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의 선택’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이슈&인물] ‘문의 선택’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 김태일 기자
  • 승인 2018.06.26 09:14
  • 호수 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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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처리 확실하나 조직 장악력 ‘글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경찰 조직을 이끌 새 수장으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선택했다. 호남 출신에 경찰대를 졸업한 민 후보자는 순경 출신인 이철성 청장과 비교해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 내 손꼽히는 기획 분야 전문가로 경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임박한 시점서 사실상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

지난 15일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후임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민 내정자가 경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꼽혀온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권력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 박차
이주민 청장은?

청와대가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개혁 과제를 총 지휘해 온 민 내정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력한 청장 후보였던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을 지명하기에는 드루킹 수사와 관련해  국회의 인사검증 절차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인정받는 민 내정자는 경찰청 혁신기획단,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기획조정관 등을 거치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서 큰 기여를 해왔다. 

이날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 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찰개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경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 내정자는 2016년 말 경무관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치안정감으로 계급을 높여 1년 만에 2계급이나 초고속 승진하면서 차기 청장 하마평에 꾸준히 등장했다.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면 2년 동안 3계급을 승진하는 셈이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도 고려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쟁자인 이주민 청장이 인천청장서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차기 경찰청장으로 지목된 인사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이 청장은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일명 드루킹 사건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온화한 성품 추진력 갖춘 전략·기획 전문가
짧은 현장 경험·경찰대 득세 우려 이겨내야

6·13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선거 직후 단행된 인사서 야당의 반발이 뻔한 인물을 낙점하면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어 청와대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 정부가 역대 정권 중 최장인 195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쳤다는 오명을 듣는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는 잡음이 생길 여지가 있는 인물을 애초에 배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직후 첫 번째 인사인 만큼 여론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 청장을 지명할 경우 잘못하면 정부가 자만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에서 수사권 현실화와 관련한 논리에 가장 해박한 사람”이라며 “청와대와 국회, 검찰과 의견 조율을 하거나 설득을 하는 데 있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외유내강 스타일
강한 개혁 의지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민 후보자는 말수가 적다. 공식 석상은 물론 사적인 자리서도 준비한 발언 외에는 말을 아낀다. 반면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경찰 내 현안이 생기면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를 받고 아이디어를 낸다.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 부하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경찰 내 대표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후보자는 신북고와 경찰대 4기를 졸업한 1988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혁신추진TF팀장 등을 거치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경찰청

조직 내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며 이례적으로 치안감 승진 1년 만에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경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이 분야 전문가인 민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와 관계도 두텁다. 민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을 지내며 당시 경찰청 혁신기획단 외부위원이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경찰 내에서는 누구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깊숙이 개입해 온 인물이다 보니 막바지로 접어든 검경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검찰과의 수싸움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민 후보자는 경찰개혁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해 말 경찰청 차장 취임식서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찰과 시민 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로버트 필 경의 ‘9가지 경찰 원칙’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민 내정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19세기 영국 정치인 로버트 필의 ‘경찰 원칙’ 중 일부를 인용하며 “이 정신에 기초해 정의로운 사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평소 ‘경찰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경찰 생활을 해왔다”며 “경찰과 시민이 서로 존중하고, 생각의 차이가 없는 공동체 속에서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경찰의 신성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지방청장 점프
경험 부족 약점

현장에선 민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서울 지역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일 처리가 확실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 경험이 부족해 조직 장악력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민 내정자는 본청장으로선 드물게 지방청장 경험이 없다. 

지휘관으로서의 이력은 2008년 전라남도 무안경찰서장과 2012년 서울 송파경찰서장으로서의 경험이 전부다. 경찰대 4기로서 치안정감을 단 지 1년도 안 돼서 청장이 된 '초고속 승진' 코스를 둘러싸고 불안한 시선도 있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경찰대 1기다. 검찰만큼 기수 문화가 강하진 않지만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업무 추진력이 지나치게 강해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현장을 잘 모르면서 아이디어를 과하게 밀어붙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각종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을 두고 오히려 일을 더 만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청와대 “개혁, 수사권 조정 국면 이끌 적임자”
이주민 청장은 드루킹 부실 수사 논란에 분루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기획통이고, 경찰에 대한 애정도 큰 사람이다. 수사권 조정엔 확실히 도움이 될 사람”이라면서도 “다만 캐릭터가 너무 팍팍한 느낌이 있다. 소통이 어려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장은 “치안정감 자리서도 일을 실무자처럼 하는 사람”이라며 “모든 것에 대한 모든 보고를 다 받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강신명(경찰대 2기) 청장 이후 두 번째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라는 점과 문무일 검찰총장과 함께 검·경 총수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흔치 않은 구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순경공채로 입직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청장을 바라보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찰서장 시절 부하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장직서도 그 부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제출한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요청 사유서를 통해 “민갑룡 내정자는 경찰의 수사역량 향상을 이끌어왔으며 경찰청 혁신기획단, 경찰청 차장 등 기획총괄 기능을 두루 역임하면서 최고의 기획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국민이 주인인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민 내정자의 재산은 모두 5억7000여만원이며, 전과 기록은 없다. 

17년 만에 호남인
청문회 없이 임명?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0일 내에 민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국회가 기한 내에 청문회를 열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국회 동의와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하반기 국회 원구성이 늦어질 경우 민 내정자는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김대중정부가 임명한 이무영 청장(1999년 11월 15일∼2001년 11월 9일) 이후 17년 만에 호남 출신 경찰청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