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의 선택’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일처리 확실하나 조직 장악력 ‘글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경찰 조직을 이끌 새 수장으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선택했다. 호남 출신에 경찰대를 졸업한 민 후보자는 순경 출신인 이철성 청장과 비교해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 내 손꼽히는 기획 분야 전문가로 경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임박한 시점서 사실상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5일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후임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민 내정자가 경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꼽혀온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권력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 박차
이주민 청장은?

청와대가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개혁 과제를 총 지휘해 온 민 내정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력한 청장 후보였던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을 지명하기에는 드루킹 수사와 관련해  국회의 인사검증 절차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인정받는 민 내정자는 경찰청 혁신기획단,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기획조정관 등을 거치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서 큰 기여를 해왔다. 

이날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 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찰개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경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 내정자는 2016년 말 경무관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치안정감으로 계급을 높여 1년 만에 2계급이나 초고속 승진하면서 차기 청장 하마평에 꾸준히 등장했다.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면 2년 동안 3계급을 승진하는 셈이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도 고려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쟁자인 이주민 청장이 인천청장서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차기 경찰청장으로 지목된 인사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이 청장은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일명 드루킹 사건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온화한 성품 추진력 갖춘 전략·기획 전문가
짧은 현장 경험·경찰대 득세 우려 이겨내야

6·13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선거 직후 단행된 인사서 야당의 반발이 뻔한 인물을 낙점하면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어 청와대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 정부가 역대 정권 중 최장인 195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쳤다는 오명을 듣는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는 잡음이 생길 여지가 있는 인물을 애초에 배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직후 첫 번째 인사인 만큼 여론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 청장을 지명할 경우 잘못하면 정부가 자만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에서 수사권 현실화와 관련한 논리에 가장 해박한 사람”이라며 “청와대와 국회, 검찰과 의견 조율을 하거나 설득을 하는 데 있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외유내강 스타일
강한 개혁 의지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민 후보자는 말수가 적다. 공식 석상은 물론 사적인 자리서도 준비한 발언 외에는 말을 아낀다. 반면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경찰 내 현안이 생기면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를 받고 아이디어를 낸다.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 부하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경찰 내 대표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후보자는 신북고와 경찰대 4기를 졸업한 1988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혁신추진TF팀장 등을 거치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조직 내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며 이례적으로 치안감 승진 1년 만에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경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이 분야 전문가인 민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와 관계도 두텁다. 민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을 지내며 당시 경찰청 혁신기획단 외부위원이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경찰 내에서는 누구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깊숙이 개입해 온 인물이다 보니 막바지로 접어든 검경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검찰과의 수싸움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민 후보자는 경찰개혁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해 말 경찰청 차장 취임식서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찰과 시민 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로버트 필 경의 ‘9가지 경찰 원칙’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민 내정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19세기 영국 정치인 로버트 필의 ‘경찰 원칙’ 중 일부를 인용하며 “이 정신에 기초해 정의로운 사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평소 ‘경찰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경찰 생활을 해왔다”며 “경찰과 시민이 서로 존중하고, 생각의 차이가 없는 공동체 속에서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경찰의 신성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지방청장 점프
경험 부족 약점


현장에선 민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서울 지역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일 처리가 확실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 경험이 부족해 조직 장악력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민 내정자는 본청장으로선 드물게 지방청장 경험이 없다. 

지휘관으로서의 이력은 2008년 전라남도 무안경찰서장과 2012년 서울 송파경찰서장으로서의 경험이 전부다. 경찰대 4기로서 치안정감을 단 지 1년도 안 돼서 청장이 된 '초고속 승진' 코스를 둘러싸고 불안한 시선도 있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경찰대 1기다. 검찰만큼 기수 문화가 강하진 않지만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업무 추진력이 지나치게 강해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현장을 잘 모르면서 아이디어를 과하게 밀어붙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각종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을 두고 오히려 일을 더 만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청와대 “개혁, 수사권 조정 국면 이끌 적임자”
이주민 청장은 드루킹 부실 수사 논란에 분루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기획통이고, 경찰에 대한 애정도 큰 사람이다. 수사권 조정엔 확실히 도움이 될 사람”이라면서도 “다만 캐릭터가 너무 팍팍한 느낌이 있다. 소통이 어려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장은 “치안정감 자리서도 일을 실무자처럼 하는 사람”이라며 “모든 것에 대한 모든 보고를 다 받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강신명(경찰대 2기) 청장 이후 두 번째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라는 점과 문무일 검찰총장과 함께 검·경 총수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흔치 않은 구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순경공채로 입직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청장을 바라보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찰서장 시절 부하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장직서도 그 부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제출한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요청 사유서를 통해 “민갑룡 내정자는 경찰의 수사역량 향상을 이끌어왔으며 경찰청 혁신기획단, 경찰청 차장 등 기획총괄 기능을 두루 역임하면서 최고의 기획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국민이 주인인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민 내정자의 재산은 모두 5억7000여만원이며, 전과 기록은 없다. 

17년 만에 호남인
청문회 없이 임명?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0일 내에 민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국회가 기한 내에 청문회를 열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국회 동의와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하반기 국회 원구성이 늦어질 경우 민 내정자는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김대중정부가 임명한 이무영 청장(1999년 11월 15일∼2001년 11월 9일) 이후 17년 만에 호남 출신 경찰청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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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