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잠 못 자는 사람들, 방법은?

지금부터 찜통…수면장애 주의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면은 삶의 질과 관계가 아주 깊다. 수면의 양과 질은 건강과 직결된다. 잠을 잘 못자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다음날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잠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대인의 적으로 떠오른 ‘수면장애’에 대해 알아봤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이 예보한 대로 7월 하순경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된다. 낮의 더위는 밤을 위협한다. 더위와 열대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밤의 더위로 잠 못 드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더위와 전쟁

#1. A씨는 벌써 수년째 수면시간이 4∼5시간 정도다. 이른 출근과 잦은 야근으로 주중엔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회사에 출근하면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찾지만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는 것은 점심시간 즈음이다. 업무 효율도 오후나 돼야 오르기 시작한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주말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지만 피로는 풀리지 않는다.

#2. B씨는 오후 10시면 칼처럼 잠자리에 든다.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 하지만 그 사이 화장실을 가야 해서, 목이 말라서,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는 일이 빈번하다. 깊게 잔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침대에 누워 있는 건 8시간이지만 실제 수면시간은 6시간도 안 되는 느낌이다.

#3. C씨는 밤마다 전쟁이다. 다음날을 위해 침대에 누워도 실제 잠에 빠지기까지 2시간도 더 걸린다.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셔도 똑같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잠이 오는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한참 동안 뒤척이기 일쑤다. 토막잠을 잤다가 일어나면 머리가 몽롱하고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다.


장마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
수면 가볍게 생각했다간 큰병

일반적으로 수면장애라고 하면 불면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은 잠을 잘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있지만 수면의 시작과 지속 등에 있어 문제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잠들기 어렵고 잠에 빠진다 해도 유지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도 원기 회복이 되지 않는다.

수면장애는 이보다 더 포괄적이다.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잠을 자고도 낮 동안 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등을 포함하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불면증, 과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부터 코골이, 수면무호흡증도 수면장애에 포함된다.

과면증은 7시간 이상 자고도 낮 동안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기면증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갑자기 덮쳐 십수 분간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기에 처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학업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운전 중일 때 나타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잠들 때마다 다리 부근에 불편을 느껴 잠을 못 이루는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고통을 토로하는 환자들은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최근에는 7세 이전 아동에게서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어릴 때 나타나는 성장통 중 일부는 수면장애와 관계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면무호흡증도 수면장애로 분류된다. 말 그대로 자는 도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잠을 잘 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하룻밤 새 40회 이상 나타날 경우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 낮 동안에 피로감을 크게 느낀다.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감,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민의 수면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생산성 손실액이 전국적으로 1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경기연구원 이은환 연구위원 등은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질환자는 2014년 75만7000여명서 2016년 88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수면장애로 생산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경기도 내에서만 연간 2조6470억원, 전국적으로는 11조4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성 저하로 경제적 손실
전국적으로 연간 11조 추산

많은 사람들은 ‘잠을 잘 못 잔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볍게 여겼다가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게 바로 수면장애다. 이 같은 수면장애는 여름철에 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열대야와 폭염이 양질의 수면을 방해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미 더위로 육체·정신이 지친 상태의 사람에게 찾아온 수면장애는 만성피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열대야는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밤을 말한다. 도시는 교외보다 사람, 건물, 자동차, 공장 등에서 인공열이 엄청나게 발생하기 때문에 열대야가 더 자주 나타난다. 서울시민들이 한강에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는 모습은 여름철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열대야로 인한 더위는 중추신경계서 체온과 수면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영향을 미친다. 시상하부가 더위에 자극을 받아 깨어있는 상태가 이어지면 잠을 이루기 어렵다. 반복된 열대야는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잠을 못 자기 때문에 불거지는 스트레스로 더욱 잠을 잘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올해도 더위와의 전쟁이 예정돼있다. 지난달 24일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이미 올해 첫 열대야가 기록됐다. 경북 내륙지역서도 폭염경보가 발효되면서 무더위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강원 동해안 지역에선 6월23일 밤부터 24일 아침까지 기온이 25도를 웃돌았다. 지난해 6월30일보다 7일이나 빨리 나타났다.

열대야는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했던 1994년을 기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73∼1993년에는 평균 열대야 일수가 4.0일, 폭염 일수 8.5일이었지만 1994∼2017년에는 평균 열대야 7.1일, 폭염 12.1일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낮 최고 기온이 최고 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를 내려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 조성부터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실내온도는 18∼23도 사이에 맞추는 게 좋다. TV소리나 음악은 수면의 방해요소다. 스마트폰 역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데 불필요하다.

잠들기 2∼3시간 전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자기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생활은 필수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면 열대야에도 ‘꿀잠’을 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장애가 이어질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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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