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미래 대예측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21 10:35:39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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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트럼프타워가 현실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에 과연 미국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기업이 입점할 수 있을까.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덩달아 북한의 경제 개방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루어질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지적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 남북·북미 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우려를 낳고 있지만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요시사>는 남북·북미 경제협력(이하 경협)이 불러올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예측해봤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컨소시엄 사업을 진행하길 원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 킨텍스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논의 방향과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토론회서 밝힌 내용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경협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경협 원하는
북한의 속내

“우리 기업인들, 자본 공급자들, 투자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잡도록 도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CBS와의 인터뷰서 강조한 내용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ABC 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북한에 대한 무역과 투자를 허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행정부 최고위 관료들은 최근 앞다퉈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상’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비록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할 경우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왔던 대동강변 트럼프타워 건설과 같은 미국 자본의 북한 상륙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기반시설 건설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서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진정한 경제 번영을 가능케 할 수 있으며, 북한은 남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망과 인프라 건설 부문을 미국 민간 기업들이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으로서는 충분히 구미가 당겨질만한 제안이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지난 2015년 기준 1700달러로 228개 국가 중 214위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민간 기업들이 북한의 인프라 건설에 나선다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처럼 북한도 ‘대동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북한이 추진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도 맞아 떨어진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2020년 대동강의 기적은 꿈만이 아닌 것이다. 미국은 핵 포기의 대가로 사회주의식 경제발전을 보장하겠다는 맞교환 카드를 북한에 던진 셈이다.

남북·북미 경협 눈앞으로 성큼
폼페이오, 민간기업 투자 예고


우리 측도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출석해서 남북 경협에 관해 “종적으로는 가능한 사업 분야로 사회간접자본(SOC)·의료 등을, 횡적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민간이 할 수 있는 일,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일, 다른 나라와 같이 할 수 있는 일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경협)속도와 정도에 따른 경우의 수 조합 각각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제 외교부장관을 만나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팔로업(후속 조치)’하고 있고 외국서 나오는 얘기도 전부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건이 성숙해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는 경우 여러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이 물적·인적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상호 보완하거나 부족한 국내 총수요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부처가 남북 경협과 관련돼 한 팀을 꾸릴 가능성도 제시했다. 여건이 성숙하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경제 부처가 똘똘 뭉쳐 경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남북 간 경협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그것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남북정상 합의 내용을 이어받는 성격이 짙다.

한강의 기적
대동강의 기적

참여정부 당시 남북정상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가기로 했다”고 합의했었다.

당시 선언문에는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1단계 완공 및 2단계 개발 착수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추진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의 협력사업이 담겼다. 

백두산-서울직항로를 개설키로 한 것도 이 때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다는 계획이다. ▲원산과 함흥,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벨트 ▲수도권과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산업벨트 ▲비무장지대와 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 등 남북을 3대 경제벨트로 잇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반도 훈풍에 중국과 북한 간 접경지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북한의 경제 개방과 미국의 투자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북중 접경 도시인 중국 랴오닝성의 단둥시는 최근 집값이 치솟고 있다. 향후 북한의 개방을 기대하는 외지인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중국 <동북신문망>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이후 단둥시의 부동산 가격은 2배 이상 치솟았다. 예를 들어 압록강이 바라보이는 아파트의 경우 2주 전 48만위안(약 8135만원)이던 매물이 현재 약 80만위안(약 1억3559만원)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신문망>이 인터뷰한 단둥시 부동산중개업자 장쉬씨는 “다음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면 또다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식·베트남식 고민
앞으로 변화할 모습은?

이에 북한이 과연 어떤 식으로 개혁개방을 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도보다리 밀담’서 북한을 베트남식으로 개혁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 ‘베트남식 경제 개방·개혁 모델’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트남식 모델은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사회주의적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북한의 비핵화 이후 경제 원조보다 민간 투자 방식의 경제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다는 미국 측 판단과 결을 같이한다.

베트남은 지난 1986년 대외경제관계 확충을 위한 외국의 자본·기술 도입 준비를 시작했으며, 1992년 헌법과 외국인투자법 개정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993년 국제금융기구서 베트남에 대한 금융 지원이 재개됐으며 1994년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자 이듬해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뤘다.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 중국 경제 발전 현장을 둘러보며 중국식 개혁개방을 북한에 접목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다.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참관단은 베이징 또는 근교의 유관 기관 또는 경제 관련 시설을 둘러봤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고위급 간부들로 구성된 참관단의 방중을 확인하며 “북한 참관단은 중국 내 경제 건설 및 개혁개방의 성취를 참관하고 양당이 ‘치국이정(시진핑 중국 주석의 통치이념)’ 경험에 대해 교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북한
땅값 들썩

앞서 참관단은 지난 14일 베이징에 도착해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방중 당시 찾았던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과학원 문헌정보중심을 둘러봤다. 

15일에는 중국 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원에 도착해 과학원 고위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중국 대외연락부와 경제 협력에 필요한 국무원 주요 부처 관계자들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의 경제현장을 둘러본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 직후 노동당 친선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7박8일간 베이징과 상하이, 지린, 헤이룽장성 등을 둘러보며 중국식 개혁개방의 북한 도입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한 개혁개방의 성공여부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방송과 인터뷰서 “북한은 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PVID)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남북·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돼 과연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도할지 여부가 안갯속에 싸였다.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를 비난함과 동시에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결정을 전했다. 맥스선더를 자신들에 대한 ‘도발’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새벽,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나올 예정이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통지문을 내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우리 정부 측에 통보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회담 중단의 책임이 우리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향후 우리 측과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작금의 대화 국면을 전쟁 연습에 대한 면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북한 측의 태도 변화에 놀란 우리 정부와 미국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당일 긴급회동을 열어 “맥스선더 훈련은 연례적인 방어 훈련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자칫 북한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자신들의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으며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내놨다.

북한 참관단
중국 둘러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상은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이 낮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통화서 북한 발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북한의 조치에 유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도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강산전망대 북새통 왜?

봄철 여행주간에 한시적으로 개방된 동해안 최북단 아군 관측소 717OP(일명 금강산전망대)를 찾은 관광객이 1800여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군에 따르면, 봄철 여행주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717OP를 찾은 관광객은 1863명으로 집계됐다.

717OP는 지금까지 여섯 번 개방됐다. 2016년 가을 여행주간 첫 개방을 시작으로 지난해 봄과 가을, 그리고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 기간 등이다. 해당 여섯 번의 개방 동안 누적 6881명이 717OP를 다녀갔다.

통일전망대보다 북쪽에 있는 717OP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있는 비무장지대 호수인 감호를 비롯해 해금강과 구선봉 등 북한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입소문이 전해져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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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