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③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칙칙폭폭~ 섬진강 따라 달리는 기차 여행

섬진강기차마을은 이름처럼 온통 기차로 가득하다. 증기기관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니고, 오래된 철도 위로 레일바이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놀이터 건물도, 가로등도 화장실도, 모두 기차로 장식됐다. 

섬진강기차마을은 구 곡성역사(등록문화재 122호)와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을 활용해 꾸민 기차 테마파크다. 5월이면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 장미공원, 놀이 시설 드림랜드, 도깨비를 테마로 꾸민 요술랜드, 기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치치뿌뿌놀이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섬진강기차마을의 자랑은 증기기관차와 섬진강레일바이크다. 섬진강이 그림같이 흐르는 구간을 증기기관차로 달리고, 레일바이크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지나갈 수 있다.

고풍스런 ‘구 곡성역사’

국도17호선에서 곡성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오면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펼쳐진다. 길 양편으로 기차처럼 길쭉한 나무들이 쭉쭉 뻗었다. 연둣빛 메타세쿼이아 잎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1km 남짓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끝나면 곡성읍으로 들어서고, 곧 섬진강기차마을이 나타난다.


섬진강기차마을 정문은 맞배지붕이 단정한 구 곡성역사다. 1933년에 지은 이곳은 2004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경성 스캔들〉 등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1999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철도가 옮겨 가자, 폐역이 됐다. 곡성군은 구 곡성역사 일대를 사들여 섬진강기차마을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대합실에서 나와 섬진강기차마을로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승차장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섰고, 마을을 순환하는 레일바이크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굴러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장미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원 앞 풍차 주변이 화사하다. 막 꽃을 심었는지 흙냄새가 솔솔 풍긴다. 공원 옆 전망대에 올라본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시야가 넓게 열려 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넓이 4만㎡에 이르는 장미공원 뒤로 곡성의 명산 동악산(737m)이 수려하게 솟았다. 공원 반대편으로 드림랜드의 관람차가 우뚝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술랜드와 동물농장 등이 있다. 


전망대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장미공원이다. 이곳은 5월 중순부터 열리는 곡성세계장미축제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수많은 장미가 꽃봉오리를 잔뜩 매달고 무럭무럭 자란다. 축제 때는 무려 1004종, 3만8000본에 이르는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한 가족이 장미꽃을 든 거대한 여인 조각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뽀뽀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보기 좋다. 
공원에서 나와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음악분수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자세히 보니 분수 물방울에 따라 무지개가 걸렸다가 사라진다. 음악분수 뒤가 드림랜드다. 최근에 개장한 관람차는 사진 촬영 명소로, 하늘 높이 솟구친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기차의 역사도 알고 놀이도 즐기는 치치뿌뿌놀이터, 섬진강 도깨비 설화를 접목한 요술랜드,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농장에 가보자. 
기차 탑승 안내 방송을 듣고 서둘러 승강장으로 향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하이라이트는 증기기관차 타기다. 증기기관차는 총 3칸이며, 가운데 칸은 지하철처럼 의자가 양쪽으로 길게 설치되었다. 오후 3시30분이 되니 빽~ 요란한 경적과 함께 출발한다. 


기차가 움직이자 윤재길 씨가 매점 카트를 밀기 시작한다. 교련복에 국방색 책가방을 메고, 팔에는 반장 완장을 찬 윤재길 씨는 증기기관차의 명물이다. 그는 증기기관차가 처음 운행할 때부터 기차에서 물건을 팔았다. 처음에는 ‘아이스케키’를 팔았는데, 무려 300개가 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삶은 달걀과 쫀드기 같은 추억의 먹거리를 판다. 윤씨는 물건 파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자, 여기저기서 깔깔깔 박장대소가 터진다.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 활용한 기차 테마파크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 가득

윤재길 씨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연둣빛 강물이 흘러간다. 증기기관차가 오가는 기차마을-가정역 구간은 철도와 국도17호선, 섬진강이 나란히 달린다. 기차가 느릿느릿 달리는 덕분에 섬진강의 봄 풍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가정역에서 30분 정차해 산책하기 좋다. 역을 나오면 섬진강이 펼쳐지고 출렁다리가 보인다. 출렁다리 가운데 서니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섬진강은 강폭이 넓은 하동 구간이 유명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는 곡성 구간도 좋다. 가정역으로 돌아갈 때는 출렁다리 옆에 있는 두가세월교를 건넌다. 



