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연장’ 당청 교감 밀착취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0:37:37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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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당겨주고 누군 밀쳐내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와 국회 상임위원 배정을 앞두고 당정청이 내밀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첩보가 정치권 안팎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목적은 정권 연장, 다시 말해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정청 일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긴밀한 조직적 협조관계 속에서 단일 리더십으로 뭉치고 있는 현 집권세력의 실태를 밀착취재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판가름하는 엄중함 때문일까. 전대에 출마할 당 대표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팎에서는 치열한 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정보는 물론 배제하려는 역정보까지 판을 친다. 이번 전대는 ‘문심(文心)’으로 점철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를 향해 있느냐가 당선자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정보전의 양상도 문심과 닿아있다.

전대 앞두고
정보전 발발

최근까지 자천타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열댓 명쯤 된다. 7선 이해찬 의원부터 5선 이종걸 의원, 4선 김진표·김부겸·박영선·송영길·설훈·최재성 의원, 3선 우상호·이인영·우원식·윤호중 의원, 재선 전해철 의원, 초선 김두관 의원 등이다(지난 15일 전해철 의원 불출마 선언).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부와 청와대의 의중이 A의원을 향해 있다는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의원이 차기 당 대표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총리실 보고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A의원은 계파색이 타 후보에 비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정부와 청와대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잡음을 덜 발생시킬 당권주자로 꼽힌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총리실서 청와대로 보고가 올라간 시점은 ‘부엉이 모임’의 존재가 언론에 집중 조명됐던 때라고 한다.


부엉이 모임은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였다. 뼈문·진문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식사를 한다는 소식은 이내 전대와 연결돼 폭발력을 일으켰다. 이들이 친문(친 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칫 당내 계파주의를 부추긴다고 비춰질 수 있는 친문 모임에 청와대가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우리가 여당일 때 계파는 당시 야당의 좋은 먹잇감이었다”며 “여당은 어떻게든 책잡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이 볼 때도 밀어주니 계파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모임의 존재가 논란을 낳자 곧바로 해산을 선언했다. A의원은 당내서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논란이 된 뼈문·진문 계열과는 거리가 있다.

계파색 옅은
경제 전문가

A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여타 후보들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안팎서 퍼지고 있는 A의원 당 대표론은 당정청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읽힌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일자리 수석 교체를 단행했다. 민생과 일자리 지표 악화에 따른 문책성 교체라는 분석이다. 


소득주도성장서 혁신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변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1년 사이 문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서 “정부의 성패는 경제 문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너무 초조하다”라며 “정부가 성과를 낼 시간적 여유가 짧게는 6개월, 길게 잡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출범 이후 경제 분야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문정부 입장서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당대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A의원뿐 아니라 다른 당권주자들에 대한 정보도 속속 들려온다. 대표적으로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정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관계자들 중 일부는 ‘두 사람의 만남은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합의 추대’를 원하는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서 문 대통령이 이 의원에게 출마를 권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친노 좌장과 현직 대통령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전대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총리실→BH→민주당, A의원 밀어주나
B·C·D의원은? 특정인사 배제 의혹

두 사람의 독대설이 사실 역정보라는 주장도 있다. 당권도전을 준비 중인 친문 성향의 의원실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기를 원하는 당내 인사들이 다른 친문 주자들의 출마 의지를 꺾으려고 거짓 소문을 살포했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해당 의원실 측은 이 의원이 최근 1개월간 청와대 출입기록이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코멘트를 증거로 제시했다.

본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당권도전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과거 일까지 최근 국회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김 장관이 러시아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은 문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나눈 짧은 대화가 당권도전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해석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의 경우처럼 김 장관의 경우도 각각 다른 해석이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나눈 짧은 대화가 김 장관의 출마를 말리는 신호였다는 쪽과 김 장관이 당에 복귀해 자칫 패권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현재 친문 주도의 상황을 막아달라는 신호였다는 쪽이 양립한다. 

당내에서는 친문 후보를 막을 수 있는 비문(비 문재인) 성향의 당권주자로 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꼽힌다.


정보의 홍수
후보 밀어주기

청와대가 국회 상임위원 배정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여당을 강타했다. 앞서 당대표 후보와 관련해서는 특정 안사를 추천하는 식이었다면, 상임위원과 관련해서는 특정 인사를 배제하는 식이다.

최근 당 안팎에선 청와대가 상반기 정무위원 중 B·C·D의원이 하반기에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로 전달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한 당 지도부는 세 의원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세 의원 중 한 의원은 “얼마 전에 윗선으로부터 정무위를 떠나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 의원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정무위를 1순위로 희망한다는 의사를 당에 알린 상태였다.
 

이들 세 의원이 정무위서 배제된 이유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대체로 대기업과 관련해 그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 배제의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B의원은 정치권서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등 특정 기업과 관련해 법안을 다수 발의한 이력이 있다.

세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정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는 점도 정무위 배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로 묶어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행법상의 규정이다. 


세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의사를 고수해왔다.

기업 대관들 반색, 이유는 ‘국감’
문정부 경제 우클릭, 지지율 때문

반면 당정청은 최근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기조를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아직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존재한다.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혁신점검회의가 갑자기 취소된 것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여당 의원들과 조율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진다.

더 나아가 당은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을 정무위에 배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무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를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다. 이 같은 소식은 당내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진보 측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여당 지도부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에게 정무위 대신 환노위 등으로 옮기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세 의원 역시 당 지도부로부터 상임위를 옮기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외에도 대기업·금융사 규제에 앞장서왔던 복수의 정무위원들이 상임위를 옮기라는 언질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당청은 국회 정무위 의석 배정을 말 그대로 ‘정무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문정부 청와대의 기조와 부합하지 않은 의원들을 특정 상임위서 배제하는 식이다.

기업 측은 벌써부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위 기업 저격수로 불렸던 의원 상담수가 소관 상임위를 떠나면 당장 9∼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모 기업 대관은 “우리와 악연이 많았던 의원이 다른 상임위로 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상임위를 옮기더라도 사안에 따라 겹칠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반색했다.

이처럼 당청이 당 대표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에 교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지표 반등→지지율 상승→국정동력 회복→성공한 정부→정권재창출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내기 위함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반을 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4주만 놓고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주 동안 10%포인트가 하락했다. ▲민생·경제 악화 ▲북미관계 난항 등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 심판으로 출범한 현 정부로서는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국정운영 동력일 수밖에 없다. 문정부가 계획했던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4년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반색하는 기업
“부담 줄었다”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지표를 어떻게 반등시키냐다. 최근 경제와 관련해 문정부 청와대가 우클릭을 하려는 모습도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함으로 읽힌다. 당내 경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A의원이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점, B·C·D의원을 국회 정무위서 다른 상임위로 배정하려는 점 모두 경제 지표를 반등시키길 원하는 당정청의 고심서 나온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인 피랍 엠바고 진실공방

최근 리비아서 한국인이 피랍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엠바고(보도 시점을 결정하는 행위)를 걸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미국 <ABC뉴스>는 리비아 무장 괴한들이 타제르보 급수시설을 급습해 납치한 두 명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외신들이 지난 7일 리비아서 납치된 수급시설 기술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 당국 관계자가 전한 것이라고 출처까지 나왔다. 

국내서도 이 같은 외신보도가 나왔다”며 “현재 우리 정부는 한국인 납치 여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국내 네티즌과 리비아 파견 기술자 가족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서 엠바고를 건 것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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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