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살생부 ‘홍준표 리스트’ 집중해부

‘혼자 못 죽어’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홍준표 리스트’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뒤흔들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사퇴하던 날 마지막 페이스북 정치라며 올린 글에는 일부 의원을 묘사하는 듯한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해당 리스트가 앞으로 있을 당권 경쟁서 정치적 살생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에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 “마지막으로 막말 한 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4일 대표직을 내려놨다. 사퇴 이틀 만에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떠난 준표가
후회하는 것?

홍 전 대표는 리스트를 통해 청산하지 못했다는 일부 의원들을 묘사했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 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친 박근혜)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들이 그것이다.

곧 해당 리스트가 묘사하는 의원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정치권에선 묘사한 리스트별로 실명이 적힌 지라시가 나돌았다. 의심을 받은 의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 홍 전 대표가 묘사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고 적극 방어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의원은 최근 “나는 낮술을 그렇게 먹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지라시서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19일 YTN라디오와 인터뷰서 “비서실서 준 지라시에 홍 (전)대표가 마지막으로 (막말)한 그 9가지 유형 중 마지막 항 내용이 정우택이라고 하는데, 나는 낮술을 그렇게 먹지 않는다. 그리고 의원총회 가서 술주정한 적이 없다”며 “내가 작년에 원내대표를 했는데, ‘원내 의총을 주지하는 사람이 술 먹고 들어가서 술주정했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종섭 의원도 리스트 중 한명으로 지목됐다. 이번에는 선배가 직접 지목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정 의원을 홍 전 대표가 묘사한 한국당 내 정리해야 될 인물들 중 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서울대 법대 교수에 헌법학책도 썼던 분이 ‘진박모임’ 인증사진 찍을 때 ‘저 사람 권력욕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장관도 했고, 홍 전 대표의 1번서 9번 중 해당사항이 많은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죽은 듯이 있다가 홍 전 대표 물러나니까 중진 사퇴? 한국당 초선분들은 ‘중진 찜 쪄 먹는 노회한 초선’”이라고도 했다.

전 전 의원은 정 의원이 리스트 9개 사항 중 해당되는 게 많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행자부장관을 역임해 고관대작을 지낸 이력이 있다. 20대 총선 당시에는 공천을 받아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 동구갑서 당선됐다.

의심받는 정우택
“낮술하지 않아”

정 의원은 20대 총선 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행동을 같이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대구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 5명과 함께 해장국을 함께 먹은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진실한 사람’을 이르는 ‘진박(진짜 친박)’ 인증샷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앞서 정 의원을 포함해 김순례·김성태(비례대표), 성일종, 이은권 등 초선의원 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우리의 이 걸음은 어떤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전 의원의 일침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친박계 초선의원들의 행동을 지적하는 과정서 나왔다. 

그는 기자회견을 연 초선들에게 “홍 전 대표 시절 입 한 번 뻥끗도 하지 않았던, 이름만 초선인 사람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싶다. 분명히 뭘 잘못 먹었나 싶다. 어이가 없다 못해 ‘대단하다’라고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나머지 인사가 누구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온라인에서는 그간 의원들의 행동에 비춰 다양한 리스트가 유포되고 있다. 각각의 리스트는 홍준표 리스트를 기반으로 추측에 의거해 작성된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름이 거론된 정치인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정종섭, 홍문종, 정우택, 김무성, 원유철, 이주영, 서청원, 김진태, 김태흠, 한선교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홍 전 대표 체제 당시 그와 대립각을 졌던 인사들이다.

리스트 파동 “마지막까지 구정물”
9개 항목이 지목하는 사람 누구?

지난해 5월 홍 전 대표와 홍문종 의원은 ‘바퀴벌레’ ‘낮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심한 갈등을 벌인 바 있다. 

당권 경쟁이 치열하던 당시 홍 전 대표는 친박계 의원을 거론하며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다”며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한국당 중진간담회서 “그동안 선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라고 목이 터지라고 외쳤건만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어쩌고 하느냐”며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한 뒤 홍 전 대표는 김 의원과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를 당 지도부서 철저히 배제해왔다. 비록 친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 전 대표와 투톱을 이뤘지만, 원내대표는 선출직이다. 

홍 전 대표 체제 하에서 친무계는 지명직서 철저히 배제돼왔다.


홍 전 대표와 원유철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서 심한 갈등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당권 레이스가 한창 진행이던 당시 두 사람은 설전을 넘어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선 ‘홍준표 바른정당 입당설’로 충돌, 감정이 상한 홍 전 대표는 기념촬영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TV토론회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픈 곳을 찌르며 네거티브전을 펼쳤다. 

원 의원은 홍 전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언급했으며, 이에 맞서 홍 전 대표는 원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과 대선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지목된 정종섭
진박이라서?

