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의 선택’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일처리 확실하나 조직 장악력 ‘글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경찰 조직을 이끌 새 수장으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선택했다. 호남 출신에 경찰대를 졸업한 민 후보자는 순경 출신인 이철성 청장과 비교해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 내 손꼽히는 기획 분야 전문가로 경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임박한 시점서 사실상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5일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후임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민 내정자가 경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꼽혀온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권력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 박차
이주민 청장은?

청와대가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개혁 과제를 총 지휘해 온 민 내정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력한 청장 후보였던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을 지명하기에는 드루킹 수사와 관련해  국회의 인사검증 절차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인정받는 민 내정자는 경찰청 혁신기획단,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기획조정관 등을 거치며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서 큰 기여를 해왔다. 

이날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 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찰개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경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 내정자는 2016년 말 경무관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치안정감으로 계급을 높여 1년 만에 2계급이나 초고속 승진하면서 차기 청장 하마평에 꾸준히 등장했다.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면 2년 동안 3계급을 승진하는 셈이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도 고려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쟁자인 이주민 청장이 인천청장서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차기 경찰청장으로 지목된 인사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이 청장은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일명 드루킹 사건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온화한 성품 추진력 갖춘 전략·기획 전문가
짧은 현장 경험·경찰대 득세 우려 이겨내야

6·13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선거 직후 단행된 인사서 야당의 반발이 뻔한 인물을 낙점하면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어 청와대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 정부가 역대 정권 중 최장인 195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쳤다는 오명을 듣는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는 잡음이 생길 여지가 있는 인물을 애초에 배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직후 첫 번째 인사인 만큼 여론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 청장을 지명할 경우 잘못하면 정부가 자만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에서 수사권 현실화와 관련한 논리에 가장 해박한 사람”이라며 “청와대와 국회, 검찰과 의견 조율을 하거나 설득을 하는 데 있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외유내강 스타일
강한 개혁 의지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민 후보자는 말수가 적다. 공식 석상은 물론 사적인 자리서도 준비한 발언 외에는 말을 아낀다. 반면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경찰 내 현안이 생기면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를 받고 아이디어를 낸다.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 부하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경찰 내 대표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후보자는 신북고와 경찰대 4기를 졸업한 1988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혁신추진TF팀장 등을 거치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조직 내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며 이례적으로 치안감 승진 1년 만에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경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이 분야 전문가인 민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와 관계도 두텁다. 민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을 지내며 당시 경찰청 혁신기획단 외부위원이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경찰 내에서는 누구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깊숙이 개입해 온 인물이다 보니 막바지로 접어든 검경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검찰과의 수싸움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민 후보자는 경찰개혁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해 말 경찰청 차장 취임식서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찰과 시민 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로버트 필 경의 ‘9가지 경찰 원칙’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민 내정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19세기 영국 정치인 로버트 필의 ‘경찰 원칙’ 중 일부를 인용하며 “이 정신에 기초해 정의로운 사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평소 ‘경찰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경찰 생활을 해왔다”며 “경찰과 시민이 서로 존중하고, 생각의 차이가 없는 공동체 속에서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경찰의 신성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지방청장 점프
경험 부족 약점


현장에선 민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서울 지역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일 처리가 확실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 경험이 부족해 조직 장악력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민 내정자는 본청장으로선 드물게 지방청장 경험이 없다. 

지휘관으로서의 이력은 2008년 전라남도 무안경찰서장과 2012년 서울 송파경찰서장으로서의 경험이 전부다. 경찰대 4기로서 치안정감을 단 지 1년도 안 돼서 청장이 된 '초고속 승진' 코스를 둘러싸고 불안한 시선도 있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경찰대 1기다. 검찰만큼 기수 문화가 강하진 않지만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업무 추진력이 지나치게 강해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현장을 잘 모르면서 아이디어를 과하게 밀어붙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각종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것을 두고 오히려 일을 더 만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청와대 “개혁, 수사권 조정 국면 이끌 적임자”
이주민 청장은 드루킹 부실 수사 논란에 분루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기획통이고, 경찰에 대한 애정도 큰 사람이다. 수사권 조정엔 확실히 도움이 될 사람”이라면서도 “다만 캐릭터가 너무 팍팍한 느낌이 있다. 소통이 어려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장은 “치안정감 자리서도 일을 실무자처럼 하는 사람”이라며 “모든 것에 대한 모든 보고를 다 받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강신명(경찰대 2기) 청장 이후 두 번째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라는 점과 문무일 검찰총장과 함께 검·경 총수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흔치 않은 구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순경공채로 입직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청장을 바라보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찰서장 시절 부하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장직서도 그 부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제출한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요청 사유서를 통해 “민갑룡 내정자는 경찰의 수사역량 향상을 이끌어왔으며 경찰청 혁신기획단, 경찰청 차장 등 기획총괄 기능을 두루 역임하면서 최고의 기획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국민이 주인인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민 내정자의 재산은 모두 5억7000여만원이며, 전과 기록은 없다. 

17년 만에 호남인
청문회 없이 임명?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0일 내에 민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국회가 기한 내에 청문회를 열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국회 동의와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하반기 국회 원구성이 늦어질 경우 민 내정자는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김대중정부가 임명한 이무영 청장(1999년 11월 15일∼2001년 11월 9일) 이후 17년 만에 호남 출신 경찰청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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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