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②태안 두웅습지

사구를 지키는 습지의 힘

두웅습지는 국내에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 가운데 강화 매화마름군락지 다음으로 규모가 작다. 전체 면적 6만5000㎡(약 2만평) 가운데 물에 잠긴 부분은 훨씬 좁아서 초등학교 운동장만 하다. 데크와 흙길로 된 습지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이라는 정보에 순천만이나 우포늪 같은 곳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두웅습지는 ‘사구 배후습지’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보통 사구 지대 뒤에는 평지나 산지가 있는데, 사구 지대와 산지 경계부에 담수가 고이면 배후습지가 형성된다. 두웅습지는 신두리해안사구의 배후습지라는 지형적인 의미와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2001년 태안신두리해안사구와 함께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했고, 2002년에는 환경부와 해상수산부에서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2007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천연기념물 431호

겉모습만 보고 실망해서 돌아가지 말고 안내소 문을 두드려보자.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설사가 상주한다. 30~60분 동안 두웅습지의 형성 과정과 의미, 습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해 들려준다.

두웅습지는 자그마한 규모에 비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멸종 위기 야생생물 금개구리다. 배 쪽이 황금처럼 누런빛을 띠는 금개구리는 참개구리보다 약간 작으며 밝은 녹색 등에는 줄무늬가 2개 있다. 개체 수가 적고 잘 움직이지 않아 찾기 힘들다.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번식기라서 울음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관찰할 확률이 높다. 습지 내 초록색 울타리를 친 곳이 금개구리 서식지다.

멸종 위기 야생생물 표범장지뱀과 맹꽁이도 두웅습지에 있다. 이밖에 유혈목이와 도롱뇽 같은 양서·파충류, 노랑부리백로와 왜가리, 알락꼬리마도요, 쇠기러기, 종다리, 흰물떼새 등 조류도 이곳을 둥지 삼아 살아간다.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생명체가 다른데, 개미귀신은 아무 때나 쉽게 보인다. 명주잠자리 애벌레로, 모래에 깔때기 모양 함정을 만들고 거기 빠진 개미나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솔숲 아래 모래땅에 개미지옥이 많다. 두웅습지 해설 중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장 인기 있는 부분이 개미귀신을 보여줄 때라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식물도 특색 있다. 눈에 자주 띄는 갈대나 억새, 부들, 해당화 외에 쉽싸리, 매자기, 부처꽃, 이삭사초, 창포, 애기마름, 참통발 등 설명을 듣고 보면 하나같이 소중한 습지식물이다. 두웅습지는 바닥이 신두리해안사구의 지하수와 연결돼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덕분에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 안정적인 생태 환경을 제공한다. 두웅습지가 오염되거나 파괴되면 신두리해안사구까지 영향이 미친다. 신두리해안사구를 지금 모습 그대로 지켜주는 게 두웅습지인 셈이다.

두웅습지에서 신두리해안사구 주차장까지 차로 3분, 걸어서 20분 걸린다. 사구 안내도에 두웅습지가 표시되었고, 신두리사구센터 전시 중에 두웅습지가 한 코너를 장식한다. 습지 모형에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귀여운 얼굴로 맞이하고, 금개구리 울음소리도 나온다. 신두리사구센터는 신두리해안사구를 보호하고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시설로, 사구를 둘러보기 전에 전시물을 관람하는 게 좋다.

신두리사구와 산의 경계에 담수 고여 형성
멸종 위기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서식지

