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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찾아낸 ‘미시USA’ 실체미국 뜨면 잡아내는 미친 정보력
  • 박창민 기자
  • 등록 2018-07-04 10:27:05
  • 승인 2018.07.04 10:56
  • 호수 1173
  • 댓글 0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행방을 찾아낸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USA’(Missy USA)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언론보다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미국서 일어난 사건사고 보도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정권서 탄압의 대상이었다.  
 

▲미시USA 홈페이지

해외 도피 의혹을 사고 있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이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는 이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단순 정보 교환?
부글부글 게시판

시위에 나선 회원은 “북미 민주 포럼과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이 전 부장을)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다”며 “1년 만에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시USA 회원들은 지난해 8월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미국행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는 이 전 부장의 소식에 대해 자체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부장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인근에 체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시USA서도 이 전 부장을 페어팩스의 한 한인 상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북미 민주포럼 등 교민단체들은 500달러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뒤쫓기도 했다.   

미주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32만명 가입해 운영…폭로·제보 봇물

첫 번째 사진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교민이 서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이 전 부장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찍은 메모가 있다. 

사진 속 피켓에는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논두렁 시계 조작사건 너가 했냐? 맹박(이명박 전 대통령)이냐? 워싱턴 동포를 물로 보냐? 이인규, 끝까지 쫓아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 광우병 사태 공고문

두 번째 사진의 메모엔 “대한민국 검찰은 즉각 이인규를 소환해 ‘논두렁 시계’ 조작을 재조사 하라”며 하단에는 미시USA회원을 뜻하는 ‘워싱턴 미시’가 적혀있다.

미시 USA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이 전 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 전 부장)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가했다.     

총수, 연예인도
손들어 꼼짝마

이어 주차장에 세워진 이 전 부장의 BMW 차량 사진도 첨부했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를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차량 소유주가 'In Gyu Lee'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더 나아가 이 전 부장의 주소지까지 찾아낸 것이다. 

미시USA 회원들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미시USA의 정보력이 기자나 인터폴(국제경찰)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미시USA는 1999년 한 포털사이트의 동호회로 시작한 뒤 2002년 11월 자체 웹사이트로 서비스를 시작한 재미동포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재미동포들 중 이 사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다. 

미시USA가 집계한 회원수는 32만명에 이른다.

미시USA는 소개 글에서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 여성들이 새로운 땅 미국서 생활해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과 감상들,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따뜻한 조언들, 얘기할 곳 없고 풀 곳 없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시USA의 가입 절차는 까다롭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사이트에 게시글을 보려면 정회원이 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단 준회원이 되고, 결혼여부, 결혼기념일, 가족사항, 미국 내 거주지, 미국에 온 계기, 사이트 가입 계기, 본인소개 등 6개 항목을 정확히 보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토크라운지, 건강&뷰티, 홈&푸드,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보를 나누고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한인 여성 사회에서는 절대 다수가 이 사이트를 알고 있으며, 현지의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방문하는 한국 거주 이용자들도 많다.

특히 ‘미시 토크’(Missy Talk)라는 코너에선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시중에 떠도는 소문 등을 자유스럽게 올리고 찬반 논쟁도 이뤄진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명했던 윤창중 전 홍보수석의 인턴 성추행 사건의 진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2013년 5월9일 미시USA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행을 당했던 인턴이 현지 한국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고, 미시USA 회원이었던 이 여성은 사이트에 글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저리가라
네티즌 그녀들

이 글은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경질되기 전에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며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시님(미시USA 이용자들을 지칭)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는 글이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은 삭제됐지만, 당시 켭쳐 된 사진은 트위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만약 미시USA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거나 몇 년 후에나 불거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도주행각을 덮기 바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미시USA 글을 근거로 삼아 보도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피해 여성 인턴과 가족, 동포들에게 사과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의 사의로 이어졌다. 

미시USA는 박근혜·이명박정부서 ‘종북 사이트’로 매도돼 국가정보원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박근혜정부 때는 두 차례 미시USA 해킹 공격도 국정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사건사고 정보의 보고
국내 언론들 받아쓰기 바빠

지난해 10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미시USA를 무력화시키겠다”며 해킹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제 국정원이 해킹을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USA가 ‘이명박 국정원’의 타깃이 된 것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촛불시위 당시 미시USA는 모금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고, 이명박정부는 이들 사이트를 ‘눈엣가시’처럼 불편해하던 분위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정부 시절 시도됐던 두 차례의 미시USA 해킹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USA 쪽은 2014년 5월9일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에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은 미시USA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미국 50개 주에서 벌인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해킹으로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의 일부 글이 삭제됐다. 

이·박 정부
사이트 해킹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직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두 차례의 수석비서관 회의서 “미시USA에 불순 친북 인사들이 파고들어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에도 실체를 알리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미시USA 회원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인단 모집 게시 이틀 반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도자료 낸 이인규 노림수

미시USA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행적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이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의 기획자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목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의 주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2009년 4월 당시 언론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앞 다퉈 보도했다. 당시 최초 보도를 낸 KBS는 “검찰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3주 뒤인 5월 13일에는 SBS가 “권양숙 여사가 이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후속 보도까지 내놨다. 

논두렁 시계 의혹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가족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부정한 인물’이란 여론이 일었다. 열흘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 결말을 선택했다. 

당시 수사 총 책임자였던 이 전 부장은 이 보도가 원 전 국정원장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은 다르다. 국정원 간부가 이 전 부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언론플레이’를 둘러싼 국정원의 지시나 실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의혹을 보도한 SBS 기자도 ‘검찰서 확인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 지난 5월부터 재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 이 전 부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같은 달 조사를 앞둔 이 전 부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전 부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2차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의 수사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조사가 가능한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의 단초가 된 ‘논두렁 시계’의혹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언론 사이에 책임과 진실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이번엔 이 전 중수부장을 조사할지,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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