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연장’ 당청 교감 밀착취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0:37:37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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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당겨주고 누군 밀쳐내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와 국회 상임위원 배정을 앞두고 당정청이 내밀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첩보가 정치권 안팎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목적은 정권 연장, 다시 말해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정청 일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긴밀한 조직적 협조관계 속에서 단일 리더십으로 뭉치고 있는 현 집권세력의 실태를 밀착취재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판가름하는 엄중함 때문일까. 전대에 출마할 당 대표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팎에서는 치열한 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정보는 물론 배제하려는 역정보까지 판을 친다. 이번 전대는 ‘문심(文心)’으로 점철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를 향해 있느냐가 당선자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정보전의 양상도 문심과 닿아있다.

전대 앞두고
정보전 발발

최근까지 자천타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열댓 명쯤 된다. 7선 이해찬 의원부터 5선 이종걸 의원, 4선 김진표·김부겸·박영선·송영길·설훈·최재성 의원, 3선 우상호·이인영·우원식·윤호중 의원, 재선 전해철 의원, 초선 김두관 의원 등이다(지난 15일 전해철 의원 불출마 선언).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부와 청와대의 의중이 A의원을 향해 있다는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의원이 차기 당 대표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총리실 보고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A의원은 계파색이 타 후보에 비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정부와 청와대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잡음을 덜 발생시킬 당권주자로 꼽힌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총리실서 청와대로 보고가 올라간 시점은 ‘부엉이 모임’의 존재가 언론에 집중 조명됐던 때라고 한다.


부엉이 모임은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였다. 뼈문·진문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식사를 한다는 소식은 이내 전대와 연결돼 폭발력을 일으켰다. 이들이 친문(친 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칫 당내 계파주의를 부추긴다고 비춰질 수 있는 친문 모임에 청와대가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우리가 여당일 때 계파는 당시 야당의 좋은 먹잇감이었다”며 “여당은 어떻게든 책잡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이 볼 때도 밀어주니 계파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모임의 존재가 논란을 낳자 곧바로 해산을 선언했다. A의원은 당내서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논란이 된 뼈문·진문 계열과는 거리가 있다.

계파색 옅은
경제 전문가

A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여타 후보들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안팎서 퍼지고 있는 A의원 당 대표론은 당정청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읽힌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일자리 수석 교체를 단행했다. 민생과 일자리 지표 악화에 따른 문책성 교체라는 분석이다. 


소득주도성장서 혁신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변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1년 사이 문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서 “정부의 성패는 경제 문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너무 초조하다”라며 “정부가 성과를 낼 시간적 여유가 짧게는 6개월, 길게 잡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출범 이후 경제 분야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문정부 입장서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당대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A의원뿐 아니라 다른 당권주자들에 대한 정보도 속속 들려온다. 대표적으로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정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관계자들 중 일부는 ‘두 사람의 만남은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합의 추대’를 원하는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서 문 대통령이 이 의원에게 출마를 권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친노 좌장과 현직 대통령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전대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총리실→BH→민주당, A의원 밀어주나
B·C·D의원은? 특정인사 배제 의혹

두 사람의 독대설이 사실 역정보라는 주장도 있다. 당권도전을 준비 중인 친문 성향의 의원실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기를 원하는 당내 인사들이 다른 친문 주자들의 출마 의지를 꺾으려고 거짓 소문을 살포했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해당 의원실 측은 이 의원이 최근 1개월간 청와대 출입기록이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코멘트를 증거로 제시했다.

본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당권도전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과거 일까지 최근 국회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김 장관이 러시아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은 문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나눈 짧은 대화가 당권도전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해석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의 경우처럼 김 장관의 경우도 각각 다른 해석이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나눈 짧은 대화가 김 장관의 출마를 말리는 신호였다는 쪽과 김 장관이 당에 복귀해 자칫 패권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현재 친문 주도의 상황을 막아달라는 신호였다는 쪽이 양립한다. 

당내에서는 친문 후보를 막을 수 있는 비문(비 문재인) 성향의 당권주자로 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꼽힌다.


정보의 홍수
후보 밀어주기

청와대가 국회 상임위원 배정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여당을 강타했다. 앞서 당대표 후보와 관련해서는 특정 안사를 추천하는 식이었다면, 상임위원과 관련해서는 특정 인사를 배제하는 식이다.

최근 당 안팎에선 청와대가 상반기 정무위원 중 B·C·D의원이 하반기에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로 전달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한 당 지도부는 세 의원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세 의원 중 한 의원은 “얼마 전에 윗선으로부터 정무위를 떠나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 의원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정무위를 1순위로 희망한다는 의사를 당에 알린 상태였다.
 

이들 세 의원이 정무위서 배제된 이유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대체로 대기업과 관련해 그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 배제의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B의원은 정치권서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등 특정 기업과 관련해 법안을 다수 발의한 이력이 있다.

세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정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는 점도 정무위 배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로 묶어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행법상의 규정이다. 


세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의사를 고수해왔다.

기업 대관들 반색, 이유는 ‘국감’
문정부 경제 우클릭, 지지율 때문

반면 당정청은 최근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기조를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아직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존재한다.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혁신점검회의가 갑자기 취소된 것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여당 의원들과 조율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진다.

더 나아가 당은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을 정무위에 배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무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를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다. 이 같은 소식은 당내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진보 측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여당 지도부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에게 정무위 대신 환노위 등으로 옮기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세 의원 역시 당 지도부로부터 상임위를 옮기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외에도 대기업·금융사 규제에 앞장서왔던 복수의 정무위원들이 상임위를 옮기라는 언질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당청은 국회 정무위 의석 배정을 말 그대로 ‘정무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문정부 청와대의 기조와 부합하지 않은 의원들을 특정 상임위서 배제하는 식이다.

기업 측은 벌써부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위 기업 저격수로 불렸던 의원 상담수가 소관 상임위를 떠나면 당장 9∼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모 기업 대관은 “우리와 악연이 많았던 의원이 다른 상임위로 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상임위를 옮기더라도 사안에 따라 겹칠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반색했다.

이처럼 당청이 당 대표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에 교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지표 반등→지지율 상승→국정동력 회복→성공한 정부→정권재창출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내기 위함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반을 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4주만 놓고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주 동안 10%포인트가 하락했다. ▲민생·경제 악화 ▲북미관계 난항 등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 심판으로 출범한 현 정부로서는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국정운영 동력일 수밖에 없다. 문정부가 계획했던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4년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반색하는 기업
“부담 줄었다”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지표를 어떻게 반등시키냐다. 최근 경제와 관련해 문정부 청와대가 우클릭을 하려는 모습도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함으로 읽힌다. 당내 경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A의원이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점, B·C·D의원을 국회 정무위서 다른 상임위로 배정하려는 점 모두 경제 지표를 반등시키길 원하는 당정청의 고심서 나온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인 피랍 엠바고 진실공방

최근 리비아서 한국인이 피랍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엠바고(보도 시점을 결정하는 행위)를 걸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미국 <ABC뉴스>는 리비아 무장 괴한들이 타제르보 급수시설을 급습해 납치한 두 명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외신들이 지난 7일 리비아서 납치된 수급시설 기술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 당국 관계자가 전한 것이라고 출처까지 나왔다. 

국내서도 이 같은 외신보도가 나왔다”며 “현재 우리 정부는 한국인 납치 여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국내 네티즌과 리비아 파견 기술자 가족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서 엠바고를 건 것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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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