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계가 인정한 방탄소년단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46:00
  • 호수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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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한류’ 싸이마저 뛰어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 가수로서 최초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션 멘데스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들을 제치고 이 상을 수상. K-POP(이하 케이팝)으로 세계를 평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BTS∼” 지난 21일 오전 9시(한국시각) 미국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서 BTS(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울러 퍼졌다. 관객들은 물론, 세계적인 팝 스타들 모두 크게 환호하며 축하를 보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탑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넘어
전 세계 주목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세계 대중음악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1894년 미국 뉴욕서 창간한 <빌보드>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 발표했다. 이 순위는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한 것으로서 그 공신력을 인정받아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됐다.

‘톱 소셜 아티스트’상은 지난 한 해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지난 3월까지 1년 간 빌보드 ‘소셜 50’ 차트 랭킹, 주요 SNS서의 팬 참여 지수 등의 실적과 14일부터 20일까지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수상자를 정한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세계적인 팝스타를 제치고 수상했다. 이 시상식서 한국 가수가 수상한 사례는 2013년 ‘강남스타일’로 ‘톱 스트리밍 송’ 비디오 부문상을 받은 싸이가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수상 직후 “감사하다. 2년 연속 소중한 상을 안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이나 연속으로 받게 돼서 소셜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몇몇 팬들이 방탄소년단 뮤직이 삶을 바꿨다고 했다. 말이라는 게 소셜을 타고 넘어 전달되는 게 얼마나 힘이 있는지 알게 됐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에 이어 이날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컴백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8일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또 좌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와 라이브를 펼쳐 관객의 한국어 가사 떼창을 끌어냈고 전 세계 팬들의 열광스러운 호응을 받았다.

2년 연속 빌보드뮤직어워드 수상 ‘쾌거’
한국 가수 최초 “K-POP으로 세계 평정”

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을 방탄소년단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등 이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퍼렐 윌리엄스, 릴 펌, 존 레전드 등이 방탄소년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 ‘DNA’와 ‘불타오르네’ ‘쩔어’에 이어 최근 ‘피 땀 눈물’까지 3억뷰를 돌파하며, 한국 그룹 최초로 4편의 3억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했다. 이처럼 전 세계를 평정한 방탄소년단은 가수 브랜드평판 5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2018년 4월20일부터 2018년 5월21일까지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 8923만개의 소비자 브랜드 참여, 미디어, 소통, 커뮤니티 분석을 했다.


 가수 브랜드평판지수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원을 선보이고 있는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소비자 행동분석을 하여 참여가치, 소통가치, 미디어가치, 커뮤니티가치로 분류하고 긍부정비율 분석과 평판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된 지표다. 

브랜드 평판분석을 통해 브랜드에 대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왜, 이야기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2018년 5월 가수 브랜드평판 순위서 방탄소년단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워너원, 아이콘, 트와이스 등 순이다. 

엄청난 국내 팬덤을 자랑하며 ‘국민 그룹’으로 꼽힌 워너원을 꺾고, 방탄소년단이 ‘세계 그룹’으로서 인기를 입증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로 데뷔 4년 차에 불과한 그룹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해외 시장서 큰 화제가 되며 역으로 국내 시장가지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알렸다. 지난 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청와대 만찬서 케이팝에 관심을 보이며 방탄소년단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를 한다. 한국어를 가르쳐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앞에서 케이팝을 부르게 하겠다”고 말해 만찬장을 훈훈하게 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케이팝에 맞춰 자녀들과 흥겹게 춤추는 영상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별 마케팅 없이 
해외시장 개척

국내 1위 게임회사 넷마블은 지난달 방탄소년단 소속 회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했다. 넷마블은 이들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 월드’를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멤버들은 미국 등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화보 1만장, 스토리 영상 100개 이상을 찍을 정도로 애를 썼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파급 효과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트라(KOTRA)는 2013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히트가 만들어낸 국가브랜드 자산 창출액이 6656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BTS 신드롬’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7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서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돌 그룹이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의미로, 10대의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멤버는 진(김석진, 1992년생, 서브보컬), 슈가(민윤기, 1993년생, 리드래퍼), 제이홉(정호석, 1994년생, 서브래퍼·메인댄서), RM (김남준, 1994년생, 리더·메인래퍼), 지민(박지민, 1995년생, 리드보컬·메인댄서), 뷔(김태형 1995년생, 서브보컬), 정국(전정국, 1997년생, 메인보컬·서브래퍼·리드댄서)으로 구성돼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방송 데뷔는 2013년 6월13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통해서다. 그 전날인 12일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데뷔곡 타이틀 ‘No More Dream’)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앨범은 멜론 뮤직 어워드, 서울가요대상과 골든 디스크, 가온 차트 K-POP 어워드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데뷔 후 2년여 동안 <학교 3부작> 앨범을 연이어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그들은 첫 번째 정규 앨범 <DARK&WILD>(2014)를 발매했다.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1>(2015)에 이어 네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2>(2015)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첫 진입했다. 이듬해 이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2016)를 발매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2017년 현재까지 105만장에 달하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화양연화> 시리즈의 성공으로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2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WINGS>(2016)를 통해 케이팝 아이돌 그룹으로 해외서 전례 없던 대기록을 세우며 톱 아이돌 반열에 등극했다. 이 앨범은 발매 전 선주문 50만장을 기록하며 두 달 간 총 75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판매량은 가온차트 집계 사상 최고 기록(2016년 가온차트 연간 결산 1위)을 갈아치우며 그들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빌보드 200 차트에 26위로 진입해 한국 가수 중 최고 기록을 세운 동시에 ‘빌보드 200’에 3개 앨범 연속 진입 기록과 2주 연속 차트 유지,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진입(62위)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8주 연속 톱10에 들었다. 

