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③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칙칙폭폭~ 섬진강 따라 달리는 기차 여행

섬진강기차마을은 이름처럼 온통 기차로 가득하다. 증기기관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니고, 오래된 철도 위로 레일바이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놀이터 건물도, 가로등도 화장실도, 모두 기차로 장식됐다. 

섬진강기차마을은 구 곡성역사(등록문화재 122호)와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을 활용해 꾸민 기차 테마파크다. 5월이면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 장미공원, 놀이 시설 드림랜드, 도깨비를 테마로 꾸민 요술랜드, 기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치치뿌뿌놀이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섬진강기차마을의 자랑은 증기기관차와 섬진강레일바이크다. 섬진강이 그림같이 흐르는 구간을 증기기관차로 달리고, 레일바이크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지나갈 수 있다.

고풍스런 ‘구 곡성역사’

국도17호선에서 곡성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오면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펼쳐진다. 길 양편으로 기차처럼 길쭉한 나무들이 쭉쭉 뻗었다. 연둣빛 메타세쿼이아 잎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1km 남짓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끝나면 곡성읍으로 들어서고, 곧 섬진강기차마을이 나타난다.


섬진강기차마을 정문은 맞배지붕이 단정한 구 곡성역사다. 1933년에 지은 이곳은 2004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경성 스캔들〉 등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1999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철도가 옮겨 가자, 폐역이 됐다. 곡성군은 구 곡성역사 일대를 사들여 섬진강기차마을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대합실에서 나와 섬진강기차마을로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승차장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섰고, 마을을 순환하는 레일바이크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굴러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장미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원 앞 풍차 주변이 화사하다. 막 꽃을 심었는지 흙냄새가 솔솔 풍긴다. 공원 옆 전망대에 올라본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시야가 넓게 열려 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넓이 4만㎡에 이르는 장미공원 뒤로 곡성의 명산 동악산(737m)이 수려하게 솟았다. 공원 반대편으로 드림랜드의 관람차가 우뚝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술랜드와 동물농장 등이 있다. 


전망대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장미공원이다. 이곳은 5월 중순부터 열리는 곡성세계장미축제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수많은 장미가 꽃봉오리를 잔뜩 매달고 무럭무럭 자란다. 축제 때는 무려 1004종, 3만8000본에 이르는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한 가족이 장미꽃을 든 거대한 여인 조각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뽀뽀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보기 좋다. 
공원에서 나와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음악분수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자세히 보니 분수 물방울에 따라 무지개가 걸렸다가 사라진다. 음악분수 뒤가 드림랜드다. 최근에 개장한 관람차는 사진 촬영 명소로, 하늘 높이 솟구친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기차의 역사도 알고 놀이도 즐기는 치치뿌뿌놀이터, 섬진강 도깨비 설화를 접목한 요술랜드,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농장에 가보자. 
기차 탑승 안내 방송을 듣고 서둘러 승강장으로 향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하이라이트는 증기기관차 타기다. 증기기관차는 총 3칸이며, 가운데 칸은 지하철처럼 의자가 양쪽으로 길게 설치되었다. 오후 3시30분이 되니 빽~ 요란한 경적과 함께 출발한다. 


기차가 움직이자 윤재길 씨가 매점 카트를 밀기 시작한다. 교련복에 국방색 책가방을 메고, 팔에는 반장 완장을 찬 윤재길 씨는 증기기관차의 명물이다. 그는 증기기관차가 처음 운행할 때부터 기차에서 물건을 팔았다. 처음에는 ‘아이스케키’를 팔았는데, 무려 300개가 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삶은 달걀과 쫀드기 같은 추억의 먹거리를 판다. 윤씨는 물건 파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자, 여기저기서 깔깔깔 박장대소가 터진다.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 활용한 기차 테마파크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농장 등 즐길 거리 가득

윤재길 씨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연둣빛 강물이 흘러간다. 증기기관차가 오가는 기차마을-가정역 구간은 철도와 국도17호선, 섬진강이 나란히 달린다. 기차가 느릿느릿 달리는 덕분에 섬진강의 봄 풍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가정역에서 30분 정차해 산책하기 좋다. 역을 나오면 섬진강이 펼쳐지고 출렁다리가 보인다. 출렁다리 가운데 서니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섬진강은 강폭이 넓은 하동 구간이 유명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는 곡성 구간도 좋다. 가정역으로 돌아갈 때는 출렁다리 옆에 있는 두가세월교를 건넌다. 



