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당선인을 만나다> -천안병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44:43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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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대한민국 위해 뛰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9266명의 후보가 저마다의 경쟁력을 내세워 치열한 맞대결을 펼친 결과 4028명의 지역 일꾼이 선출됐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6·13 당선인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첫 번째는 충남 천안병 보궐선거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다.
 

이번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9명의 의사 출신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중 생존자는 단 1명. 바로 30여년간 신경외과전문의로 활동한 윤일규 의원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문의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정직함과 성실함을 우선 가치로 두고 살아왔다며 힘줘 말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그는 정책보다 정략에만 몰두하는 기존 정치인의 행태를 경계했다. 그리고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 일문일답.

- 당선 소감부터
▲나 같은 사람을 뽑아준 지역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일을 맡아서 앞으로 어떤 고난의 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선택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 국회에 입성했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가 고심하고 있다. 흔한 정치인들처럼 하라고 시민들께서 선택하신 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의사로서 올바르고 정직하고 확실하고 합리적인 것을 최고로 여기며 살아왔다. 아직 현실 정치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은 내가 의사였을 때 보였던 정직함과 성실함을 유지해주길 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사회 활동을 했던 분들 중 돌아가신 두 분이 계시다. 한 분은 몇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평소 나에게 진보적인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다른 한 분도 임종 일주일 전에 나를 불러 비슷한 말을 했다. 왜 그분들이 나에게 그런 메시지를 남기셨을까 생각한다. 


그 분들이 꿈꾸던 세상,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사람 사는 세상,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진보적인 세상으로 바꾸는 데 노력을 해줬으면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의 길로 들어서고 보니 그 분들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 당선을 예상했나.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는 당선자 개인의 역량보다 과거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국민들이 열망이 더욱 크게 작용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당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선된 후가 중요하다.

- 당선된 후라면?
▲이전에 두 가지 중요한 혁명이 있었다. 첫 번째가 촛불시민혁명, 두 번째가 6·13지방선거에 일어난 선거혁명이다. 여기서 우리가 제대로 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이지 못하면 시민들은 사회적 제도에 대한 응징에 나설 것이다.

30년 신경전문의, 의사 중 유일 당선
1호 법안? “건강증진보조금 연구 중”


- 시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재벌 중심의 수출 주도였다. 그러나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흘러가 수출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GDP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가까이다. 
 

그런데 일본은 30% 내외다. 일본은 내수의 비중이 높다. 우리도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에게 돈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최저임금인상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기업에서는 최저임금인상 등에 크게 반대한다.
▲지금이 대 전환기다.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는 신념을 갖고 강하게 추진해야 하고 사회는 공감하면서 이 위기를 대처해야 한다. 한번 마중물이 돌기 시작하면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다. 유럽서도 신자유주의 때 가장 먼저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를 올려줬다. 비슷한 논리다.

- 문재인 대통령 자문의를 하셨다. 어떤 인연으로?
▲노무현재단 멤버였다. 문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이었고, 내가 상임운영위원장이었다.


- 출마 선언에서 “문재인 케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문재인 케어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시민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기본 정신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러니 서로가 윈윈할 수 있도록 상대를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야 하지 않겠나. 누군가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의협이 반대하는 이유는 수가 합리성 때문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명확히 해주면 의사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 ‘천안시민정책렌탈(Rental)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프로세스인지?
▲각 지역 시민들이 중심이 돼 정책을 만드는 모델이다. 지켜지지 않는 공약보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만들면 직접 민주주의도 실현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을 경제, 복지 등으로 분류하면 정치인들이 물건 빌려가듯 렌탈해가면 된다. 정치인은 빌려간 정책을 법안으로 만들어 실제로 행하고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다. 정치인들과 협약을 해나갈 예정이다.

- 1호 법안으로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의사로 있으면서 뇌졸중이나 혈관성 치매 환자들을 많이 봤다. 노령화 시대는 급격히 다가오는데 사회적 입원이라고 해서 자식으로부터 버려지듯이 고독한 삶을 사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뇌졸중과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운동이 반드시 들어간다. 그래서 1호 법안으로 40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건강증진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운동이라 볼 수 있으면 국가가 일부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치매나 뇌졸중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chm@ilyosisa.co.kr>


[윤일규는?]

▲경남 거제 출생
▲전남대 대학원 의학 박사
▲제48대 대한신경외과학회 회장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외과 의사
▲제20대 국회의원 (충남 천안병/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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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