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 대해부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6.18 10:49:04
  • 호수 1171호
  • 댓글 0개

오르고 또 오르고 ‘왜 오를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요즘 기름 값이 그야말로 금값이다. 이달 초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값은 리터당 1697원을 찍었다. 자동차를 모는 운전자들은 연일 울상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기름 값의 전모를 파헤쳤다.
 

이달 들어 전국 휘발유 판매금액은 리터당 1600원대를 돌파했다. 기름값 상승은 자가용 운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생산 원가를 높이는 악재로 작용한다. 연일 지속되는 유가 상승에 온 국민이 살 떨리는 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정보서비스센터가 밝힌 이달 첫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 주 대비 4.7원 상승한 리터당 1609.7원이다. 경유도 4.7원이 올라 1410.5원을 기록했다. 지역단위로 살펴보면 서울과 제주의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싸다. 서울은 리터당 1697원을 기록했고 제주는 1661원 수준이다.

지금 얼마?
얼마까지?

전국 평균가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비싼 지역은 ▲인천(1620원) ▲경기(1621원) ▲강원(1617원) ▲충북(1611원) ▲충남(1608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은 ▲경남(1586원) ▲대구(1589원)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12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21원을 기록한 이후 휘발유 값은 3년 반 만에 최고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름값은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세금이다.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의 약 57%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부분은 정유사에 지불하는 금액인데 휘발유 가격의 38%가량이 여기에 해당된다. 나머지 5% 내외는 주유소가 챙기는 마진과 기타 유통비용으로 쓰인다. 경유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구조다.

세금, 주유소 마진, 유통비용은 소비자 물가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결정적으로 유류 가격을 정하는 변수는 정유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하는 가격에 따라 국내 소비자가는 변한다.

현재 원유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종이 거래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원유시장의 대표 유종은 미국서부텍사스중질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영국 브렌트유,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유가 있다. WTI는 북미, 브렌트유는 유럽과 아프리카, 두바이유는 중동을 대표해 기준유가를 정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 국제원유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 Countries)의 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국제원유시장은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일부 석유 생산 국가가 담합해 원유생산을 제한하고 원유가격을 임의로 조절하는 행위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시장은 원유에 대한 선물거래를 활성화했다. 금융시장서 말하는 선물은 퓨처(Futures)라고 불리는 금융상품이다. 선물거래는 향후 오르거나 내릴 물건 값을 미리 정해두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합의한 금액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유가시장처럼 가격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은 선물거래를 통해 시장에 안정성을 줄 수 있다. 현물이 급등락 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것이다.

원유의 선물거래가 활성화된 후 원유의 선물가격은 유가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기준이 됐다. 이에 따라 선물시장에서 가격정보가 풍부한 대표유종(두바이, WTI, 브렌트)가격이 국제원유가격을 정하고 있다. 특히 WTI와 브렌트유 선물시장은 실제 필요한 원유수요의 다섯배 가량이 하루에 거래될 만큼 활발한 시장이다.

국제유가 배럴당 65달러 박스권
만약 100달러까지 가면…대혼란

국제원유가격은 궁극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원유공급지의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미국 달러의 가치, 주요 산유국의 석유재고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선물시장 거래가격을 정한다.

그렇다면 현재 국제유가시장이 어떻길래 국내 기름 값이 연일 치솟는 걸까?

최근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보인다. 이달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7월에 현물거래 될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 가격은 전일에 비해 배럴당 0.4%(0.26달러) 오른 66.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ICE 선물거래소는 8월 국제유가 가격을 0.8%(0.58달러) 내려 75.8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 유가시장은 오는 22일에 열릴 석유수출국기구(이하 OPEC)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원유시장은 OPEC회의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배럴당 30달러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당시 산유국들은 하루 50만∼200만 배럴가량 석유를 뽑아냈다. 유류 공급량은 연일 수요를 초과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져야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비핵화 선언으로 경제 제재가 해제돼 하루 50만배럴 이상이 더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친 2016년과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속되는 유가 상승이 세계경제에 지나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2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조치를 완화하는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자체 공급을 늘리겠다는 소식이 있었다. 

1일 1백만배럴 내외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가 선물시장이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때 감산 완화가 전개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공행진
언제까지?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들어 크게 오른 기름값의 원인을 4가지로 진단했다. 첫 번째 이유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호황에 따른 유류 수요 증가를 꼽았다. 미국은 석유 최대 수요국이다. 지난 2017년 미국의 일일 원유 사용량은 2038만배럴로 전년에 비해 2.5% 증가했다. 

이어 올해 4월까지 일일 2067만배럴로 5.4% 증가했다. 중국의 원유 사용량도 증가세다. 중국은 지난 3월 기준 하루 922만배럴을 사들였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입 규모다. 중국은 지난 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7.0% 더 수입하는 등 견조세를 유지했다.

