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기획④ 구조조정 한파 뛰어넘기

연예계 불황탈출 언제?

‘천만영화’로 불리는 영화들(왼쪽부터 괴물, 실미도,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계…잇따른 흥행실패로 투자 실종·완성 작품도 창고에서 낮잠
방송계…고비용 저효율 드라마 잇단 폐지·대형스타들 몸값 줄이기  
가요계…불법 다운로드로 음반시장 붕괴·그나마 서태지 동방신기 등 선전
관련업계…한류 ‘뚝’ 해외시장 진출 저조·연예기획사와 대행사 고사 직전

불황의 여파가 연예인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하반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벌써부터 추운 겨울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하나 같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죽하면 “과연 지금 이 상황에서 돈을 버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자조적인 말들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펀드와 주식으로 손해를 보고 부동산 거품이 빠져 남몰래 속앓이 하는 연예인들도 알게 모르게 많다.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이 줄어 출연 기회가 사라지면서 고정 수입도 적어지는 상황이다. 일반인을 넘어서는 절약과 재테크 노하우로 위기를 이겨내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불황에 직면한 연예인들의 실상을 짚어봤다.

영화계

충무로가 가장 암울하다. 최근 영화 <29년>의 제작이 투자유치 부진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김아중, 류승범이라는 스타 캐스팅, 인기 만화가 강풀의 탄탄한 원작, 중견 제작사 청어람의 뒷받침, <천하장사 마돈나>로 호평받은 이해영 감독의 연출력이 있었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민감한 소재로 시장 불황까지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로 흥행에 성공한 박진표 감독의 신작 멜로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캐스팅 단계에서 위기를 겪었다. 한류스타 권상우가 출연하기로 했지만 ‘투자·배급의 불확실함’ 때문에 망설이다가 제작사와 불협화음을 겪은 끝에 캐스팅이 무산됐다.
외국과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제작사들 역시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고 주춤하고 있다.
영화사 스튜디오2.0의 경우 일본 로케이션으로 제작될 영화 <사라쿠>를 내년 초 크랭크인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당분간 보류’ 상태가 됐다. 제작 예산은 60억원 가량이었지만 환율 상승으로 제작비가 90억원 이상으로 뛰자 스튜디오2.0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 투자자를 확보한 뒤 촬영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영화계는 한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 이른바 ‘천만영화’로 불리는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영화 르네상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올 만큼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무분별한 영화 제작으로 인한 잇따른 흥행 실패로 영화계는 더 이상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는 <모던보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고사> 등의 작품에서 배우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신의 개런티를 대폭 삭감했다는 소식 정도였지만 이제는 출연할 작품 자체가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새롭게 제작하려는 영화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미 완성된 영화들조차도 개봉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에 창고에 묵혀지고 있다. 영화계의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8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제작 편수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대작으로 손꼽을 만한 작품도 몇개 안 돼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방송계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방송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KBS <돌아온 뚝배기>, SBS <신의 저울>, MBC <내 여자> 등 지상파 3사들이 고비용 저효율인 드라마 시간대를 전격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출연료가 비싼 MC를 대신해 아나운서를 비롯한 방송사 자체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

드라마국에서는 특히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방송 분량을 줄이고 방송 3사가 출연료 상한선을 회당 1천5백만원으로 정하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스타들의 출연료가 낮아질지 주목되고 있다.
스타들 입장에서 아직까지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려고 하지는 않지만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 최소한 출연료가 동결되거나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이미 중년 연기자들과 조연급에서는 출연료 인하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방송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는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가 3배 가량 많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제작비를 광고 수입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광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드라마를 편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요즘 중견 연기자들로부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내 출연료는 알려진 것보다 낮다’는 요지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화계 불황으로 연기자들이 너도나도 드라마로 몰려들어 공급 과잉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관계자는 “제작 편수가 줄어들어 중견 연기자들부터 출연료를 낮춰서라도 어디라도 출연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조·단역들도 마찬가지다”며 “그러다 보니 대외적으로는 얼마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사인을 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우들이 높은 출연료를 숨기기 위해 이면계약을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나마 출연료를 낮춰서 캐스팅이 되면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예능 프로그램 등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매니저 L씨는 “예전에는 배우들이 작품을 골라 출연했지만 지금은 치열한 캐스팅 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고정 수입이 아쉽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방송가의 긴축 경영 여파는 예능 MC 몸값 줄이기로 이어지고 있다. 회당 수백만원씩의 출연료를 챙기던 인기 MC들이 지상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하고 있다.
KBS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가을개편을 앞두고 윤도현, 정관용, 손범수, 김구라 등의 MC 교체 사실을 흘렸던 KBS는 전격적으로 <연예가중계>의 김제동과 <비타민>의 강병규를 자사 아나운서들로 바꾸는 강수를 두고 있다.
일요일 저녁 <해피선데이>의 러브 버라이어티 코너인 ‘꼬꼬관광 싱글싱글’도 방영 3개월 만에 잠정 폐지키로 하면서 탁재훈-신정환 콤비의 일자리가 하나 줄어들었다. 사실상 평일과 주말의 KBS 예능 간판으로 손꼽히는 <해피투게더> 유재석과 <1박2일> 강호동을 제외한 프리랜서 고액 MC들은 모두 구조조정 대상 안에 포함된 셈이다.

