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비디오 아티스트’ 육근병
<아트&아트인> ‘비디오 아티스트’ 육근병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8.07.03 10:07
  • 호수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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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은 역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2의 백남준’으로 불렸던 작가 육근병이 새로운 전시와 함께 돌아왔다. 육근병은 1990년대 초 비디오 설치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998년 ‘생존을 위한 꿈’ 전시 이후 활동이 뜸해졌다가 지난달 15일부터 ‘생존은 역사다’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육근병은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독일 카셀도큐멘타에 참가했다. 1992년 카셀의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 앞 광장서 소개한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누=랑데부’는 흙으로 덮은 무덤을 세우고, 그와 마주한 빌딩 입구에는 대형 원주를 설치한 후 각각 그 안에 움직이는 ‘눈(目)’의 영상을 결합한 작품이다. 당시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눈을 소재로

서울 종로구의 아트선재센터는 육근병 작가의 개인전 ‘생존은 역사다’를 개최하고 있다. 육 작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설치 형식의 작업을 통해 1992년 카셀도큐멘타, 1995년 리옹 비엔날레 등에 초대받아 국제무대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후 30여년 동안 우주와 인간의 축소체인 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삶과 죽음, 역사에 대한 사유를 보여줬다.

육 작가는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굳이 구체적인 언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눈만으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가. 말보다는 오히려 눈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며 눈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제2의 백남준으로 주목
활동 뜸하다 개인전으로

세상을 직시하는 눈을 통한 인간과 역사에 대한 성찰은 이번 전시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육 작가는 아트선재센터 2, 3층 전시장서 대표작인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과 신작 ‘십이지신상’을 선보인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12채널 비디오 설치작품 십이지신상은 근대사 변화의 중심에 서있던 모택동, 블라디미르 레닌, 체 게바라, 피카소, 스티브 잡스 등 인물 12명의 초상을 담고 있다. 
 

이 인물들의 푸티지를 배경으로 어린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깜빡이는 눈의 이미지가 서서히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관람객들은 원형으로 배치된 12개의 스크린을 통해 재생되는 근대사의 시간 안에서 역사 속에 놓인 ‘나’의 위치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다. 육 작가의 대표작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은 3층서 감상할 수 있다.

매개체 역할 눈(目)에 주목
12명의 근대사 인물 선보여

흙으로 덮인 무덤 속에서 깜박이며 관람객을 응시하는 눈의 이미지가 비디오로 결합된 작품이다. 삶과 죽음이 영속되는 세계를 드러낸다. 무덤의 재료인 흙은 인간 신체의 회귀이자 재생이라는 지점과 연결된다.

이와 함께 카셀도큐멘타의 설치를 기록한 드로잉, 1995년 리옹 비엔날레에 설치됐던 생존은 역사다의 설치 드로잉,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새로 제작한 드로잉 그리고 눈의 이미지가 담긴 육면체의 상자를 배열한 설치작품 ‘생존은 역사다-시간 속의 시간’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육면체의 상자 속에 담긴 일련의 이미지는 근현대의 전쟁과 재난을 비롯한 세계의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을 만들어내고 또 지켜보는 눈을 의미한다. 육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시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성찰의 의미

그는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인다고 하듯이, 예술 또한 보이는 것이 있지만 사실은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느끼는 세계가 따로 있는 법이고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은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다음달 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육근병은?]

▲개인전

‘조용한 시선’ 비주얼 설치, 한국문화원 베를린, 독일(2016)
‘비디오 크라시’ 오디오 비주얼 설치, 일민미술관, 서울(2012)
사진&비디오 인스탈레이션, 겐지다키 갤러리, 도쿄. 일본(2005)
페인팅&드로잉, 갤러리 큐, 도쿄, 일본(2003)
오디오비쥬얼&드로잉 커틈 갤러리, 크노크, 벨기에(2000)
‘생존을 위한 꿈’ 오디오비쥬얼 설치작업, 국제화랑, 서울(1998)
비디오 설치&드로잉, 아트 프론트 갤러리, 도쿄, 일본(1996)
‘아시아로부터의 순환세계’ 비디오 설치, 기린 프라자, 오사카, 일본(1994)
비디오 설치작업, 빌라루피 갤러리, 함부르크, 독일(1993)

▲수상

문화대상 글로벌부분, 서울 문화투데이(2017)
문화예술상, 일맥문화재단(2017)
ZKM 수상 <International Award for Video Art>(1997)
조선일보사 선정 <올해의 젊은 작가>(1993)
미술 부분 최우수 작가상, 예술평론가협회(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