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포스코 구원투수’ 최정우 회장 내정자

“참견 마” 외풍 막고 내실 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포스코 그룹을 이끌 차기 수장에 최정우 포스코 컴텍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비엔지니어 출신 회장이다. 그가 최종후보로 낙점되면서 말 많던 인사논란도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 회장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승계카운슬(Council, 심의회)의 검찰 수사 등 남은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그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갈지 주목된다.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확정됐다. 최 사장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포스코 이사회서 차기 CEO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에 만장일치로 임명됐다. 

만장일치 임명
비엔지니어 출신

포스코는 지난 4월18일, 권오준 전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후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승계카운슬을 설치하고 2개월여에 걸쳐 심도있게 후보군 발굴을 진행해왔다. 

이 기간동안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오준 회장이 승계카운슬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승계카운슬은 포스코그룹 내부후보 10명 외에도 폭넓은 후보군 검토를 위해 30여개의 주주사, 7개 외부 써치펌,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 직원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등을 활용해 11명의 외부인사를 추천받아 총 21명의 후보군을 발굴했다. 

승계카운슬은 총 8차례의 회의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검토해왔으며, 이를 통해 최종 선정된 후보군 5명을 지난달 22일, 이사회에 제안한 바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승계카운슬이 발굴한 후보군들의 자격 심사와 후보 확정을 위해 22일 사외이사 7인으로만 구성되는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결의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포스코그룹 100년을 이끌어갈 혁신적인 적임자 선정을 위해 22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10분까지 후보자 심층면접과 이후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진 토론을 통해 장인화 후보, 최정우 후보 2명을 선정했다. 

이후 23일 오전 2명을 대상으로 4시간에 걸쳐 2차 면접을 이어갔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점심식사 후 이어진 3차 면접서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사업추진 역량 등 CEO 요구역량에 대해 2명의 후보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최정우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포스코 차기 후보로 확정한 배경에 대해 CEO후보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후보는 회장이 되기까지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주요 핵심계열사에 근무하면서 그룹 전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전체 그룹 경쟁력과 시너지 창출에 가장 적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 생산, 판매서 탈피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그룹사들과의 시너지, 수요산업과의 시너지, 거래 중소기업과의 시너지, 주주, 직원, 국민 등 각 이해관계자들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인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 50년 역사에 최초의 비엔지니어출신 내부 회장 후보로, 경영관리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는 포스코 회장 후보로 선정 것에 대해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룹 전체 이해도 높아 
“시너지 창출 적격” 평가

최 후보는 “포스코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 성공역사를 바탕으로 명실상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배들의 위대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고,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임직원, 고객사, 공급사, 주주, 국민 등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하고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최 후보가 포스코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해외 적자 계열사에 대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포스코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각종 돌발 악재로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순손실 규모만 2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해외 손실이 포스코 투자 위험 요소로 부각되면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 부진이 심각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 계약을 맺고 설립한 해외 계열사다. 

지난해 판매 가격 상승과 후판 내수 판매 확대로 가동 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자 등 각종 금융 비용까지 반영된 순손익은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만 1343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동안 약 70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그룹 대표 자회사인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각각 1503억원, 61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핵심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 자회사 한 곳이 모두 까먹은 셈이다.

베트남 계열사들 또한 가동률 상승과 내수 가격 강세로 손실폭이 줄고 있지만 만성 적자를 면치는 못하고 있다. 

베트남 철강재 제조·판매 계열사인 'POSCO SS VINA'는 지난해 5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베트남 현지서 철강 구조물 가공과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POSCO E&C Vietnam’ 또한 2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 야심작이었던 ‘인도 일관제철소’도 골칫거리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까지 총 1865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 반대와 국제 환경단체 시위 등 돌발 악재 탓에 착공도 못한채 10년 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법인 운영에 따른 각종 비용 지출이 늘어나자 포스코는 지난해 인도법인에 대한 손상차손 검사를 실시해 총 1092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이는 전체 투자비(1865억원)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해외 업황 부진
맞춤형 체질개선

포스코가 인도법인에 대해 손상을 인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사업 재개와 투자 손실 최소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 후보가 그룹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재무 전략 전문가라는 점에서 적자 해외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 후보는 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에 선임된 후 고강도 구조 조정과 본원적 체질 개선 방안을 내놨다. 