기차마을에 돌아오면 침곡역으로 향한다. 섬진강레이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가정역 구간을 운행하며, 2인용과 4인용이 있다. 서서히 페달을 밟자 레일바이크가 굴러간다. 힘차게 밟으니 가속도가 붙는다. 왼쪽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철도는 산벚나무 꽃과 신록이 어울린 숲 터널로 이어진다. 발을 떼고 있으니 섬진강과 숲길을 둥둥 떠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풍경을 즐기다 보면 30분 만에 가정역에 도착한다.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까지 즐기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이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곡성의 별미를 즐길 차례다. 곡성의 맛 1순위는 참게탕이다. 가정역과 압록역 사이에 식당이 많다. 섬진강에서 나는 참게는 일반 민물 게보다 비린내가 덜하고 맛이 담백하다. 국물에서 나는 은은한 단맛도 매력적이다. 
숙소는 초가와 한옥이 어우러진 심청한옥마을이 제격이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가 마당을 거닐며 봄볕을 쬔다. 산벚나무 꽃이 화사한 산비탈에서 짝을 찾는 새들이 지저귄다. 마당에 핀 복사나무 꽃잎이 날려 무릉도원에 온 느낌이다. 심청한옥마을은 심청 이야기의 모델로 추정되는 원홍장 설화를 테마로 조성했다. 심청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마을 곳곳에 자리해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못에는 연꽃에서 환생한 심청의 조형물이 있다. 


이제 곡성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과 도림사에 가볼 차례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끝자리 3·8일에 곡성장이 서는 곳이다. 봄이라 꽃 시장이 화사하고, 나무 시장도 제법 크다. 나물 시장에는 할머니들이 머위, 두릅, 쑥, 미나리, 취나물 등을 가지고 나왔고, 어물 시장도 사람들로 붐빈다. 
곡성천 방죽에서는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에 뚝방마켓이 열린다. 아기자기한 공예품과 생활용품이 거래되며, 다양한 문화 공연도 펼쳐진다. 

심청테마 ‘심청한옥마을’

곡성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명찰 도림사다. 660년 원효대사가 사불산 화엄사에서 이주하여 지었다는 도림사는 도선국사, 사명대사, 서산대사 등 고승이 숲처럼 모여들었다고 붙인 이름이다. 지금의 도림사는 수려한 도림사계곡으로 더 유명하다. 주차장부터 이어지는 계곡에는 산벚나무 꽃잎이 흩날린다. 절을 한 바퀴 돌면 발걸음은 도림사계곡에 머문다. 계곡 옆 의자에 앉아 봄이 흘러가는 계곡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섬진강기차마을-가정역(증기기관차)→침곡역-가정역(섬진강레일바이크)→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도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섬진강기차마을-가정역(증기기관차)→침곡역-가정역(섬진강레일바이크)→심청한옥마을 
둘째 날: 심청한옥마을→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도림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곡성군 문화관광 www.gokseong.go.kr/tour 
- 섬진강기차마을(증기기관차, 섬진강레일바이크) www.gstrain.co.kr 
- 심청한옥마을 http://심청한옥마을.kr 

문의 전화
- 곡성관광안내소 061)360-8379 
- 섬진강기차마을 061)363-9900 
- 섬진강레일바이크 061)362-7717 
- 심청한옥마을 061)363-9910
-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061)363-9002
- 도림사 061)362-2727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곡성역, KTX 하루 6회(07:45~20:10)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서울역-곡성역, KTX 하루 2회(09:45, 16:35) 운행, 약 2시간2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곡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회(15: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북남원 IC→국도17호선→섬진강기차마을 


숙박 정보
- 심청한옥마을: 오곡면 심청로, 061)363-9910, http://심청한옥마을.kr
- 섬진강기차마을펜션: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6611
- 기차마을로즈유스호스텔: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2-1314, www.roseyh.co.kr
- 도림사오토캠핑장리조트: 곡성읍 도림로, 061)363-6224, http://dorimsacamping.co.kr

식당 정보
- 하생촌(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3-6993
- 별천지가든(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8746, http://mliving.kr/3628746
- 한끼(장어탕· 우럭탕):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3-8337
- 초원숯불갈비(돼지갈비·쌈밥정식): 곡성읍 중앙로, 061)363-3439 

축제·행사 정보
곡성세계장미축제: 2018년 5월18~27일, 섬진강기차마을, 061) 363-8379, www.gokseong. go.kr/tour 

주변 볼거리
곡성섬진강천문대, 섬진강도깨비마을, 태안사, 섬진강문화학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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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