가요계

최근 가요계는 서태지, 동방신기, 빅뱅, 비, 김종국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형 스타’들이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의 자금줄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이런 불황은 기획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전방위에 걸쳐 있다.

많은 가수들이 앨범 준비를 마친 상황에도 섣불리 발표를 못하고 있다. 음반 유통사 및 이동통신사 등에서 앨범제작사에 지급하는 선급금도 사라졌다.
선급금은 앨범의 온·오프라인 유통권한을 넘기는 조건으로 제작사가 억대의 제작비를 유통사에 먼저 끌어다 쓰는 제도다. 지난해까지 ‘앨범 3장에 10억원’, ‘싱글 1장에 2억원’ 류의 계약이 많았지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러시를 이뤘던 해외 공연도 찾아보기 힘들다.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해외 공연을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황이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영향을 미친 쪽은 가수들이 뛰는 일명 ‘행사’다. 가수들에게는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교통비 정도 버는 수준. 그들에게 주 수입원은 각종 행사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던 행사들이 상당폭 축소되면서 가수들이 가장 먼저 경기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행사의 꽃은 노래를 통해 흥을 북돋우는 가수인데 그들을 부를 여력이 안 된다는 것.
한 가요 매니저는 “그나마 있는 행사에도 캐스팅되지 못할까봐 가수들이 자진해서 출연료를 5백만원씩 깎는 움직임”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예 기획사들은 너도나도 앨범 제작비를 줄이고 있다. 한 앨범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은 평균 2억원선이다. 이는 앨범 발매를 전후로 작사·작곡료, 녹음실 사용비, 뮤직비디오 제작비 등 사전 제작비와 차량 유지비, 마케팅비, 의상·메이크업비 등 사후 제작비로 나눌 수 있다.
각 음반 제작사들은 비용 절감에 적극적이다. 뮤직비디오를 아예 안 찍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 마케팅 비용에도 칼을 대기 시작했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만 만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아껴야 잘산다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관련업계

‘한류열풍’으로 대표되는 해외시장 진출도 한풀 꺾였다. 가수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배우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근래 해외로 수출되는 일이 줄어들었다. 간혹 한국영화의 판권이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금액은 전성기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황으로 연예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와 홍보대행사들도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니지먼트사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수익은 30~50% 정도 줄어들었지만 차량 유지비와 스타일리스트 급여 등 부대비용은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해 고사 직전의 상황이다. 또 홍보대행사는 제작사로부터 대행료를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과거에는 견딜 수 있을 정도였지만 요즘은 정말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타계책

연예인들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제일 먼저 연예인 생활에 있어 필수 품목인 차를 팔아버리기도 한다. 환율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연예인에게 수입차는 큰 골치거리가 됐다.
탤런트 A씨는 지금 아예 차가 없다. 과거 외제차를 좋아했지만 모두 팔고 매니지먼트사가 소유한 차량만 이용한다. 영화배우 B씨는 최근 수입차를 팔고 국산차를 구입했다. 애국심 때문에 국산차를 애용한다고 말하지만 유지비를 아껴보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다.
최근에는 광고 연계 행사에 소극적이던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풍경도 볼 수 있다. CF 출연만으로도 몇억원을 챙기던 톱스타들의 계약서에 최근 자잘한 옵션들이 추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광고 연계 행사나 팬 사인회 등의 옵션들이다.

불황에 따른 개런티 삭감이 대세지만 스타들은 몸값을 낮추지 않는 대신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홍보 활동에 나선다는 조건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몸으로 뛰는 홍보가 활발하다. 각종 인터뷰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 순회하는 무대인사에도 불만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영화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화 홍보를 위한 방송 출연이나 언론사 인터뷰도 며칠을 설득해야 하던 배우들이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먼저 일정을 잡기도 한다”고 전했다.

불황의 돌파구로 부업을 찾는 연예인들도 늘고 있다. 짧은 연예인 생명에 고정적 수입을 원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업은 요식업과 패션몰. 탤런트 홍석천은 이미 여러 개의 음식점을 소유한 알짜배기 성공 사업가로 꼽힌다.
개그맨 이홍렬은 최근 햄버거 가게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은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을 통한 패션업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미 이혜영, 김준희, 엄정화 등 성공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웨딩 사업과 꽃배달 사업 등 사업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은 불황나기 방법으로 은밀히 스폰서를 구하기도 한다. 최근 C양은 경제계 인사들 모임에 은근히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스폰서를 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중이다. 남자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D군은 최근 좋은 스폰서를 구해 별다른 활동 없이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경기 불황은 연예인들의 스폰서 몸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헐값’(?)에 스폰서를 구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몸값을 50%까지 낮춰서 스폰서를 구하는 여자 스타도 있다. 스폰서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거 스타들까지 후보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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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