기차마을에 돌아오면 침곡역으로 향한다. 섬진강레이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가정역 구간을 운행하며, 2인용과 4인용이 있다. 서서히 페달을 밟자 레일바이크가 굴러간다. 힘차게 밟으니 가속도가 붙는다. 왼쪽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철도는 산벚나무 꽃과 신록이 어울린 숲 터널로 이어진다. 발을 떼고 있으니 섬진강과 숲길을 둥둥 떠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풍경을 즐기다 보면 30분 만에 가정역에 도착한다.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까지 즐기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이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곡성의 별미를 즐길 차례다. 곡성의 맛 1순위는 참게탕이다. 가정역과 압록역 사이에 식당이 많다. 섬진강에서 나는 참게는 일반 민물 게보다 비린내가 덜하고 맛이 담백하다. 국물에서 나는 은은한 단맛도 매력적이다. 
숙소는 초가와 한옥이 어우러진 심청한옥마을이 제격이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가 마당을 거닐며 봄볕을 쬔다. 산벚나무 꽃이 화사한 산비탈에서 짝을 찾는 새들이 지저귄다. 마당에 핀 복사나무 꽃잎이 날려 무릉도원에 온 느낌이다. 심청한옥마을은 심청 이야기의 모델로 추정되는 원홍장 설화를 테마로 조성했다. 심청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마을 곳곳에 자리해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못에는 연꽃에서 환생한 심청의 조형물이 있다. 


이제 곡성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과 도림사에 가볼 차례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끝자리 3·8일에 곡성장이 서는 곳이다. 봄이라 꽃 시장이 화사하고, 나무 시장도 제법 크다. 나물 시장에는 할머니들이 머위, 두릅, 쑥, 미나리, 취나물 등을 가지고 나왔고, 어물 시장도 사람들로 붐빈다. 
곡성천 방죽에서는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에 뚝방마켓이 열린다. 아기자기한 공예품과 생활용품이 거래되며, 다양한 문화 공연도 펼쳐진다. 

심청테마 ‘심청한옥마을’

곡성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명찰 도림사다. 660년 원효대사가 사불산 화엄사에서 이주하여 지었다는 도림사는 도선국사, 사명대사, 서산대사 등 고승이 숲처럼 모여들었다고 붙인 이름이다. 지금의 도림사는 수려한 도림사계곡으로 더 유명하다. 주차장부터 이어지는 계곡에는 산벚나무 꽃잎이 흩날린다. 절을 한 바퀴 돌면 발걸음은 도림사계곡에 머문다. 계곡 옆 의자에 앉아 봄이 흘러가는 계곡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섬진강기차마을-가정역(증기기관차)→침곡역-가정역(섬진강레일바이크)→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도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섬진강기차마을-가정역(증기기관차)→침곡역-가정역(섬진강레일바이크)→심청한옥마을 
둘째 날: 심청한옥마을→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도림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곡성군 문화관광 www.gokseong.go.kr/tour 
- 섬진강기차마을(증기기관차, 섬진강레일바이크) www.gstrain.co.kr 
- 심청한옥마을 http://심청한옥마을.kr 

문의 전화
- 곡성관광안내소 061)360-8379 
- 섬진강기차마을 061)363-9900 
- 섬진강레일바이크 061)362-7717 
- 심청한옥마을 061)363-9910
-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061)363-9002
- 도림사 061)362-2727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곡성역, KTX 하루 6회(07:45~20:10)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서울역-곡성역, KTX 하루 2회(09:45, 16:35) 운행, 약 2시간2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곡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회(15: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북남원 IC→국도17호선→섬진강기차마을 


숙박 정보
- 심청한옥마을: 오곡면 심청로, 061)363-9910, http://심청한옥마을.kr
- 섬진강기차마을펜션: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6611
- 기차마을로즈유스호스텔: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2-1314, www.roseyh.co.kr
- 도림사오토캠핑장리조트: 곡성읍 도림로, 061)363-6224, http://dorimsacamping.co.kr

식당 정보
- 하생촌(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3-6993
- 별천지가든(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8746, http://mliving.kr/3628746
- 한끼(장어탕· 우럭탕):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3-8337
- 초원숯불갈비(돼지갈비·쌈밥정식): 곡성읍 중앙로, 061)363-3439 

축제·행사 정보
곡성세계장미축제: 2018년 5월18~27일, 섬진강기차마을, 061) 363-8379, www.gokseong. go.kr/tour 

주변 볼거리
곡성섬진강천문대, 섬진강도깨비마을, 태안사, 섬진강문화학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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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