▲포레카 매각과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POSCO Klappan Coal 청산 ▲Posco Investment 합병 ▲포스코-우루과이 청산 ▲POSCO BIOVENTURES 청산 ▲VAUTIDAMERICAS 청산 등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포스코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2015년 6월 말 연결기준 23조 6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그해 말 16조5500억원까지 줄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6.9%서 78.4%로 하락했다. 

반면 현금 순유입을 나타내는 지표인 FCF(잉여현금흐름)는 5조8560억원으로 개선됐다.

회장 선출을 주관한 승계카운슬 또한 최 후보의 사업 재편 성과와 글로벌 경영역량을 높이 평가해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최 후보 입장서도 적자 해외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 전략을 마련해,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해외 사업의 경우, 정착 단계의 계열사들이 많아 초기 비용들이 실적이 반영되고 있다”며 “다만 신임 회장 입장에선 이 리스크마저 철저히 관리해 실적 안전판을 마련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사장은 1957년생으로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관리, 감사분야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철강 이외의 분야서도 많은 경력을 쌓은 비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그룹 내에서 전략가이자 강한 추진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포스코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서 전략과 재무 담당 임원을 두루 거친 최정우 사장은 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포스코는 글로벌 저성장과 철강경기 위축이라는 외부요인과 함께 신규 투자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잡음
권오준 방패막이?

최정우 회장 후보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세우며 그룹 구조 개편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부분은 효율성 있게 재편했다. 

특히, 정준양 회장 시절 과잉됐었던 포스코 그룹 투자사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한때 71개까지 늘어난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해외 계열사는 181개서 124개로 줄었다. 7조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고, 포스코건설과 에너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 회장 후보는 올해 2월부터는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소재분야사업 육성에 위해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포스코켐텍은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와 프리미엄 침상코크스 등 탄소소재 사업에 진출하며 포스코 그룹 소재 분야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최 회장 후보는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적용한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에 중점을 두어 전 사업 영역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한편 월드클래스 수준의 품질 경쟁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을 경영활동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선진 안전 체계와 문화를 구축해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 회장직을 놓고 정치권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야 일부 의원들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최정우 회장 후보에 대한 ‘흔들기’가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은 특히 포스코의 ‘CEO 승계카운슬’을 문제삼고 있다. 카운슬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밀실인사가 아니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는 카운슬이란 기구를 좀더 투명한 회장 선출을 위해 만들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승계카운슬에 맡겼다. 현 권오준 회장이 승계카운슬에 의해 선출됐다. 

“선출 방식 문제” 정치권 또 딴지 
“승계카운슬은 공정·투명” 일축

승계카운슬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식 모델을 벤치마킹한 경영자 인선 방식이다. 

1968년 당시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9년까지 국영기업이었다. 그러나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민영화됐다. 민영화 이전까지는 최대주주인 정부가 회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회장 선출과 운영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끊임없이 작용했다. 민영화 이후 회장 선출을 투명하게 하라는 이 같은 대내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CEO후보추천위원회와 승계카운슬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최 회장 후보에 대해 “권오준 전 회장 비리를 덮어줄 사람이 뽑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코 CEO(최고경영자)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제도화돼야 한다. 포스코를 구성원들이 직접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9일에도 홍 원내대표는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면 소위 카운슬이라는 몇몇 사람들이 밀실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혹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회장 선출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비판을 무시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최 회장 후보가 권오준 전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은 포스코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 만큼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 후보에 대한 김 원내대표의 비판은 권 전 회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 개인 뿐 아니라 민주당도 권 전 회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권 전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문재인정부의 상징인 ‘정의’와 거리가 먼 인물로 보는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정권의 부역자 측근이 포스코 회장이 되는 것은 포스코 미래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명성 확보”
집권여당 비판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지난 2006년 정관개정을 통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회장 선출 제도에 투명성을 높인 것”이라며 “지난 2013년 첫 가동한 승계카운슬 역시 투명성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릴 후보군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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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