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교육감 선거 왜?

찍긴 찍는다 ‘대충∼’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선거전이 한창이다. 후보자들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지역 일꾼’을 자처하고 있다. 비록 이번 선거가 남북관계 등 굵직한 중앙이슈에 파묻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지역 현안과 관련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두고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교육감 선거와 관련이 깊지 않다보니 관심 역시 멀어진다. 여러 지역의 교육감 후보 여론조사에서 ‘모름·무응답’ 비중이 1위 후보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그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관심이 높은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투표를 할 수 없다. 만 19세 이상을 넘지 못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관심 없다”

6·13 지방선거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는 총 12명의 교육감이(서울·부산·광주·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경남·제주) 선거에 출마한다. 꽤 많은 수의 교육감들이 다시금 출사표를 던지는 까닭은 ‘현역 프리미엄’이 높다는 데서 기인한다.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덜한 만큼 현역 프리미엄이 상당하다. 그나마 얼굴이 익숙한 사람에게 표가 향한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자체가 비교적 조용한 편이기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면도 있다. 교육감 후보들은 정당 공천이나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지방교육자치법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연유로 후보자들은 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 후보들에 비해 주목을 받기 어렵다. 화제성 역시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교육감 선거는 참여가 결여된 선거로 꼽힌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은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근 일주일 사이의 교육감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에선 ‘모름·무응답·없음’ 등에 응답한 비율이 1위 후보를 넘어섰다. 그 응답이 1위 후보와 비슷한 지역도 다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실시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희연 후보가 35.3%로 1위를 차지했다.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는 각각 6.0%, 5.1%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지지해야 할 후보를 모르겠다’는 응답률은 38.4%에 달했다. 1위인 조 후보보다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방식을 활용해 진행했다. 유선전화 임의걸기방식(RDD)과 3개 통신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했다. 응답률은 15.3%. 올 4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경기도 교육감 후보 여론조사 역시 대동소이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7일 실시한 ‘경기도교육감 후보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정 후보는 30.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송주명 후보 7.3%, 배종수 후보 5.3%, 임해규 후보 3.5%, 김현복 후보 1.0% 순이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에는 14.1%가 답했다. 모름·무응답은 38.5%였다. 부동층만 52.6%에 달한다. 선두인 이 후보의 두 배에 가깝다.

여론조사 하면 무응답 비율 가장 높아
이해당사자 청소년 “우리라도 투표를”


이번 조사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방선거 기획특집 ‘주요 격전지 여론조사’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지난달 27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각 통신사로부터 발급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79.6%)와 유선전화(RDD/20.4%)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실시했다.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p 수준이며, 응답률은 17.5%(유선전화면접 14.6%, 무선전화면접 18.4%)다. 지난 4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지역·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일반 유권자들과 달리 선거에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야 말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주장이다. 청소년들의 참정권 요구는 깜깜이 교육감 선거가 매번 되풀이 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 역시 현상유지 상태에 머무르자 청소년들의 선거권 요구에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 대통령발 개헌서 촉발된 선거연령 인하 문제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해 달라며 청소년들이 국회 앞에서 삭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삭발집회의 중심에 있던 촛불청소년인권제정연대는 지난달 24일,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청소년들의 투표권 행사를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호 0번 청소년 서울시 교육감 후보 출마 선언’을 단행했다. 기호 0번 교육감은 없지만 청소년 없는 교육감 선거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기호 0번 후보를 내세운 것이다. 이와 비슷한 캠페인은 2008년과 2010년에도 있었다.

이날 하얀색 가면을 쓰며 후보 역할을 맡은 10대 청소년은 “청소년의 목소리가 교육감 선거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며 “청소년은 어른들이 결정한 교육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고 만들어 나가는 교육의 주체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보다 지역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 선거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이로 인해 후보 간 정책대결이 주목받기보다 인지도에 따라 승부가 결정됐다. 매번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까닭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태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제시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교육감 후보의 정당 표방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언급하는 등 교육감 선거에 정치적 요소를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법에 저촉될 뿐더러 국민여론이 교육과 정치의 혼재를 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익숙한 후보에

일각에선 청소년들의 참여를 해법으로 꼽는다. 유권자들의 참여 정도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투표에 적극적인 청소년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감 선거만큼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들이 교육감 후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선거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김없이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교육감 선거가 언제쯤 그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