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 대해부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6.18 10:49:04
  • 호수 1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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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고 ‘왜 오를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요즘 기름 값이 그야말로 금값이다. 이달 초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값은 리터당 1697원을 찍었다. 자동차를 모는 운전자들은 연일 울상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기름 값의 전모를 파헤쳤다.
 

이달 들어 전국 휘발유 판매금액은 리터당 1600원대를 돌파했다. 기름값 상승은 자가용 운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생산 원가를 높이는 악재로 작용한다. 연일 지속되는 유가 상승에 온 국민이 살 떨리는 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정보서비스센터가 밝힌 이달 첫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 주 대비 4.7원 상승한 리터당 1609.7원이다. 경유도 4.7원이 올라 1410.5원을 기록했다. 지역단위로 살펴보면 서울과 제주의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싸다. 서울은 리터당 1697원을 기록했고 제주는 1661원 수준이다.

지금 얼마?
얼마까지?

전국 평균가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비싼 지역은 ▲인천(1620원) ▲경기(1621원) ▲강원(1617원) ▲충북(1611원) ▲충남(1608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은 ▲경남(1586원) ▲대구(1589원)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12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21원을 기록한 이후 휘발유 값은 3년 반 만에 최고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름값은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세금이다.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의 약 57%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부분은 정유사에 지불하는 금액인데 휘발유 가격의 38%가량이 여기에 해당된다. 나머지 5% 내외는 주유소가 챙기는 마진과 기타 유통비용으로 쓰인다. 경유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구조다.

세금, 주유소 마진, 유통비용은 소비자 물가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결정적으로 유류 가격을 정하는 변수는 정유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하는 가격에 따라 국내 소비자가는 변한다.

현재 원유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종이 거래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원유시장의 대표 유종은 미국서부텍사스중질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영국 브렌트유,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유가 있다. WTI는 북미, 브렌트유는 유럽과 아프리카, 두바이유는 중동을 대표해 기준유가를 정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 국제원유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 Countries)의 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국제원유시장은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일부 석유 생산 국가가 담합해 원유생산을 제한하고 원유가격을 임의로 조절하는 행위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시장은 원유에 대한 선물거래를 활성화했다. 금융시장서 말하는 선물은 퓨처(Futures)라고 불리는 금융상품이다. 선물거래는 향후 오르거나 내릴 물건 값을 미리 정해두고 판매자와 구매자가 합의한 금액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유가시장처럼 가격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은 선물거래를 통해 시장에 안정성을 줄 수 있다. 현물이 급등락 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것이다.

원유의 선물거래가 활성화된 후 원유의 선물가격은 유가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기준이 됐다. 이에 따라 선물시장에서 가격정보가 풍부한 대표유종(두바이, WTI, 브렌트)가격이 국제원유가격을 정하고 있다. 특히 WTI와 브렌트유 선물시장은 실제 필요한 원유수요의 다섯배 가량이 하루에 거래될 만큼 활발한 시장이다.

국제유가 배럴당 65달러 박스권
만약 100달러까지 가면…대혼란

국제원유가격은 궁극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원유공급지의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미국 달러의 가치, 주요 산유국의 석유재고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선물시장 거래가격을 정한다.

그렇다면 현재 국제유가시장이 어떻길래 국내 기름 값이 연일 치솟는 걸까?

최근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보인다. 이달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는 7월에 현물거래 될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 가격은 전일에 비해 배럴당 0.4%(0.26달러) 오른 66.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ICE 선물거래소는 8월 국제유가 가격을 0.8%(0.58달러) 내려 75.8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 유가시장은 오는 22일에 열릴 석유수출국기구(이하 OPEC)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원유시장은 OPEC회의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배럴당 30달러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당시 산유국들은 하루 50만∼200만 배럴가량 석유를 뽑아냈다. 유류 공급량은 연일 수요를 초과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져야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비핵화 선언으로 경제 제재가 해제돼 하루 50만배럴 이상이 더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친 2016년과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속되는 유가 상승이 세계경제에 지나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2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조치를 완화하는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자체 공급을 늘리겠다는 소식이 있었다. 

1일 1백만배럴 내외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가 선물시장이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때 감산 완화가 전개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공행진
언제까지?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들어 크게 오른 기름값의 원인을 4가지로 진단했다. 첫 번째 이유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호황에 따른 유류 수요 증가를 꼽았다. 미국은 석유 최대 수요국이다. 지난 2017년 미국의 일일 원유 사용량은 2038만배럴로 전년에 비해 2.5% 증가했다. 

이어 올해 4월까지 일일 2067만배럴로 5.4% 증가했다. 중국의 원유 사용량도 증가세다. 중국은 지난 3월 기준 하루 922만배럴을 사들였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입 규모다. 중국은 지난 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7.0% 더 수입하는 등 견조세를 유지했다.

