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연장’ 당청 교감 밀착취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16 10:37:37
  • 호수 1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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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당겨주고 누군 밀쳐내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이하 전대)와 국회 상임위원 배정을 앞두고 당정청이 내밀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첩보가 정치권 안팎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목적은 정권 연장, 다시 말해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정청 일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긴밀한 조직적 협조관계 속에서 단일 리더십으로 뭉치고 있는 현 집권세력의 실태를 밀착취재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판가름하는 엄중함 때문일까. 전대에 출마할 당 대표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팎에서는 치열한 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정보는 물론 배제하려는 역정보까지 판을 친다. 이번 전대는 ‘문심(文心)’으로 점철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를 향해 있느냐가 당선자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정보전의 양상도 문심과 닿아있다.

전대 앞두고
정보전 발발

최근까지 자천타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열댓 명쯤 된다. 7선 이해찬 의원부터 5선 이종걸 의원, 4선 김진표·김부겸·박영선·송영길·설훈·최재성 의원, 3선 우상호·이인영·우원식·윤호중 의원, 재선 전해철 의원, 초선 김두관 의원 등이다(지난 15일 전해철 의원 불출마 선언).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부와 청와대의 의중이 A의원을 향해 있다는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의원이 차기 당 대표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총리실 보고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A의원은 계파색이 타 후보에 비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정부와 청와대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잡음을 덜 발생시킬 당권주자로 꼽힌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총리실서 청와대로 보고가 올라간 시점은 ‘부엉이 모임’의 존재가 언론에 집중 조명됐던 때라고 한다.


부엉이 모임은 최근 정치권의 최대 이슈였다. 뼈문·진문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식사를 한다는 소식은 이내 전대와 연결돼 폭발력을 일으켰다. 이들이 친문(친 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칫 당내 계파주의를 부추긴다고 비춰질 수 있는 친문 모임에 청와대가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우리가 여당일 때 계파는 당시 야당의 좋은 먹잇감이었다”며 “여당은 어떻게든 책잡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이 볼 때도 밀어주니 계파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엉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모임의 존재가 논란을 낳자 곧바로 해산을 선언했다. A의원은 당내서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논란이 된 뼈문·진문 계열과는 거리가 있다.

계파색 옅은
경제 전문가

A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여타 후보들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안팎서 퍼지고 있는 A의원 당 대표론은 당정청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읽힌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일자리 수석 교체를 단행했다. 민생과 일자리 지표 악화에 따른 문책성 교체라는 분석이다. 


소득주도성장서 혁신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변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1년 사이 문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서 “정부의 성패는 경제 문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너무 초조하다”라며 “정부가 성과를 낼 시간적 여유가 짧게는 6개월, 길게 잡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출범 이후 경제 분야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문정부 입장서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당대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A의원뿐 아니라 다른 당권주자들에 대한 정보도 속속 들려온다. 대표적으로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정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관계자들 중 일부는 ‘두 사람의 만남은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합의 추대’를 원하는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서 문 대통령이 이 의원에게 출마를 권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친노 좌장과 현직 대통령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전대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총리실→BH→민주당, A의원 밀어주나
B·C·D의원은? 특정인사 배제 의혹

두 사람의 독대설이 사실 역정보라는 주장도 있다. 당권도전을 준비 중인 친문 성향의 의원실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기를 원하는 당내 인사들이 다른 친문 주자들의 출마 의지를 꺾으려고 거짓 소문을 살포했다”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해당 의원실 측은 이 의원이 최근 1개월간 청와대 출입기록이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코멘트를 증거로 제시했다.

본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당권도전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과거 일까지 최근 국회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김 장관이 러시아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은 문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나눈 짧은 대화가 당권도전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해석이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의 경우처럼 김 장관의 경우도 각각 다른 해석이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과 나눈 짧은 대화가 김 장관의 출마를 말리는 신호였다는 쪽과 김 장관이 당에 복귀해 자칫 패권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현재 친문 주도의 상황을 막아달라는 신호였다는 쪽이 양립한다. 

당내에서는 친문 후보를 막을 수 있는 비문(비 문재인) 성향의 당권주자로 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꼽힌다.


정보의 홍수
후보 밀어주기

청와대가 국회 상임위원 배정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여당을 강타했다. 앞서 당대표 후보와 관련해서는 특정 안사를 추천하는 식이었다면, 상임위원과 관련해서는 특정 인사를 배제하는 식이다.

최근 당 안팎에선 청와대가 상반기 정무위원 중 B·C·D의원이 하반기에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등 다른 상임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로 전달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한 당 지도부는 세 의원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세 의원 중 한 의원은 “얼마 전에 윗선으로부터 정무위를 떠나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 의원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정무위를 1순위로 희망한다는 의사를 당에 알린 상태였다.
 

이들 세 의원이 정무위서 배제된 이유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대체로 대기업과 관련해 그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 배제의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B의원은 정치권서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등 특정 기업과 관련해 법안을 다수 발의한 이력이 있다.

세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정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는 점도 정무위 배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로 묶어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행법상의 규정이다. 


세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의사를 고수해왔다.

기업 대관들 반색, 이유는 ‘국감’
문정부 경제 우클릭, 지지율 때문

반면 당정청은 최근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기조를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아직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존재한다.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혁신점검회의가 갑자기 취소된 것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여당 의원들과 조율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진다.

더 나아가 당은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을 정무위에 배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무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를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다. 이 같은 소식은 당내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진보 측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여당 지도부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에게 정무위 대신 환노위 등으로 옮기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세 의원 역시 당 지도부로부터 상임위를 옮기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외에도 대기업·금융사 규제에 앞장서왔던 복수의 정무위원들이 상임위를 옮기라는 언질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당청은 국회 정무위 의석 배정을 말 그대로 ‘정무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문정부 청와대의 기조와 부합하지 않은 의원들을 특정 상임위서 배제하는 식이다.

기업 측은 벌써부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위 기업 저격수로 불렸던 의원 상담수가 소관 상임위를 떠나면 당장 9∼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모 기업 대관은 “우리와 악연이 많았던 의원이 다른 상임위로 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상임위를 옮기더라도 사안에 따라 겹칠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반색했다.

이처럼 당청이 당 대표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에 교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지표 반등→지지율 상승→국정동력 회복→성공한 정부→정권재창출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내기 위함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반을 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4주만 놓고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주 동안 10%포인트가 하락했다. ▲민생·경제 악화 ▲북미관계 난항 등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 심판으로 출범한 현 정부로서는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국정운영 동력일 수밖에 없다. 문정부가 계획했던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4년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반색하는 기업
“부담 줄었다”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지표를 어떻게 반등시키냐다. 최근 경제와 관련해 문정부 청와대가 우클릭을 하려는 모습도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함으로 읽힌다. 당내 경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A의원이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점, B·C·D의원을 국회 정무위서 다른 상임위로 배정하려는 점 모두 경제 지표를 반등시키길 원하는 당정청의 고심서 나온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인 피랍 엠바고 진실공방

최근 리비아서 한국인이 피랍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엠바고(보도 시점을 결정하는 행위)를 걸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미국 <ABC뉴스>는 리비아 무장 괴한들이 타제르보 급수시설을 급습해 납치한 두 명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외신들이 지난 7일 리비아서 납치된 수급시설 기술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 당국 관계자가 전한 것이라고 출처까지 나왔다. 

국내서도 이 같은 외신보도가 나왔다”며 “현재 우리 정부는 한국인 납치 여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국내 네티즌과 리비아 파견 기술자 가족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서 엠바고를 건 것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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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