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송영무 VS 조국 파워게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23 10:02:57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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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명은 날아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사태가 청와대-국방부 간 갈등설로 확전됐다. 기무사 문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보였다는 정황이 곳곳서 포착된다. 여기에 더해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파워게임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무사 문건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현 상황과 관련해 조 수석 책임론이 불거졌다.
 

시간은 지난 4월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과 ‘기무사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때 송 장관은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처음 기무사 문건의 존재와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논의과정서 (송)장관은 과거 정부시설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집회 관련 계엄을 검토한 문건의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내놨다.

4월30일
무슨 일이?

송 장관은 이날 배석한 청와대 참모진에게 기무사 문건을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다. 국방부의 비공개 방침 때문이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비공개 방침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송)장관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분위기를 유지하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우호적인 상황 조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한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건을 공개했을 시 쟁점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문건을 비공개키로 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6·13지방선거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해명이다.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시기는 4월30일에서 한 달 반을 거슬러 올라간 3월16일. 지난 3월 해당 문건을 발견한 기무사 직원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알렸고, 3월16일 송 장관에게 이를 보고했다. 

다시 말해 송 장관은 3월16일부터 4월30일까지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송 장관에게 ‘직무유기’ ‘안일한 대응’ 등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민들에게 기무사 문건을 공개한 곳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아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였다. 이 의원과 군인권센터는 지난 5일과 6일 기무사에서 작성한 문건을 최초로 공개했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지난 2017년 3월. 그해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고 결정하기 직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무사 문건에 ‘(2017. 3. . )’이라고만 돼있기 때문에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 대신 문건 도입부에 탄핵이 ‘인용’ ‘기각’되는 상황을 전망하는 것으로 보아 선고가 나기 전임을 알 수 있다.

문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야 청와대는 움직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무사에 대한 수사를 특별지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건이 공개된 이후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이유에 대해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위중함과 심각성, 폭발력 등을 감안해서 국방부와 청와대 참모진들이 신중하고 또 면밀하게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하루가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월30일(문건의 존재 사실을) 보고받았을 때에는 문건 자체를 받지 못했고, 6월28일 문건을 (공식으로)받았을 때서야 검토에 들어갔다. 문건을 봤다고 해서 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건 내용을 점증적으로 더 들여다보고 당시 상황을 맞춰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영무만
직무유기?

청와대 참모진도 직무유기를 했다는 지적서 자유로울 수 없다. 4월30일 송 장관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기무사 문건의 존재에 대해 알렸음에도 청와대는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위해 투신했던 임 실장과 조 수석이 기무사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즉각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조 수석은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할 당시 “민주화운동 과정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4·19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대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비상계엄, 부마항쟁 당시에는 위수령이 내려졌으며 6·10항쟁 때는 위수령이 검토됐다. 운동권 출신의 청와대 참모진 대부분은 현재 기무사 문건의 내용이 시행됐을 때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4월30일 임 실장과 조 수석이 기무사 문건의 문제점을 보고받았음에도 청와대는 그로부터 약 두 달여가 지난 6월28일이 돼서야 문건을 공식 보고받게 된다. 6월28일 당시 송 장관은 임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해당 문건을 제출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청와대와 국방부 간 보고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송 “청 보고” vs 조 “기사보고 알아”
논란의 4월30일…왜 한 달 넘게 묵혔나

조 수석과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을 두고 파워게임을 벌이면서 생긴 갈등이 유기적인 작동기제를 막은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장관이 기무사를 축소하는 개혁에 과감했던 데 반해 조 수석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을 벌였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약 1년여 전 송 장관은 자신의 취임식을 마친 후 국방부에 기무사와 사이버사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방침에는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기무사의 동향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기무사 내에서 군 인사 정보와 동향 파악을 담당했던 1처를 없애는 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송 장관은 평소 자신의 참모진에게 “임기 동안 ‘송영무가 기무사 개혁만큼은 해냈구나’하는 말을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장관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합참전략본부장을 지낸 시절에도 기무사의 권위적인 모습과 월권행위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제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국방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장관에 취임한 후에는 기무사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위기 맞은
기무사 개혁

반면 조 수석은 기무사 개혁에 신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무사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대대적인 기무사 축소에는 반대했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서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두 사람은 60단위 기무부대 축소 문제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송 장관은 60단위 기무부대의 전면 폐지를 주장한 반면, 조 수석은 과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송 장관이 조 수석 등에게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린 4월30일 청와대 참모진과의 회의서도 60단위 기무부대 축소 등 기무사 개혁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기무사 문건 논란과 관련한 별도 입장문을 내고 “4월30일 기무사 개혁 방안을 놓고 청와대 참모진과 논의를 가졌다”며 “당시 장관과 참모진들은 기무사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고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과 정황들을 종합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방부가 추진 중이던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민정수석실의 관여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일각에선 기무사가 국방부 소속인 만큼 군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이 기무사 개혁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기무사가 일종의 군 사정기관이니 민정수석실 소관이고, 군 담당인 국가안보실에는 수사나 조사 기능이 없는 만큼 민정수석실에서 기무사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기무사 문건을 처음 공개한 ‘내부고발자’가 송 장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송 장관이 내부고발자”라는 임태훈 군 인권소장의 주장을 거론한 뒤 “기존 조직에 맡기면 기무사 개혁이 물 건너갈 것으로 본 송 장관이 내부고발자로 돌변했다는 설명으로 사실과 부합하는 일리 있는 견해”라고 지원했다.

뇌관은 결국 기무사 개혁? 
“또 다른 문건 존재할지도”

송 장관은 3월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뒤 국방부 법무관리실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법리검토를 맡겼다.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확인해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수사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송 장관은 기무사가 문건을 작성한 일을 월권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계기로 기무사 개혁을 위한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초 민간 전문가 등이 포함된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킨 일이 그 증거다. 

해당 위원회는 곧바로 기무사의 명칭 변경은 물론 조직 축소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정치권은 기무사 개혁을 두고 정권 내부에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지금 이 정권 내부에서는 기무사를 개혁하려는 측과 적당히 존속시키려는 측간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여권이 여차하면 폭로할 수 있는 또 다른 문건을 가졌을 가능성까지 제기한 상태다.

국방부와 어긋나는 조 수석의 해명도 두 사람의 갈등설에 힘을 싣는 요소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기무사 문건은 최근(지난 5일) 언론보도가 되기 전까지 보고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30일 송 장관이 조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한 자리서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린 점, 6월28일 국방부가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에 정식 보고한 점 등과 어긋나는 해명이었다. 

패싱인가
거짓인가

4월30일과 6월28일에 있었던 일은 청와대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6월28에 있었던 일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사정기관을 총괄하기 때문에 3실장에게 보고된 문건은 조 수석에게도 당연히 전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수석만 기무사 문건에 대해 몰랐다는 사실은 청와대 내에서 ‘조국 패싱’이 있지 않고서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2기 청사진

문재인정부 2기 개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종 결정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만 남겨둔 상황이다. 자연스레 시선은 개각의 폭과 구체적인 대상으로 모아진다.

장관 3∼5명 교체가 예상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가장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송영무 국방부장관이다. 

최근 송 장관은 촛불집회와 관련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들과 불협화음을 벌여 도마 위에 올랐다. 

기무사 문건 사태 외에도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라고 말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 외 국무총리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등의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공석으로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개각이 확실시된다. 청와대는 이달 안으로 개각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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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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