 깊지 않은 강을 앞에 두고 진을 쳤다. 


그곳에서 온사문이 이끄는 부대를 맞이할 심산이었다.

진을 구축하고 병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어느 순간 긴박하게 다가선 척후병으로부터 온사문이 이끄는 부대가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장군들을 소집했다.       

장군들이 모두 자리하자 연개소문이 막사 안 땅바닥에 강과 강에 연한 땅을 그리고 이어 말굽 모양을 그렸다. 

“무슨 의미입니까, 대감.”

“당나라 놈들을 말굽 안에 가두어 죽이고자 하오.”

“물이 가득 찬 말굽 안에 말이지요?”

“당연하오.”

“이 추운 겨울에 당나라 놈들.”

고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를 살피며 연개소문이 칼로 땅에 그려진 말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좌측은 고문, 두방루 장군이 우측은 고연무, 검모잠 장군이 맡으시오.”

그 말에 남건과 뇌음신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감, 하오면 소장은?”

뇌음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섰다.

“자네와 남건 장군은 나와 함께 전면을 맡도록 하세.”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뇌음신으로 하여금 연기가 나지 않는 마른 나무로 불을 피워 따듯한 음식과 숯을 만들라 지시했다. 

또한 남건에게 군사를 주어 강으로 건너가 온사문의 군사를 맞이하라 일러주며 한 계책을 주었다. 

이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장군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자 장군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을 무렵 온사문이 이끄는 부대의 선두가 강에 도착했다. 

그 시점에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남건이 이끄는 고구려 군사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주로 후미에 자리하여 천천히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를 알 길 없는 당군이 오히려 강을 이용하여 고구려 군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연개소문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주시했다.

강을 건너는 고구려 군사들로 인해 물이 사방으로 튀기는 상황에서 고구려 군의 진지를 살피지 못한 당군의 선두가 강을 건너고 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어 당나라 군사들의 후미가 강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에 좌우에서 삼족오가 그려진 깃발이 올려졌다.

순간 북소리가 울리며 퇴각하던 고구려 병사들 중 남건이 이끄는 부대가 고개를 돌렸다. 

또한 동시에 좌우에서 고구려 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건 데리고 전장으로…적장의 목을 베다
말굽에 갇힌 당…임유관서 온사문과 합류

“당나라 오랑캐 놈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연개소문의 우렁찬 소리를 기회로 당나라 군사들을 향해 화살이 바람을 가르기 시작했다.

“수고했소, 장 아니 스님. 어서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하시오.”

연개소문이 가까이 다가온 온사문의 손을 힘차게 잡았다.

“아닙니다, 대감. 시작한 일 마무리 지을 일입니다.”

“그래도 되겠소?”

온사문이 대답 대신 미소를 보였다. 

그를 살피며 고개를 돌리자 기세등등하게 추격하던 당나라 군사들이 말발굽 안에서 허둥대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러면 함께 갑시다.”

연개소문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말에 박차를 가하자 온사문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개소문이 적진으로 향하자 당군과 접전을 벌이던 남건이 급하게 따라붙었고 그를 기회로 활을 쏘아대던 고구려 군사들이 일거에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잠시 후 당나라의 장군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를 살피며 잠시 주춤하던 연개소문이 남건을 주시했다. 

그 의미를 살핀 남건이 곧바로 말을 그리로 몰았다.

이어 남건과 당나라 장수 간에 일대 회오리가 불기 시작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른 연개소문과 온사문이 멈추어서 그 장면을 주시했다.

남건의 칼과 당나라 장수의 창이 부딪치기를 근 이십여 합이 지나는 시점에 당나라 장수의 창이 남건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 남건이 잠시 움찔하는 순간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그 장면에 이르자 온사문이 급히 활을 들어 당나라 장수를 겨누었다. 

그를 살핀 연개소문이 급하게 손을 뻗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장군.”

“둘 간의 일이니 우리가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행여나 일이 잘못 되면.”

말을 하다 말고 심각한 표정으로 전투 장면을 주시하는 연개소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일시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남건의 칼이 당나라 장수의 투구에 부딪쳤다.

활을 내린 온사문이 연개소문에게 바짝 다가섰다.

“소승이 경솔하였습니다.”

“아니오. 내가 스님이라도 당연히 그리했을 일이오.”

“그런데 왜?”

“믿음이지요.”

“믿음이오?”

“그렇소. 아울러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은 게요.”

“그러니까 범에게는 범이 태어난다 이 말씀이지요?”

연개소문이 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잔잔한 미소를 보내며 둘 간의 전투장면에 시선을 보내자 온사문 역시 따라했다. 

둘 사이에 밀고 당기는 공방이 지속되기를 한 순간 남건의 칼이 당나라 장수의 손목을 쳤고 그에 들고 있던 창이 땅으로 떨어졌다.

이어 잠시 머뭇거리던 당나라 장수가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스님, 지금이오!”

아들에 대한 믿음

연개소문이 급하게 외쳐대자 잠시 머뭇하던 온사문이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막 뒤를 쫓기 시작하던 남건의 곁을 스치며 당나라 장수의 뒷덜미에 보기 좋게 꽂혔다. 

이어 당나라 장수의 몸이 뒤로 젖혀지다가 일순간 말에서 떨어졌다.

남건이 고개를 돌려 아버지와 온사문의 모습을 주시하기를 잠시 말에서 뛰어내려 고꾸라진 당나라 장수의 목을 힘차게 내리쳤다. 

이어 다시 칼을 휘둘렀고 몸과 분리된 당나라 장수의 수급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오랑캐 장군 놈의 수급이 이 손에 있다!”

남건의 외침에 일시적으로 함성이 일어나자 가뜩이나 수세에 몰려 있던 당나라 군사들이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목을 바치기 시작했다.

“스님, 갑시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고개를 돌리자 온사문 역시 말머리를 돌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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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