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1)전시효과

생색만 내는 당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개소문이 연정토와 큰 아들 남생에게 평양성을 당부하고 남건을 위시하여 고문, 고연무, 두방루, 검모잠, 뇌음신 등 장수들을 대동하고 성을 나서 박작성, 오골성, 신성을 거쳐 천리장성을 따라 요동성에 도착했다.

요동성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국경순찰을 강화하는 중에 온사문은 승병을 조직하여 두세 명 단위로 속속 국경을 넘어 일차 집결지인 화원진에 집결했다. 

그곳에서 당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점검을 취하고는 다시 이차 집결지, 당의 수도가 있는 장안으로 이동했다. 

온사문의 승리

산시성에 도착한 온사문이 당군의 경계가 삼엄한 상황을 접하고 인근인 황산(橫山)에 진지를 구축했다. 


속속 승병들이 모여들자 온사문이 전열을 정비하고 승병들에게 각자 지참한 고구려 군사의 옷으로 갈아입도록 또한 투구형 모자를 쓰도록 했다. 

아울러 진지의 누각에 삼족오 깃발을 세웠다.

그 소식을 접한 당은 비상이 걸렸고 즉각 설인귀로 하여금 대처토록 했다. 

오래지 않아 설인귀의 부대가 황산에 이르자 누각에 올라선 온사문이 그들의 행태를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이미 설인귀에 대한 이야기는 연개소문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던 온사문이 급히 전투태세에 임했다. 

임시방편으로 나무로 얼기설기 짠 진의 곳곳에 허술하게 만든 허수아비를 세워 고구려군 복장을 입히고 소수의 군사들만 남겨두고 밤에 숲에 매복했다.

멀리서 살피던 설인귀가 척후병을 보내어 고구려 진영을 염탐했다. 


세밀하게 살핀 척후병이 고구려의 상황을 세세하게 보고하자 설인귀가 연개소문에게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고구려 군사의 다수가 허수아비란 사실을 상기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고구려 병사들이 그곳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온 점, 아울러 전에 당했던 경험처럼 되지는 않으리란 생각으로 다음 날 날이 밝기 무섭게 선두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침공을 감행했다.   

그를 살피던 소수의 고구려 군사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설인귀를 필두로 당나라 군사들이 허술한 목책을 뚫고 진을 유린하기 시작한 시점에 온사문이 숲에서 앞으로 나섰다.

“자네가 설인귀인가!”

설인귀가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덩치는 자신만하고 우직하게 생긴 사람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네 놈이 누구기에 이 대장군의 명성을 알고 있는 게냐!”

“대장군이라고, 미련한 놈 같으니.”

간단하게 말을 끝낸 온사문이 칼을 뽑아 들었다. 

순간 숲에서 함성이 울리며 불화살과 화살이 고구려 진지를 향해 비 오듯 날아들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당당했던 당나라 군사들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이어 불화살이 허수아비에 떨어져 불꽃이 일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혼비백산으로 변해갔다.


“당나라 오랑캐 놈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라!”

온사문의 고함에 북소리가 울리며 고구려의 승병들이 긴 창을 들고 앞으로 뛰쳐나갔고 뒤를 이어 칼을 든 병사들이 거센 기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던 설인귀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퇴각명령을 내리자 당나라 군사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달려 나오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계략으로 설인귀를 쫓아내다…허수아비는 미끼
수군만 보낸 당 속내는?…김유신 “직접 결판” 

660년 새해가 밝자 무열왕은 금강 대신 김유신을 상대등으로 삼아 조정의 체제를 정비하고 전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 당나라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당고종이 좌무위대장군 소정방을 신구도행군대총관으로 삼고 김인문을 부대총관으로 삼아, 좌효위장군 유백영 등 수군과 육군 십삼만 명을 거느리고 백제를 치게 하였다. 

또 칙명으로 무열왕을 우이도행군총관으로 삼아 군사를 거느리고 그들을 응원하게 하였다.

신라와의 협력문제 때문에 선발대로 도착한 김인문으로부터 당군이 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신라 조정이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군이 출발했다는데 우리 측은 어찌 대응해야겠소?”

김유신이 답에 앞서 인문을 주시했다.

“저하, 먼저 당 측의 계획을 알려주시오.”

“당의 군사들은 내주를 출발하여 덕물도(德物島, 인천 옹진군 덕적면)에 집결하기로 하였습니다.”

“십삼만 군사 모두 말입니까?”

“그러합니다.”

순간 유신의 얼굴에 공허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러시오, 상대등 대감.”

“당에서 십삼만의 군사가 온다 하는데, 진짜 그만한 병력이 오는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바다를 건너온다면 다수가 수군들로 사료됩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당나라에서는 이번 전투에 생색만 내겠다는 의미로 비쳐집니다.”

“생색만 내다니요?”

“백제를 침공하는데 수군이 어찌 가당하겠습니까?”

수군을 되뇐 무열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전하, 그렇다고 너무 심려 마십시오.”

“무슨 이야기입니까?”

“일종의 전시효과입니다.”

“전시효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군의 사기인데, 그런 측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울러 뭔가요?”

무열왕이 급했던 모양으로 급히 유신의 말을 가로챘다.

“어차피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입니다. 후에 당이 공적을 거론하며 시시콜콜 개입할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백제와 결판내는 방식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당나라 군사들을 무시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신라의 각오를 다진다는 뜻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면 짐은 어찌할까요?”

“당나라 군사들의 문제는 왕자들에게 맡기시고 전하께서는 소장과 함께 신라군의 사기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움직이도록 하심이 가한 줄로 아룁니다.”

“짐이 맞이하지 않는다고 다른 뜻을 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진짜 저들의 신하처럼 행동하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유신이 춘추의 큰 아들 법민을 주시했다.

“그 부분은 저하께 일임하도록 하시지요.”

“아바마마, 그렇게 하셔도 무방할 듯하옵니다.”

답을 하는 법민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무열왕이 법민에게 당군을 맞이하라 지시하고 김유신과 진주, 천존 등을 거느리고 북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천정(南川停, 이천 설봉산성)까지 이르는 동안 신라군의 전열을 점검하며 독려하던 무열왕 일행이 다시 남으로 길을 잡아 금돌성(今突城, 상주시 모동면 소재)에 도착해 머무는 중 당나라 군사들이 덕물도에 도착했다.

“신라의 왕은 무엇하고 경이 맞이하는 거요!”

소정방의 말투뿐만 아니라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입니다. 하오나 신라의 왕은 지금 대장군을 학수고대하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백제 침공 시작

“어디서 기다린다는 말이오!”

“먼 길 오신 대장군의 수고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신라 전 지역을 돌며 대장군의 지원 사실을 알리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장군께서 오셨다는 사실을 들으시면 자다 말고 새벽같이 일어나 달려오실 것입니다.”

소정방이 머쓱한지 괜히 헛기침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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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