주요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이유로 들며 올해 원유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2분기 수요 전망을 일일 9976만배럴로 발표했다. 올 초 예상했던 규모보다 33만배럴(+0.3%) 더 책정한 것이다. OPEC도 2분기 수요전망을 9779만배럴서 9784만배럴로(+0.1%) 상향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두 번째 이유로 OPEC의 감산 정책 재연장을 들었다. 산유국들은 과잉재고를 해소하고 유가를 조정할 목적으로 원유를 감산한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시작된 OPEC 감산 정책은 산유국 사이서 성공적인 정책이라 평가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종료시점을 미루고 싶어 하는 눈치다. 감산 목표가 상당 부분 달성됐음에도 사우디는 미국의 생산증가를 우려한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감산 연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3월 OPEC이 하루 생산하는 원유의 양은 3181만배럴로 전달에 비해 20만배럴 적은 수준이다. 감산 이행률도 163%로 목표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러시아 같은 비OPEC회원국도 목표치의 90% 수준까지 감산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UAE는 감산 연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반면 러시아와 이란, 이라크 같은 반 사우디 국가는 감산 연장에 찬성하되 이행률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줄곧 원유 감산이 루블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감산 장기화를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루블화가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감산 연장 반대 명분이 약화된 실정이다.
 

중동국가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도 유가상승 원인이다. 지난달 공식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 파기됨에 따라 유가시장에 이란이 내놓던 원유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앞서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국가와 관련한 주요 참모진을 강경파로 교체했기 때문에 관계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꾸준히 냈다. 과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있던 시기 원유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원유량은 하루 최대 100만배럴가량 차이가 났다.

한방울 안나는 
나라의 설움

금융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유가의 공급이 수요를 웃돌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로선 이란산 원유의 공급차질이 가시화돼 국제유가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6개월간 일일 50만배럴 공급이 부족하게 될 시 국제 유가는 10%상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 사태도 중동 정세 불안과 공급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시리아의 원유생산은 지난 2010년 기준 하루 40만배럴 내외였으나 지속된 내전으로 최근 2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리아의 원유공급량이 국제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사우디와 이란의 이권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밖에 예멘 내전,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에 따른 중동 내 반미감정 고조 등도 원유시장을 불안케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 불확실성을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유류생산량은 감소세가 지속되 195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00년 일일 300만배럴을 상회하던 생산량은 2005년들어 250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까지 감소세가 가속화되 올해 3월에는 150만배럴을 밑돌았다. 베네수엘라의 감산 이행률은 올 3월 기준 700%에 육박한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감소 원인은 정권과 관계된 구조적 이유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집권한 차베즈 정권은 시추업계의 숙련노동자들을 정치적 지지자들로 대체했다. 이어 각종 석유관련 사업을 국유화해 석유산업으로 전문인력 유입이 제한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재제와 베네수엘라 최대기업인 PDVSA의 채무 불이행 여파까지 겹쳐 당분간 원유생산량 감소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동맹국들의 지원에도 단기간 내 문제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일일 생산량은 140만배럴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세계적인 원유의 수요 증가와 맞물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최근 유가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달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 12개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WTI의 가격도 지난달에 비해 6달러 오른 배럴당 66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국내 금융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서 더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의 강동진 연구원은 “WTI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현재 65달러 수준으로 조정받고 있다”며 “Peak Demand 논란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부담을 주는 높은 수준의 유가는 OPEC으로서도 결코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호황과 맞물린 중동 리스크
사우디·러시아 유가조절 눈치작전

유류 사용자와 판매자 모두 극단적인 상황으로 시장이 변질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입장은 감산량이 목표치보다 더 많아 생산증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 연구원은 “OPEC과 러시아는 원유생산량이 최근 1800KBPD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소한 베네수엘라의 부진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란 수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OPEC 및 러시아는 추가 증산으로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견조한 수요로 그 들이 목표로 했던 수준까지 원유재고는 감소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서 원유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산정책이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은 산유국들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는 시기가 있었다. 당시 국제유가는 1배럴당 100달러를 호가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유가가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수준이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내 셰일가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각) 최근 유가 상승세의 여파로 미 셰일 업계가 텍사스주를 넘어 인근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주까지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미국에서 시추기 가동률이 올라간다. 셰일가스는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국제 유가와 줄다리기하며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석유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주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1.75%서 2.0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금리인상은 여러 가지 경제지표에 영향을 준다. 보통 주식시장은 금리와 반대로 변동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에 돌아다니는 투자금이 은행으로 빨려 들어간다.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얼마 전 열린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경고했다.

정부 대책은?
정유사 입장은?

이 총재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이나 선진국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 이로 인해 세계적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한국의 기준금리가 1.50%인데 미국금리가 한국금리보다 높아지면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데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그 여파로 국제유가를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