주요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이유로 들며 올해 원유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2분기 수요 전망을 일일 9976만배럴로 발표했다. 올 초 예상했던 규모보다 33만배럴(+0.3%) 더 책정한 것이다. OPEC도 2분기 수요전망을 9779만배럴서 9784만배럴로(+0.1%) 상향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두 번째 이유로 OPEC의 감산 정책 재연장을 들었다. 산유국들은 과잉재고를 해소하고 유가를 조정할 목적으로 원유를 감산한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시작된 OPEC 감산 정책은 산유국 사이서 성공적인 정책이라 평가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종료시점을 미루고 싶어 하는 눈치다. 감산 목표가 상당 부분 달성됐음에도 사우디는 미국의 생산증가를 우려한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감산 연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3월 OPEC이 하루 생산하는 원유의 양은 3181만배럴로 전달에 비해 20만배럴 적은 수준이다. 감산 이행률도 163%로 목표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러시아 같은 비OPEC회원국도 목표치의 90% 수준까지 감산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UAE는 감산 연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반면 러시아와 이란, 이라크 같은 반 사우디 국가는 감산 연장에 찬성하되 이행률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줄곧 원유 감산이 루블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감산 장기화를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루블화가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감산 연장 반대 명분이 약화된 실정이다.
 

중동국가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도 유가상승 원인이다. 지난달 공식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 파기됨에 따라 유가시장에 이란이 내놓던 원유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앞서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국가와 관련한 주요 참모진을 강경파로 교체했기 때문에 관계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꾸준히 냈다. 과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있던 시기 원유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원유량은 하루 최대 100만배럴가량 차이가 났다.

한방울 안나는 
나라의 설움

금융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유가의 공급이 수요를 웃돌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로선 이란산 원유의 공급차질이 가시화돼 국제유가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6개월간 일일 50만배럴 공급이 부족하게 될 시 국제 유가는 10%상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 사태도 중동 정세 불안과 공급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시리아의 원유생산은 지난 2010년 기준 하루 40만배럴 내외였으나 지속된 내전으로 최근 2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리아의 원유공급량이 국제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사우디와 이란의 이권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밖에 예멘 내전,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에 따른 중동 내 반미감정 고조 등도 원유시장을 불안케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 불확실성을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유류생산량은 감소세가 지속되 195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00년 일일 300만배럴을 상회하던 생산량은 2005년들어 250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까지 감소세가 가속화되 올해 3월에는 150만배럴을 밑돌았다. 베네수엘라의 감산 이행률은 올 3월 기준 700%에 육박한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감소 원인은 정권과 관계된 구조적 이유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집권한 차베즈 정권은 시추업계의 숙련노동자들을 정치적 지지자들로 대체했다. 이어 각종 석유관련 사업을 국유화해 석유산업으로 전문인력 유입이 제한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재제와 베네수엘라 최대기업인 PDVSA의 채무 불이행 여파까지 겹쳐 당분간 원유생산량 감소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동맹국들의 지원에도 단기간 내 문제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일일 생산량은 140만배럴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세계적인 원유의 수요 증가와 맞물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최근 유가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달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 12개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WTI의 가격도 지난달에 비해 6달러 오른 배럴당 66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국내 금융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서 더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의 강동진 연구원은 “WTI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현재 65달러 수준으로 조정받고 있다”며 “Peak Demand 논란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부담을 주는 높은 수준의 유가는 OPEC으로서도 결코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호황과 맞물린 중동 리스크
사우디·러시아 유가조절 눈치작전

유류 사용자와 판매자 모두 극단적인 상황으로 시장이 변질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입장은 감산량이 목표치보다 더 많아 생산증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 연구원은 “OPEC과 러시아는 원유생산량이 최근 1800KBPD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소한 베네수엘라의 부진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란 수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OPEC 및 러시아는 추가 증산으로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견조한 수요로 그 들이 목표로 했던 수준까지 원유재고는 감소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서 원유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산정책이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은 산유국들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는 시기가 있었다. 당시 국제유가는 1배럴당 100달러를 호가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유가가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수준이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내 셰일가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각) 최근 유가 상승세의 여파로 미 셰일 업계가 텍사스주를 넘어 인근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주까지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미국에서 시추기 가동률이 올라간다. 셰일가스는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국제 유가와 줄다리기하며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석유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주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1.75%서 2.0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금리인상은 여러 가지 경제지표에 영향을 준다. 보통 주식시장은 금리와 반대로 변동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에 돌아다니는 투자금이 은행으로 빨려 들어간다.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얼마 전 열린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경고했다.

정부 대책은?
정유사 입장은?

이 총재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이나 선진국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 이로 인해 세계적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한국의 기준금리가 1.50%인데 미국금리가 한국금리보다 높아지면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데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그 여파로 국제유가를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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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