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속 뜨는 상가는?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적인 상품인 상가가 정부의 주택시장 압박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지 주목된다. 주택시장에 기존 대출·청약 규제에다 보유세 규제까지 더해지면 더욱 강력해진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 국세청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국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부동산 과대보유자에 대한 세금강화와 부동산 투기억제에 정책 목적이 집중됐다.

공청회 여론수렴을 거칠 종부세제 개편안이 시나리오 형태(총4안+기타 등)로 다양하게 제시되면서 세수증세 효과와 시장파급의 경중은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수도권 및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고가 부동산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거래시장의 심리적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규제로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무게추가 수익형 부동산, 특히 상가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종부세의 과세 대상이 주택과 토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상가의 경우 이번 규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선회현상은 시장에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상업·업무용 부동산은 지난 3월 수도권에서의 월별 거래량 중 역대 최고 거래건수인 2만3989건을 기록한 이후 4월에는 1만8732건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4월 대비 5월 거래량은 약 4%(1만8732→ 1만9394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10%(2만2496→2만251건) 감소했다.

아울러 7월 상호금융업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과 10~11월 국내 기준 금리인상 전망, 하반기 가중된 아파트 입주적체, 연내 종료를 앞둔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과세 유예 이슈까지 주택구매 환경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다 나은 투자수익률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좋은 상가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집합상가의 지난해 1분기 전국 평균 수익률은 1.56%(한국감정원 자료 참고)로 저조했지만, 올해 1분기 1.71%로 상승했다. 


대출·청약 규제에 보유세 개편
더욱 강력해진 한파 몰아칠 전망

한 부동산 전문가는 “6·13지방선거 이후 집권 여당의 압승이 이번 세재 개편안의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투자 수요가 높은 다주택자들 상당수가 이번 규제에 따른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규제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가로 우회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주목할 만한 주요 상가로 주차전용 상가, 지식산업센터 지원상가, 지하철 직통 상가 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도세 중과에 보유세 개편으로 주목받는 상가들.

주차전용 상가

주차장 전용 상가를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도심은 물론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 등에도 주차난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주차여건을 얼마나 갖췄는지에 따라 임차인 유치나 매출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주차장 전용 용지는 연면적의 30%까지 상가·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있어서 주차이용 수익에 임대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 더구나 주차장 전용 상가의 임대수익률은 일반 상가의 수익률보다 높은 편이다. 주차장 전용 상가의 전용률도 통상 60~80%에 달해 공간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인기비결이다. 

주의할 점은 있다. 건물 연면적의 70%를 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 상권이 활성화하지 않는다면 주차장 임대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속초 W주차타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 일번지 속초에 신개념 상가가 선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속초의 강남 로데오 상권에 들어서는 속초 최초의 주차장 전용 상가인 ‘속초 W주차타워’.


연면적 1만3322.1795㎡,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다. 지상 1층은 근린생활시설(12개 점포)로, 권장업종은 자동차 관련 업종, 마트, 편의점, 음식점, 미용실, 애견 용품점 등이다. 지상 2~ 8층이 주차장으로 운영된다. 지상 9층과 10층은 각각 9개 점포로 권장업종은 패밀리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와인바, 프리미엄 뷔페 등이다. 옥상은 약 1320㎡ 규모의 유럽풍 바다정원이 조성되어 지역의 명소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속초에 들어서는 주차전용(239 대) 근린생활시설로, 주차난이 심화된 로데오거리에서 유동인구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프리미엄 주차타워라는 평가다. 속초의 명물 청초호가 직선거리로 5m 내에 위치해 있다. 9층과 10층 점포의 경우 청초호 및 동해바다의 탁월한 조망이 가능하다. 속초시 내의 생활인프라 밀집 지역으로 선호도가 높은 입지며 젊은층이 집객하는 로데오 거리와 관광객이 몰리는 중앙시장 등이 인근에 있어 풍부한 임대 수요를 자랑한다.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예정.

지식산업센터 상가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상가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내 자체 업무시설의 고정적인 배후수요를 누림과 동시에 독점성·희소성 등으로 최근 분양시장 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는 일반 상가와 달리 구매력 좋은 기업체 관계자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상권이 쉽게 활성화된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가 도심 내 위치한다. 매머드급 규모에 입지, 교통 등이 모두 잘 갖춰진 곳에 조성되는 경우가 많아 유동인구 확보도 수월하다. 게다가 대부분 전체 연면적의 10% 내외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 내부 업종도 겹치지 않도록 MD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 독점성도 일정 이상 보장된다. 편의점이나 구내식당, 문구점 등 기업들이 자주 이용하게 되는 업종 등이 인기다.

