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두 번째 ‘검사장 인사’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6.25 10:20:16
  • 호수 1172호
  • 댓글 0개

개나 소나 장급…이제 하늘의 별따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재인정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 코드는 ‘적폐 청산’과 ‘특수통’이다. 그동안 적폐 청산 수사를 이끈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려졌다. 반면 승진 인사서 물먹은(?) 검사장 상당수가 사의를 표했다. 정부의 ‘검사장 수 축소’ 기조로 앞으로 검사장은 하늘에 별 따기가 될 것으로 전망이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대검찰청 검사급(검사장) 고위검사 38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실시했다. 1명의 고검장과 9명의 검사가 검사장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공석이던 고검장급 보직 1석에는 사법연수원 21기인 박균택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고, 연수원 24기서 6명, 25기서 3명이 새로 검사장의 반열에 올랐다. 

우글우글했는데…

법무부는 “최근 사직과 용퇴 등으로 공석이 된 대전고검장 등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며 “검찰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법무·검찰 관련 주요 국정과제 수행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기수에 구애받지 않고 적임자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급)으로 승진한 윤대진(54·25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다. 적폐 청산 수사를 이끌어온 윤석열(58·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되고, 윤 지검장 밑에서 호흡을 맞춰 온 윤 차장이 검찰국장으로 발탁 승진했다. 

윤 차장은 이번 인사서 유임한 윤 지검장과 대검 중앙수사부서 굵직한 사건들을 함께 수사한 대표적 ‘특수통’이다. 검찰 내에서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서 근무해 현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검찰 조직의 인사 및 예산 관리 등을 총괄하는 검찰국장 자리는 검찰 내부서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빅2’로 거론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요직이다. 윤 지검장을 유임한 데 이어 함께 손발을 맞추던 윤 차장을 검찰국장으로 임명하면서 정부가 적폐 청산 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법조계서 나온다.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된 조남관(53·24기) 서울고검 검사는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으로 신규 보임됐다. 조 감찰실장은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민간인을 동원한 댓글 외곽조직 운영 실태 등 진상조사 활동을 이끌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박정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조사를 받다가 숨진 고 최종길 교수 사건을 재조사하기도 했다.

적폐청산 공로자·특수통 약진
7명이나 물 먹은 검사들 사의

앞서 참여정부 시절에는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맡는 등 청와대와 인연이 있다. 당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문찬석(57·24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검사장 승진과 함께 요직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보임됐다. 문 차장은 증권범죄 전문가이자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2016년엔 증권범죄 관련 전문가로 대검찰청 선정 증권범죄(시세조종) 1급 공인전문검사로 ‘블랙벨트’를 인증받았다. 검찰이 2013년 공인전문검사 인증제도를 도입한 이후 검찰 내 블랙벨트가 탄생한 건 문 검사장이 처음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초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거쳐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의 초대 2차장검사로 부임해 금융조사1·2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이끌며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와 펀드매니저들의 불법행위 등을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오수(55·20기) 법무연수원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박정식(57·20기) 부산고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황철규(54·19기) 대구고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김호철(51·20기) 광주고검장이 대구고검장으로, 이금로(53·20기) 법무부 차관이 대전고검장으로, 조은석(53·19기) 서울고검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이동했다. 

반면 이번 인사서 고배를 마신 검사와 검사장들도 다수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초기 수사를 맡았던 이영주 춘천지검장(51·22기)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52·21기)은 각각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과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지검장은 발표 직후 “저의 젊음을 함께 했던 정든 검찰을 떠나려고 한다”고 글을 올리며 사의를 표했다. 부실 수사 논란 및 외압 의혹과 관련한 좌천성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단장을 맡은 양부남 광주지검장(57·22기)은 의정부지검장으로 이동해 ‘항명 파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용퇴한 고검장과 검사장 등 검찰 고위 관계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김회재(56·20기) 의정부지검장은 지난 15일, 사의를 표했다. 

공상훈(59·19기) 인천지검장과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검장, 안상돈(56·20기) 서울북부지검장, 신유철(53·20기) 서울서부지검장 등 검사장 4명은 지난 14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김강욱(60·19기) 대전고검장이 사의했다.  

올해 검사장 승진자는 문재인정부 들어 첫 정기인사가 단행된 지난해 7월의 12명(22∼23기)보다 3명 줄어든 9명(24기 6명·25기 3명)이다. 문정부 대선공약인 검사장 수 축소 기조와 앞선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향후 검사장 자리는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도 나온다. 

참여정부와 인연

한편 이번 검사장급 승진인사에는 ‘비 SKY 대학’ 출신 인사가 3명 포함됐다. 대검 공판송무부장에 보임된 김후곤(53·25기) 대검 검찰연구관이 동국대, 문찬석 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성균관대,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보임된 박성진(55·24기)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가 한양대를 졸업했다. 김 연구관 등의 승진으로 검사장급 인사 42명 중 4명에 불과했던 비 SKY 대학 출신자는 7명으로 소폭이나마 늘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