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5)충신의 마음

백제의 미래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른 의자왕이 은고를 주시했다. 은고의 눈에 순간적으로 핏발이 섰다.  

“전하, 우리의 약속을 잊으셨습니까?”

“약속이라니요?”

성충이 흡사 군사 전략처럼 강 후에 온의 대화를 구사하자 의자왕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지 혹은 아직도 정상이 아닌지 힘없이 답했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제 아우인 윤충과 함께 백제의 중흥을 도모하기로 굳게 약조한 사실 말입니다.”


“짐이 지금 그런 차원에서 이리하고 있는 거 아니오.”

“이런 행동이 백제를 위한 일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짐이 신라의 강성한 음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런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이오?”

“음의 기운을 억누르다니요?”

“짐 스스로 음의 기운을 빌어 백제의 진덕을 사망케 한 사실 그리고 연이은 승리를 모른다 하지 않겠지요?”

성충 식음을 전폐

성충이 대답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은고를 주시했다. 시선을 받은 은고가 고개를 돌려 의자왕에게 상반신을 바짝 밀착시켰다.   


“전하,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렵니다. 저 요망한 계집을 내치시고 하루속히 국정에 전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뭐라, 요망한 계집이라!”

“그러하옵니다, 전하. 자고로 한 국가가 망할 때는 흰 여우가 온 궁을 휘젓고 다닌다 하였습니다. 지금 전하 곁에서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대고 있는 저 요망한 년이 바로 여우 중에 흰 여우입니다. 그러니 즉각 내치십시오!”

“뭐!”

말을 마친 성충이 의자왕이 미처 뭐라 말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동안 몸이 부들부들 떨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던 의자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런 무례한 놈이 있나. 여봐라!”

문이 열리면서 궁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충 저놈을 당장 하옥하도록 하라. 내 이 놈을 갈가리 찢어 죽일 테다!”

고함을 지른 의자왕이 은고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은고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급히 곁에 자리하여 은고의 어깨를 감쌌다.

“전하, 너무나 억울하옵니다. 백제와 전하를 위해 소녀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 저런 소리나 들어야 하는지요.”

“저놈을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말테니 너무 심려 말거라.”


“그러면 뭐한데요?”

“그게 무슨 말인고.”

“이제 봇물이 터졌으니 이 사람 저 사람 소녀를 그리 대할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하면?”

은고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의자왕의 목을 끌어안았다.

“자네를 정식으로 부인으로 맞이하도록 하겠네.”


“그리해 주시겠사옵니까, 전하.”“당연히 그리해야지.”

의자왕이 즉각 성충을 효수하려 했으나 흥수를 중심으로 한 신하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하옥시키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옥에 갇힌 성충이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들은 계백이 옥을 찾았다.

“뭐 하자고 이리 걸음 하였는가?”

“참으로 난감합니다, 장군,”

짧게 말을 마친 계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다한 게야, 백제의 운이.”

“정말 그러한지요. 전처럼 혹여 일시적이지 않을는지요?” 

물론 사택비의 경우를 지칭했다.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네. 사택비는 요부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지만 백제의 미래에 전혀 해가 되는 여자가 아니었네.”

“하면, 이 여자는?”

의자왕 성충 가두고 은고를 부인으로
선도해 죽음에 연개소문 상심과 추억

“이 여자는 왕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트리고 있어. 아울러 지금 복용하는 마약으로 인해 그리 멀지 않아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듯하네.”

“전혀 방법 없습니까?”“요망한 계집도 문제지만 오석산이란 마약이 더 문제야.

“그 이유는?”

“마약이란 한번 맛을 들이면 결코 끊기 쉽지 않네. 그러니 그게 더 문제야. 아울러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또 그러니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고, 결국 몸과 정신이 망가질 때까지 가는 게야.”

“하온데.”

“뭔가?”

“식음을 전폐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만 거두시지요.”

“아닐세. 전하께서 내가 죽어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랄뿐이네.”

“그러면 기어코 죽음을 불사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성충이 가볍게 웃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사람이 왜 사람인지 아는가?”

계백이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의 부분이네. 사람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삶이란 자체가 무의미하지. 그러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찌감치 정리를 시도함이 옳네.” 

“장군!”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내 이야기나 전하께 전해주게나.”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가 항상 때를 보고 변화를 살폈는데 틀림없이 전쟁이 일어날 것이야. 그것도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 말일세. 그런 경우 군사를 씀에 있어 반드시 그 지리를 살펴 택할 것이니, 강의 상류에서 적을 맞이하라 일러 주게. 그리고 침략군이 혹여 가까이 다가오면 육로로는 침현(沈峴, 탄현으로 대전과 옥천 경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기벌포(伎伐浦, 충남 장항) 언덕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서 험난하고 길이 좁은 곳에 의거하여 적을 막으라고 말일세.”

한동안 잠잠했던 당이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해 출발했다는 보고가 왔을 무렵 선도해가 운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누구보다도 연개소문의 상심은 깊었다. 비록 피는 다르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이 지냈던 그의 죽음에 연개소문이 마치 넋이 빠져나간 듯했다.

“형님, 마음 좀 가다듬으시지요.”

연개소문이 상심에 빠져 집에 칩거하고 있는 중에 연정토가 방문했다. 

“그래야겠지.”

다가선 동생의 손을 잡으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전하께서도 상심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당연히 그러하시겠지. 나도 그렇지만 전하 역시 선 책사를 잃은 심정 말로 표현하기 힘드실 게야.”

“그러니 가서 전하를 뵙고 슬픔을 함께 나누시면서 당나라 침입에도 대비하셔야지요.”

궁궐로 향하는 중에 바로 며칠 전 선도해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선도해를 보내며

“대감, 지내놓고 보니 시간이 참으로 덧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뚱딴지 같이 무슨 소리요?”

선도해가 답에 앞서 가벼이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오?”“몸이며 마음이 예전만 못하여 그러합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오. 나 역시 이제는 인생의 막바지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종종 들고는 하지요.”

“그러면 제가 대감에 앞서 먼저 길을 가도 결코 결례는 아니 되겠습니다.”

“허허, 무슨 섭섭한 소리를 그리하시오. 비록 피는 다르고 태어난 때도 다르지만 책사와 나는 한 운명 아니겠소? 그러니 유명을 달리한다면 함께해야 할 거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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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