사구 탐방할 때 모래언덕과 순비기언덕까지 가는 A코스(1.2km, 30분 소요)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구의 속살을 두루 살피기 좋은 B코스(모래언덕-초종용군락지-고라니동산-엽낭게달랑게-순비기언덕, 2km, 1시간 소요)를 추천한다. 시간이 넉넉하면 곰솔생태숲, 작은별똥재, 해당화동산이 더해진 C코스(4km, 2시간 소요)도 좋다. 6월에는 해당화가 만발해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고, 통보리사초와 갯그령, 갯방풍 등 사구식물의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선정한 천리포수목원은 1년 내내 꽃이 피고 진다. 6월에는 작약과 수국, 아이리스가 주인공이다. 큰 연못 주변에 아이리스가 만발하고, 큰 연못과 작은 연못 사잇길에 수국이 탐스럽다. 민병갈기념관 뒤로 난 숲길을 넘어가면 작약원이 나타난다. 작약원 옆 희귀·멸종 위기 식물 전시원에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자 공룡시대 나무인 울레미소나무가 있다. 해변 쪽에 설치된 데크 산책로, 수련이 가득한 습지원, 설립자의 뜻을 이어 해마다 손 모내기를 하는 논, 동화처럼 꾸민 어린이정원 등 곳곳이 보물처럼 아름답다. 수목원에 마련된 숙소에서 묵으며 수목원을 나만의 정원처럼 누리는 가든스테이도 인기다.

백사장 길이 약 2km, 너비 100m에 이르는 만리포해수욕장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 좋다. 유명세만큼 식당과 숙소가 즐비하다. 파도가 좋은 날이면 서핑을 하는 이도 종종 볼 수 있다. 서핑의 천국 캘리포니아를 본떠 ‘만리포니아’라고 불린다.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국보 307호)은 백제 시대 것으로, 우리나라 초기 마애불 형태를 보여준다. 가운데 본존불이 있고 좌우에 협시를 두는 일반적인 삼존불 배치와 달리, 중앙에 키 작은 관음보살을 두고 왼쪽에 석가여래, 오른쪽에 약사여래를 새긴 점이 특이하다. 바위를 깎아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겨 아늑한 느낌이다.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에서 고개를 돌리면 ‘태을동천(太乙洞天)’이라 새긴 큰 바위가 보이고, 10분 더 걸으면 태안1경 백화산 정상이다. 해발 284m로 야트막하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아 시야가 탁 트인다. 군사시설로 54년간 묶였다가 지난 2017년 일반에 개방했다. 날씨가 좋을 때면 태안 읍내는 물론, 만리포와 안면도 쪽 바다까지 보인다.


낙지+박 ‘박속낙지탕’

여행의 대미는 풍성한 해산물을 자랑하는 태안의 여름 밥상으로 장식한다. ‘갯벌의 산삼’으로 불리는 낙지를 박과 함께 끓인 박속낙지탕을 맛보자.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리고 기운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두웅습지, 태안신두리해안사구→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백화산 전망대→두웅습지, 태안신두리해안사구→모항항, 
둘째 날: 천리포수목원→만리포해수욕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금강유역환경청 www.me.go.kr/gg
- 신두리사구센터 http://sinduri.x-y.net
- 태안군청 오감관광 www.taean.go.kr/tour.do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만리포넷(만리포해수욕장) www.malipo.net

문의 전화
- 태안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41)670-2762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만리포관광협회 041)672-966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태안,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40~20:0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1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 txbus.t-money.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운암로→운산교차로에서 서산 방면 우회전→서해로→두야교차로에서 이원 방면 우회전→태흥로→무내교차로에서 이원 방면 좌회전→원이로→옥파로→닷개삼거리에서 신두리 방면 왼쪽→신두로→신두1길→두웅로→두웅습지

숙박 정보
- 하늘과바다사이리조트: 원북면 신두해변길, 041)675-2111, www.sky-sea.co.kr
- 피노키오펜션: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www.pinocchiopension. com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www.chollipo.org

식당 정보
- 원풍식당(박속낙지탕): 원북면 원이로, 041)672-5057
- 꾸지나무골회수산(모둠회): 이원면 꾸지나무길, 041)674-7850
- 통나무집사람들(게국지): 원북면 원이로, 041)672-1600 

주변 볼거리
구름포해변, 모항항, 학암포해변, 어은돌항, 파도리해변, 갈음이해변, 안흥성, 몽산포해변, 네이처월드, 안면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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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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