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의 행보가 수상하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면서도 조용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 김무성 의원 등이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을 주도하면서 DJ-YS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민추협의 움직임에 친박계 인사들이 일부 포함되면서 박 전 대표의 ‘언질’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야권-박근혜 밀월’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눈길을 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간의 관계복원이 힘들다”며 “박 전 대표와 민추협이 밀월을 통해 세몰이에 나서고 있어, 이를 계기로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박근혜-민추협 밀월설’을 추적해봤다.
민추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추협은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영원한 맞수’ YS-DJ 관계 회복을 위해 결성된 정치적 협의체다. 하지만 YS-DJ 두 사람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와해됐던 민추협이 그간의 휴면기를 접고 새로운 활동에 나서 주목을 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밀월설이 그것이다. 최근 박 전 대표와 민추협을 잇기 위한 모임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사는 다름아닌 친박계 김무성 의원이다. 여기에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별보좌관 등도 포함되어 있다.
김 의원은 “그간 민추협이 1년에 한두 번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곤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달 모임을 만들었고, 이제는 상도동도 동교동도 없다는 차원에서 이제까지 맞춰오던 숫자상 균형 원칙도 없앴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11월 민추협 모임을 통해 “계속 만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는 조만간 DJ-YS 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민추협 수상한 행보
“계속 만나면 좋은 일 생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하는 데는 박 전 대표의 대권 플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상기류에 봉착한 박 전 대표의 대권 플랜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것.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김문수 경기지사를 띄우고 박 전 대표를 죽이겠다는 ‘음모론’까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민추협 활동 내용에 대한 세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극비리’에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플랜을 성사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DJ-YS’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민추협이 월례모임을 가지며 나름대로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민추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의 상당수가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추협의 행보가 수상해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며 “친박계 김 의원과 김 특보 등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와 핫라인을 가동해 활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이미 가동됐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박계 김무성 등 민추협 활동 본격화…박근혜 언질 있었나?
정치권 관계자 “전직 대통령 암묵적으로 박(朴) 지지하고 있다”
민추협 물밑활동 시작?…“야권 거물급 인사 A씨와 빅딜 중”
Y인사 등 보이지 않는 손 3인방 움직인다…친박 “추측일 뿐”
이어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최악의 경우 탈당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 전 대표 입장에선 차기 대권 플랜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세 확산이 불가피하다. ‘이명박-박근혜는 융합할 수 없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만큼 비장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이명박 정부가 각종 악재로 ‘위기론’이 계속 가중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명박-박근혜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차기 대권후보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로선 정치적 기반을 더 확고히 구축한 연후에 세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른바 이 대통령이 흔들려야 박 전 대표가 살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DJ-YS 관계 복원 속내
A·B 인사와 ‘빅딜’ 추진?
그렇다면 민추협이 박 전 대표 차기 대권 플랜에 ‘청신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TK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플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민추협은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인사들이다. 비록 원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이지만 이들이 움직일 경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YS가 이 대통령을 암묵적으로 지지했지만,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버리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YS의 차남 현철씨가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된 것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DJ 역시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 대통령이 참여정부국민의 정부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 움직인다
“갖가지 추측 중 하나”
이를 입증하듯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은 암묵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실제 DJ는 지역통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또 민주당 내에서 마땅한 대권후보가 없는 만큼 DJ도 박 전 대표를 암묵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다”며 “민추협에서 DJ-YS 관계 복원에 나서는 것도 박 전 대표를 위한 일임은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이는 민추협이 박 전 대표의 언질을 받고 물밑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민추협 밀월설’이 나아가 야권 핵심인사와 빅딜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후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움직일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막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최근 민추협 등 박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물밑활동을 시작했다. 야권 핵심인사인 A씨와의 빅딜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A인사는 원내·원외 세력이 약화됐다. 게다가 당내에서 기반이 없는 만큼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A인사가 이같은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서 A인사는 암묵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A인사 이외에도 야권의 핵심인사인 B씨와도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 농후하다. B인사는 ‘2인자’로 전락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박 전 대표 측 세력들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빅딜’을 추진하는 인사들은 과연 누구일까. 정치권 한 관계자에 따르면 Y인사를 비롯해 보이지 않는 손 3인방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Y인사는 최근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정치권 관계자들은 “Y인사가 비록 이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박계 인사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도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 보이지 않는 손들에 대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 내에서는 이들이 물밑활동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관계자는 “확대 해석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 중 하나 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조용한 행보 뒤에 커다란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 내에서 파다하다. 물론 그 실체는 정확히 포착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소문대로 박 전 대표가 세 불리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는 박 전 대표의 ‘언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같은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의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