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9)꿈

무엇을 의미하나?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전하!”

아련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의자왕이 서서히 눈을 떴다.

“무슨 몹쓸 꿈이라도 꾸셨는지요?”은고가 이마를 만지고 있었다. 그를 확인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광란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무슨 꿈을 꾸셨느냐 묻지 않습니까?”

불길한 꿈?


의자왕이 답을 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자 이마에서 놀던 은고의 손이 가슴을 쓸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잠시 자신의 가운데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일 듯한 그 순간의 위용은 온 데 간 데 없이 수축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살피며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오석산 한 봉 더 주구려.”

은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석산을 가져오는 짧은 움직임이 편치 않아보였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은고의 가운데를 주시하다 이내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군상들의 모습을 살피며 미소를 보냈다.


의자왕의 마음을 읽었는지 은고가 급하게 봉지를 뜯어 마치 아기에게 약을 먹이듯이 의자왕을 조그마한 가슴으로 안고 오석산과 이어 술 역시 따라주었다. 

술 한 잔으로 오석산을 넘기고 나자 손이 짜릿해지면서 서서히 온 몸에서 전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인이 죽는 꿈을 꾸었네.”

“제가요? 그러면 좋은 꿈인데.”

“좋은 꿈이라고?”

“꿈에서 죽으면 오래 산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막 꿈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은고의 팔이 목을 휘감자 다시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그래야지, 자네와 나 이렇게 영원히 살아야지.”

“당연하옵니다, 전하.”

다음날 의자왕이 의아한 마음이 들어 점쟁이를 대동하고 꿈에서 성충이 은고를 죽였던 지점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마침 거북 한 마리가 배회하고 있었다. 

하도 기이하여 자세히 관찰해보니 등껍질에 흡사 글자가 씌어 있는 듯했다.


이리저리 살피자 ‘백제는 둥근달이요, 신라는 초생달이다’(百濟之月輪, 新羅之新月)라는 듯했다. 그를 살피며 점쟁이에게 그 의미를 물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점쟁이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무슨 의미이기에 그러는가?”점쟁이의 표정이 더욱 곤혹스럽게 변할 뿐 답을 하지 못했다.

“어서 아뢰지 못하겠느냐!”

재차에 걸쳐 목소리를 높이자 점쟁이가 맨땅에 부복했다.

“둥근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 찼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가득 차면 기울 것입니다. 초생달과 같다 함은 아직 차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차지 않으면 점점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뭐라! 그러면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한다는 말이냐!”의자왕이 잠시 말의 의미를 되새기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송구하옵니다만 그러하옵니다.”

의자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일그러졌다.

“여봐라, 당장 이 놈의 목을 베어라!”

의자왕의 고함에 호위하던 병사들이 점쟁이를 데리고 나가자 은고가 다가왔다. 

“전하, 무슨 일이옵니까?”

순간 의자왕의 뇌리에 은고가 무녀 출신이란 사실이 스쳐지나갔다.

“부인, 잘 왔소. 이리 와서 이 글을 보오.”

은고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 거북의 등을 상세히 살펴보았다.

“전하, 감축 드리옵니다.”

“무슨 의미요?”

“백제가 둥근달과 같다 함은 백제의 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고 신라가 초생달과 같다고 함은 백제의 융성함에 반해 그 힘이 미약함을 의미하지요.”

“암 그래야지. 그래야하고 말고.”

불안한 의자왕, 꿈풀이 점쟁이 목을 베다
움직이는 연개소문 “뿌리를 찾아야 한다”

의자왕이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은고를 품에 안았다.

“역시 내 부인, 아니 백제의 국모요, 국모.”

“당연하옵니다, 전하. 이런 일에는 그만 신경 끄시고 어서 자리를 옮기시지요.”

은고가 눈초리를 살짝 치켜 올리며 가녀린 몸으로 의자왕의 한쪽을 차지했다.

선도해를 보내고 잠시 실의에 빠져 있던 연개소문에게 백제와 신라의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었다. 

두 나라의 상황을 접하던 연개소문이 한 날 둘째 아들 남건을 앞세우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는 늦가을의 정취가 온 세상에 번져 있었다.

“남건아!”

“예, 아버지.”

“단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길가에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자 남건이  멀뚱히 연개소문을 주시했다.

“나무가 자신의 몸에서 스스로 물을 빼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게야.”

“물을 빼요?”

“추운 겨울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에 있는 물을 땅으로 보내는 게지.”

“물이 없으면 죽…….”

“당연히 죽지. 그러기에 나무는 자신이 살만큼만 물을 지니고 나머지는 땅으로 돌려보내 자신을 지탱해주는 땅이 마르지 않도록, 자신의 일부를 죽이며 자신의 근간인 땅을 보전하는 게야.”

“그래서, 나뭇잎이…….”

“본체만 살리고 땅을 살리고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땅에 빌려준 물을 공급받아 새롭게 잎을 틔우는 거란다.”

“땅과 나무가 하나라는 말씀이시네요.”

“바로 그런 의미야.”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연개소문이 답에 앞서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남건아!”

“말씀하세요, 아버지.”“이즈막 들어 이 아비의 마음이 가라앉고는 하는구나.”

“아버지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남건이 연개소문과 선도해의 관계를 훤히 알고 있었고 아버지의 상심의 깊이를 헤아리고 있었던 터였다.

“아비와 선도해 책사 사이에 공유했던 부분이 있었다.”

“무엇인데요?”

“우리의 뿌리 즉 근간을 찾자는 이야기지.”“나무처럼 말이지요.”

“그래. 다소의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으나 뿌리만 건강하면 언제고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다시 푸르러지지.”

남건이 그를 되새기는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아버지.”

“말해보거라.”

“오랜 시간 두문불출하시다 왜 궁궐에 들어가시는지요?”

연개소문이 답을 하지 않고 미소만 보였다.

연개소문 움직이다

“하면 지금 말씀하신 그 뿌리 찾는 일과 관련…….”

“그 때문이란다. 이 아비가 천년만년 영원히 살 것도 아니고 그런 차원에서 왕과 이야기해야 할 듯해서.”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침묵을 지키며 걸어가기를 잠시 저만치에 안학궁의 모습이 보였다. 

그 자리에서 멈추어 궁의 모습을 살피던 연개소문이 남건에게 몇 마디 지시하고 홀로 궁으로 들어갔다. 

궁에 들자 보장왕 역시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다 맞이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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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