이주영 의원과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원내대표 선거 과정서 불거졌다. 당시 두 사람 사이에는 ‘개명’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사석서 홍 전 대표의 이름을 ‘판표’서 ‘준표’로 개명하도록 자신이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내 이름을 개명해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정면 비판했다. 이 의원을 한순간 거짓말쟁이로 만든 것이다. 이 의원도 가만 있지 않고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를 지적했다.


최근 한국당을 탈당한 서청원 의원과도 깊은 갈등의 골을 보였다. 지난해 5월 대선후보로 나선 홍 전 대표는 특별지시를 내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당권을 잡자 생각이 달라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서 의원, 최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했다.

서 의원은 크게 분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서 서 의원은 홍 전 대표의 약점인 ‘성완종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서 의원은 “검찰 수사 과정서 홍 (전)대표가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압박했다.
 

홍 전 대표는 “서 의원이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즉각 응수에 나섰다. 결국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아 서 의원에 대한 탈당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달 후인 지난해 12월 당 당무 감사 결과에 의해 서 의원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홍 전 대표가 보복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했다.

정종섭 지목돼 “고관대작에 진박”
단순 리스트? 살생부로 악용 우려

김진태 의원과는 여러 차례 부딪혔다. 홍 전 대표의 ‘연탄가스’ 막말이 나오자 김 의원은 개인 입장문을 통해 “당은 대표의 놀이터가 아니다. 대표로서 품위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지쳤다”며 “지방선거까지 모든 선거 일정을 당 공식기구에 맡기고 대표는 일체의 발언을 자제해 주기를 당부한다. 안 그러면 다 같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가 바른정당 복당파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홍 (전)대표가 서청원, 최경환에 대해서는 책임정치 차원서 물러나라고 하면서 복당파에 대해선 그 분들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한다. 그럼 김무성은 정치적 책임을 안 져도 되느냐”라며 “서(청원), 최(경환)와 김(무성)이 다른 건 홍 (전)대표에게 고마워하고 줄을 설 거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래서 내가 홍준표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두 사람은 한국당 대선 경선서 맞붙은 바 있다.

김태흠 의원은 홍 전 대표의 막말을 직접적으로 저격하며 갈등을 보였다. 김 의원이 최고위원이던 지난해 11월 최고위원회의서 홍 전 대표를 향해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듣기에 민망한 표현을 하시는데 말씀을 신중하게 하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공개 비판했다.

당협위원장 선정을 두고는 고성을 주고받았다. 홍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자 측근인 강효상 의원이 대구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자 김 의원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당시 홍 전 대표는 김 의원이 반대하자 “그러면 김태흠 최고위원이 강북으로 가라”며 “자르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김 의원은 “누가 자를 수 있다는 말이냐”고 맞섰다.

홍 전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셀프 입성했을 때도 김 의원은 “당협위원장은 맡되 총선은 불출마하겠다는 ‘위장복’을 입고 기어이 텃밭에 셀프 입성했다”며 “당원들은 모두 추위에 떨고 있는데 당 대표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염치도 없이 덥석 차지해 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도 “특정계파 대변자 노릇하다가 이제 와서는 당내서 충치 노릇이나 한다면 언젠가 뽑혀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지 않았다.

한선교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과정서 홍 전 대표와 크게 부딪혔다. 당시 중립지대를 표방하며 출마한 한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모른 척하고 넘기기에는 홍 (전)대표의 언사가 도를 넘은 지 오래”라며 “바퀴벌레로 시작해 암 덩어리, 고름이란 막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그를 직접 겨냥했다. 한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의 이유로 ‘홍준표의 사당화’를 꼽았다.

나도는 명단
추측도 성행

홍 전 대표가 남긴 홍준표 리스트를 두고 당내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틀린 말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마지막까지 구정물을 뿌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이 리스트가 차기 당 대표 선출 이후 특정 인사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명이 없고 묘사가 포괄적이라 많은 수의 한국당 의원이 리스트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은 한국당 내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홍준표 리스트’가 ‘홍준표 살생부’로 변모하는 날, 한국당에 대대적인 숙청 피바람이 예고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 MB 변호 맡을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홍 전 대표 본인이다. 

그는 지난 20일 “변호사 활동을 재개할 생각은 없고 이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변호사 휴업 중단 신청을 한 것”이라며 “한국당 대표를 물러난 만큼 인간적 정리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 전 대통령을 위로하고자 면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변호사 활동 재개를 신청했다는 말이 퍼지자 그가 변호인까지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당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홍 전 대표가) 거기에 힘을 보태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다”고 홍 전 대표의 MB 변호인단 참여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별로 할 일도 없지 않나. 그 사람이 이제 뭘 하겠나”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서갑원 전 의원도 “아무리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해도 감옥에 가 있는 대통령 면회를 위해 변호사 개업을 했다는 건 너무 국민 속 터지게 하는 것 같다. 너무 홍준표스럽다”고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수십 년간 변호사 개업과 휴업을 반복해왔다. 1995년까지 검찰이었던 홍 전 대표는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법무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무려 165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등 변호인단에 수시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1일 홍 전 대표가 낸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수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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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