▲김포 경동 미르웰시티= 경동건설산업은 김포 한강신도시 장기동 내 최대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상가 복합건물인 ‘경동 미르웰시티’지원상가를 분양하고 있다. 시공은 신세계건설에서 맡았다. 연면적 7만2526.83㎡, 지하 3층~지상 7층, 1개동 규모다.

지식산업센터와 투자자와 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1층에만 공급되는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원상가는 총 67개 점포, 총 전용면적 3431㎡(1038평)으로 아파트 1000세대 규모인 약 3000명의 근무자가 상주·소비하므로 투자의 안정성과 임차인 확보가 용이한 독점상권 형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스타벅스, 올리브영, 뚜레쥬르, 은행 등이 입점이 확정돼 있다. 상가 추천업종으로는 금융기관, 베이커리, 전문음식점, 커피전문점, 분식점, 문구점, 중개업소 등이 있다.

“6·13 여당 압승으로
세재 개편안 급물살”

3.3㎡당 분양가는 2400만~ 2700만원(부가세별도)선으로 계약금 10%에 중도금 3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법정대수인 268대의 188.06%에 달하는 총 504대의 주차 공간이 확보돼 외부 고객 유입에 유리하다. 출입구가 총 7곳이라 점포 간 유기적인 연결이 용이하다. 지식산업센터 내 입주기업 종사자들을 배후수요 독점할 수 있는 데다 인근의 국민연금관리공단, KT&G, 한국농어촌공사, 김포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도 간접수요로 흡수할 수 있다. 단지 맞은편에는 종합의료시설 건립이 예정돼 있다. 

지하철 직통 상가

상가투자하면 역시 역세권을 떠올리기 쉽다. 역세권 상가 중에서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 상가는 인기가 더 높다.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된 상가는 풍부한 유동인구를 가장 먼저 흡수할 수 있는 만큼 랜드마크 상가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강남센트럴시티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하철역과 연결된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또 영등포역 타임스퀘어,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신촌역 현대백화점 등도 지하철과 직접 연결된 쇼핑 동선을 확보, 유동인구가 넘쳐나고 상권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입주한 래미안용산 상가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 초역세권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용산역과 상가 지하 1층이 직접 연결돼 상가 매매가격도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8억2400만원에 분양됐던 상가 시세는 현재 8억5000만원선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안 아인애비뉴= 인천 남구 주안 2, 4동 일원 재정비 촉진지구 내 도시개발 1구역에서는 신개념 메디 앤 라이프 복합몰 ‘아인애비뉴’가 분양한다. 시민공원역과 직접 연결되며, 연면적 7만50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의 스트리트형 하이브리드몰로 지어진다. 주안동 주변 배후수요 및 유동인구 등 총 100만명 이상의 풍부한 유입이 예상된다. 지하로는 지하철역이 이어지고 지상으로는 시민공원역 사거리 코너 자리에 위치해 입지가 우수하다. 

연간 84만여명이 방문하는 인천 서울여성병원이 단지 내로 신축 이전할 예정으로, 이와 연계된 메디컬 특화 상가로 꾸며질 것이다. 임산부 전문 문화센터인 ‘마더비’, 일본의 ‘아가짱 혼포’를 벤치마킹한 대형 출산·육아·유아용품 전문점이 입점 계획이다. 최근 저출산 기조 속에 온 가족의 소비가 한 아이에게 집중돼 불경기임에도 고가품이 잘 팔리는 현상을 일컫는 ‘에잇포켓’소비 트렌드가 유통의 주요한 키워드인 만큼 마더비나 대형 출산·육아·유아용품 전문점은 가임기 여성과 주변 가족, 지인들에게도 유용한 테넌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 밖에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서점,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밀리 레스토랑, 뷰티&에스테틱 전문점 등도 입점 유치해 전 연령대별로 다양한 니즈 충족에도 충실할 예정이다. 인천 주안역 상권이 가깝고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사업지 양옆으로 대규모 신흥 상권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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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