방탄소년단은 2016년 12월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첫 수상하며 데뷔 3년 만에 국내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케이팝 그룹 최초로 시상식에 참석해 톱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다음 앨범으로 2017년 9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Love Yourself 承 `Her`>은 출시 이후 13일 만에 12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해 이는 가온차트 집계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량이자, 단일앨범 월간 판매기준 2001년 11월 god 정규 4집 앨범(144만장, 한국음반산업협회) 이후 16년 만에 120만장 돌파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가요계 새 역사를 썼다.

편견 이겨내고
새 역사 쓰다

이후 가온차트 누적 집계 사상 최다 판매량인 149만장(1월 12일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다판매량으로 가온차트 연간앨범차트 1위에 등극하며 명실상부 ‘음반킹’ 자리를 확고히 했다. 

빌보드 200 7위에 진입해 한국 가수 최고 순위이자 아시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기존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타이틀곡 ‘DNA’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서 85위로 진입하며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핫 100 진입의 쾌거를 이뤘다. 

이후 일주일 만에 67위로 순위가 상승해 케이팝 그룹 최고 순위(원더걸스의 ‘Nobody’ 영어버전이 기록한 76위)를 갈아치웠다. 또한 한국 가수 최초로 5개 앨범이 연속 빌보드 200 차트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가수 최초로 4주 연속 빌보드 핫 100과 빌보드 200에 동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11월 K-pop 그룹 최초이자 2017년 올해 아시아 뮤지션으로서는 유일하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퍼포머’로 초청받은 방탄소년단은 성공적인 미국 데뷔 무대를 마쳤다. 2017년 12월 신곡 ‘MIC Drop’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핫100서 28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의 자체 기록이자 케이팝 그룹 최고의 기록을 또 갈아 치웠다.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서 K-pop 그룹 최초로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12월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멜론 뮤직 어워드 올해의 베스트송상, 글로벌 아티스트상에 이어 2018년 1월 골든디스크 시상식 음반부문 대상과 서울가요대상서 첫 대상을 수상했다. 

총 4개의 대상 트로피, 주요 시상식의 대상을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들의 데뷔 이후, 전 세계서 약 500만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92∼97년생 7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데뷔 4년 만에 각종 신기록 갈아치워

탄소년단 앨범은 상당수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슈가와 RM의 경우 프로듀싱도 맡았다. 연습생 시절부터 프로듀싱을 해왔다. 멤버들도 종종 ‘곡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힐 만큼 각 세대별로 공감대 있는 가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온라인서부터 시작됐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팬들과 소통해 온 결과 빌보드 소셜50 차트 1위에 올랐고 SNS서 강력한 파급력을 바탕으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서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데뷔 전부터 유튜브와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SNS, 미디어 플랫폼 등에서 그들의 활동이 국내외 팬들의 접근성을 높인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 받는다. 

트위터 코리아 공식 계정은 지난 11월13일, 방탄소년단 그룹 공식 트위터(@BTS_twt) 팔로워 수가 1000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기네스 세계기록 2018(기네스북)>의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 그룹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언론들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앞 다투어 그들을 소개하고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지인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의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늘리고 있는 헌신적인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미국 음악 차트서 역사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방송 매체 BBC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BTS: 케이팝 왕자들의 지속적인 힘’이라는 기사를 통해 “싸이가 2012년 강남 스타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인기는 곧 잠잠해졌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어느 케이팝 스타도 하지 못했던 악명 높은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서도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으며 큰 인기를 끄는 비결로 세심하게 유지하는 팬과의 소통을 꼽기도 했다.

인기 비결은?
세심한 소통

국내 음악 평론가들도 독보적인 위상을 떨친 방탄소년단은 연거푸 극찬했다. 지난해 11월20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국내 생중계서 사회를 맡은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참석에 대해 “싸이 미국 진출 이후의 쾌거”라며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의 미국내 정서적 지분이 대단하다는 걸 입증하는 무대”라며 “아직도 케이팝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싸이 이후 위기 국면이었는데 방탄소년단 덕분에 다시 살았다”고 언급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TS 만든 방시혁의 파워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세계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 선정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빌보드는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 73인을 발표하며,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가 음악제작(Recording) 부문 파워 플레이어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빌보드는 “방시혁 대표가 프로듀싱 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Her)’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160만장 이상 팔렸으며, 한국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TOP 10 안에 이름을 올렸고, 앨범 타이틀 곡 DNA는 Digital Song Sales 37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방 대표는 빌보드 매거진을 통해 “더 많은 K-Pop 가수들의 음악이 차트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는 미국 음악 팬들을 만족 시킬 아티스트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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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