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송영무 VS 조국 파워게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23 10:02:57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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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명은 날아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사태가 청와대-국방부 간 갈등설로 확전됐다. 기무사 문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보였다는 정황이 곳곳서 포착된다. 여기에 더해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파워게임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무사 문건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현 상황과 관련해 조 수석 책임론이 불거졌다.
 

시간은 지난 4월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과 ‘기무사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때 송 장관은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처음 기무사 문건의 존재와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논의과정서 (송)장관은 과거 정부시설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집회 관련 계엄을 검토한 문건의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내놨다.

4월30일
무슨 일이?

송 장관은 이날 배석한 청와대 참모진에게 기무사 문건을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다. 국방부의 비공개 방침 때문이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비공개 방침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송)장관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분위기를 유지하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우호적인 상황 조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또한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건을 공개했을 시 쟁점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문건을 비공개키로 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6·13지방선거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해명이다.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시기는 4월30일에서 한 달 반을 거슬러 올라간 3월16일. 지난 3월 해당 문건을 발견한 기무사 직원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알렸고, 3월16일 송 장관에게 이를 보고했다. 

다시 말해 송 장관은 3월16일부터 4월30일까지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송 장관에게 ‘직무유기’ ‘안일한 대응’ 등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민들에게 기무사 문건을 공개한 곳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아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였다. 이 의원과 군인권센터는 지난 5일과 6일 기무사에서 작성한 문건을 최초로 공개했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지난 2017년 3월. 그해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고 결정하기 직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무사 문건에 ‘(2017. 3. . )’이라고만 돼있기 때문에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 대신 문건 도입부에 탄핵이 ‘인용’ ‘기각’되는 상황을 전망하는 것으로 보아 선고가 나기 전임을 알 수 있다.

문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야 청와대는 움직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무사에 대한 수사를 특별지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건이 공개된 이후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이유에 대해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위중함과 심각성, 폭발력 등을 감안해서 국방부와 청와대 참모진들이 신중하고 또 면밀하게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하루가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월30일(문건의 존재 사실을) 보고받았을 때에는 문건 자체를 받지 못했고, 6월28일 문건을 (공식으로)받았을 때서야 검토에 들어갔다. 문건을 봤다고 해서 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건 내용을 점증적으로 더 들여다보고 당시 상황을 맞춰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영무만
직무유기?

청와대 참모진도 직무유기를 했다는 지적서 자유로울 수 없다. 4월30일 송 장관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기무사 문건의 존재에 대해 알렸음에도 청와대는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위해 투신했던 임 실장과 조 수석이 기무사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즉각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조 수석은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할 당시 “민주화운동 과정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4·19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대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비상계엄, 부마항쟁 당시에는 위수령이 내려졌으며 6·10항쟁 때는 위수령이 검토됐다. 운동권 출신의 청와대 참모진 대부분은 현재 기무사 문건의 내용이 시행됐을 때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4월30일 임 실장과 조 수석이 기무사 문건의 문제점을 보고받았음에도 청와대는 그로부터 약 두 달여가 지난 6월28일이 돼서야 문건을 공식 보고받게 된다. 6월28일 당시 송 장관은 임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해당 문건을 제출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청와대와 국방부 간 보고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송 “청 보고” vs 조 “기사보고 알아”
논란의 4월30일…왜 한 달 넘게 묵혔나

조 수석과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을 두고 파워게임을 벌이면서 생긴 갈등이 유기적인 작동기제를 막은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장관이 기무사를 축소하는 개혁에 과감했던 데 반해 조 수석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을 벌였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약 1년여 전 송 장관은 자신의 취임식을 마친 후 국방부에 기무사와 사이버사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방침에는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기무사의 동향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기무사 내에서 군 인사 정보와 동향 파악을 담당했던 1처를 없애는 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송 장관은 평소 자신의 참모진에게 “임기 동안 ‘송영무가 기무사 개혁만큼은 해냈구나’하는 말을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장관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합참전략본부장을 지낸 시절에도 기무사의 권위적인 모습과 월권행위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제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국방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장관에 취임한 후에는 기무사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위기 맞은
기무사 개혁

반면 조 수석은 기무사 개혁에 신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무사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대대적인 기무사 축소에는 반대했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서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두 사람은 60단위 기무부대 축소 문제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송 장관은 60단위 기무부대의 전면 폐지를 주장한 반면, 조 수석은 과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송 장관이 조 수석 등에게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린 4월30일 청와대 참모진과의 회의서도 60단위 기무부대 축소 등 기무사 개혁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기무사 문건 논란과 관련한 별도 입장문을 내고 “4월30일 기무사 개혁 방안을 놓고 청와대 참모진과 논의를 가졌다”며 “당시 장관과 참모진들은 기무사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고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과 정황들을 종합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방부가 추진 중이던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민정수석실의 관여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일각에선 기무사가 국방부 소속인 만큼 군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이 기무사 개혁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기무사가 일종의 군 사정기관이니 민정수석실 소관이고, 군 담당인 국가안보실에는 수사나 조사 기능이 없는 만큼 민정수석실에서 기무사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기무사 문건을 처음 공개한 ‘내부고발자’가 송 장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송 장관이 내부고발자”라는 임태훈 군 인권소장의 주장을 거론한 뒤 “기존 조직에 맡기면 기무사 개혁이 물 건너갈 것으로 본 송 장관이 내부고발자로 돌변했다는 설명으로 사실과 부합하는 일리 있는 견해”라고 지원했다.

뇌관은 결국 기무사 개혁? 
“또 다른 문건 존재할지도”

송 장관은 3월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뒤 국방부 법무관리실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법리검토를 맡겼다.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확인해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수사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송 장관은 기무사가 문건을 작성한 일을 월권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계기로 기무사 개혁을 위한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초 민간 전문가 등이 포함된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킨 일이 그 증거다. 

해당 위원회는 곧바로 기무사의 명칭 변경은 물론 조직 축소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정치권은 기무사 개혁을 두고 정권 내부에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지금 이 정권 내부에서는 기무사를 개혁하려는 측과 적당히 존속시키려는 측간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여권이 여차하면 폭로할 수 있는 또 다른 문건을 가졌을 가능성까지 제기한 상태다.

국방부와 어긋나는 조 수석의 해명도 두 사람의 갈등설에 힘을 싣는 요소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기무사 문건은 최근(지난 5일) 언론보도가 되기 전까지 보고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30일 송 장관이 조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한 자리서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린 점, 6월28일 국방부가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에 정식 보고한 점 등과 어긋나는 해명이었다. 

패싱인가
거짓인가

4월30일과 6월28일에 있었던 일은 청와대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6월28에 있었던 일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사정기관을 총괄하기 때문에 3실장에게 보고된 문건은 조 수석에게도 당연히 전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수석만 기무사 문건에 대해 몰랐다는 사실은 청와대 내에서 ‘조국 패싱’이 있지 않고서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2기 청사진

문재인정부 2기 개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종 결정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만 남겨둔 상황이다. 자연스레 시선은 개각의 폭과 구체적인 대상으로 모아진다.

장관 3∼5명 교체가 예상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가장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송영무 국방부장관이다. 

최근 송 장관은 촛불집회와 관련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들과 불협화음을 벌여 도마 위에 올랐다. 

기무사 문건 사태 외에도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라고 말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 외 국무총리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등의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공석으로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개각이 확실시된다. 청와대는 이달 안으로 개각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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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