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기획④ 구조조정 한파 뛰어넘기

연예계 불황탈출 언제?

‘천만영화’로 불리는 영화들(왼쪽부터 괴물, 실미도,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계…잇따른 흥행실패로 투자 실종·완성 작품도 창고에서 낮잠
방송계…고비용 저효율 드라마 잇단 폐지·대형스타들 몸값 줄이기  
가요계…불법 다운로드로 음반시장 붕괴·그나마 서태지 동방신기 등 선전
관련업계…한류 ‘뚝’ 해외시장 진출 저조·연예기획사와 대행사 고사 직전

불황의 여파가 연예인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하반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벌써부터 추운 겨울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하나 같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죽하면 “과연 지금 이 상황에서 돈을 버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자조적인 말들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펀드와 주식으로 손해를 보고 부동산 거품이 빠져 남몰래 속앓이 하는 연예인들도 알게 모르게 많다.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이 줄어 출연 기회가 사라지면서 고정 수입도 적어지는 상황이다. 일반인을 넘어서는 절약과 재테크 노하우로 위기를 이겨내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불황에 직면한 연예인들의 실상을 짚어봤다.

영화계

충무로가 가장 암울하다. 최근 영화 <29년>의 제작이 투자유치 부진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김아중, 류승범이라는 스타 캐스팅, 인기 만화가 강풀의 탄탄한 원작, 중견 제작사 청어람의 뒷받침, <천하장사 마돈나>로 호평받은 이해영 감독의 연출력이 있었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민감한 소재로 시장 불황까지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로 흥행에 성공한 박진표 감독의 신작 멜로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캐스팅 단계에서 위기를 겪었다. 한류스타 권상우가 출연하기로 했지만 ‘투자·배급의 불확실함’ 때문에 망설이다가 제작사와 불협화음을 겪은 끝에 캐스팅이 무산됐다.
외국과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제작사들 역시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고 주춤하고 있다.
영화사 스튜디오2.0의 경우 일본 로케이션으로 제작될 영화 <사라쿠>를 내년 초 크랭크인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당분간 보류’ 상태가 됐다. 제작 예산은 60억원 가량이었지만 환율 상승으로 제작비가 90억원 이상으로 뛰자 스튜디오2.0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 투자자를 확보한 뒤 촬영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영화계는 한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 이른바 ‘천만영화’로 불리는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영화 르네상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올 만큼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무분별한 영화 제작으로 인한 잇따른 흥행 실패로 영화계는 더 이상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는 <모던보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고사> 등의 작품에서 배우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신의 개런티를 대폭 삭감했다는 소식 정도였지만 이제는 출연할 작품 자체가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새롭게 제작하려는 영화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미 완성된 영화들조차도 개봉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에 창고에 묵혀지고 있다. 영화계의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8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제작 편수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대작으로 손꼽을 만한 작품도 몇개 안 돼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방송계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방송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KBS <돌아온 뚝배기>, SBS <신의 저울>, MBC <내 여자> 등 지상파 3사들이 고비용 저효율인 드라마 시간대를 전격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출연료가 비싼 MC를 대신해 아나운서를 비롯한 방송사 자체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

드라마국에서는 특히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방송 분량을 줄이고 방송 3사가 출연료 상한선을 회당 1천5백만원으로 정하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스타들의 출연료가 낮아질지 주목되고 있다.
스타들 입장에서 아직까지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려고 하지는 않지만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 최소한 출연료가 동결되거나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이미 중년 연기자들과 조연급에서는 출연료 인하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방송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는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가 3배 가량 많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제작비를 광고 수입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광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드라마를 편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요즘 중견 연기자들로부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내 출연료는 알려진 것보다 낮다’는 요지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화계 불황으로 연기자들이 너도나도 드라마로 몰려들어 공급 과잉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관계자는 “제작 편수가 줄어들어 중견 연기자들부터 출연료를 낮춰서라도 어디라도 출연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조·단역들도 마찬가지다”며 “그러다 보니 대외적으로는 얼마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사인을 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우들이 높은 출연료를 숨기기 위해 이면계약을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나마 출연료를 낮춰서 캐스팅이 되면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예능 프로그램 등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매니저 L씨는 “예전에는 배우들이 작품을 골라 출연했지만 지금은 치열한 캐스팅 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고정 수입이 아쉽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방송가의 긴축 경영 여파는 예능 MC 몸값 줄이기로 이어지고 있다. 회당 수백만원씩의 출연료를 챙기던 인기 MC들이 지상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하고 있다.
KBS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가을개편을 앞두고 윤도현, 정관용, 손범수, 김구라 등의 MC 교체 사실을 흘렸던 KBS는 전격적으로 <연예가중계>의 김제동과 <비타민>의 강병규를 자사 아나운서들로 바꾸는 강수를 두고 있다.
일요일 저녁 <해피선데이>의 러브 버라이어티 코너인 ‘꼬꼬관광 싱글싱글’도 방영 3개월 만에 잠정 폐지키로 하면서 탁재훈-신정환 콤비의 일자리가 하나 줄어들었다. 사실상 평일과 주말의 KBS 예능 간판으로 손꼽히는 <해피투게더> 유재석과 <1박2일> 강호동을 제외한 프리랜서 고액 MC들은 모두 구조조정 대상 안에 포함된 셈이다.

가요계

최근 가요계는 서태지, 동방신기, 빅뱅, 비, 김종국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형 스타’들이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의 자금줄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이런 불황은 기획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전방위에 걸쳐 있다.

많은 가수들이 앨범 준비를 마친 상황에도 섣불리 발표를 못하고 있다. 음반 유통사 및 이동통신사 등에서 앨범제작사에 지급하는 선급금도 사라졌다.
선급금은 앨범의 온·오프라인 유통권한을 넘기는 조건으로 제작사가 억대의 제작비를 유통사에 먼저 끌어다 쓰는 제도다. 지난해까지 ‘앨범 3장에 10억원’, ‘싱글 1장에 2억원’ 류의 계약이 많았지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러시를 이뤘던 해외 공연도 찾아보기 힘들다.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해외 공연을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황이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영향을 미친 쪽은 가수들이 뛰는 일명 ‘행사’다. 가수들에게는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교통비 정도 버는 수준. 그들에게 주 수입원은 각종 행사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던 행사들이 상당폭 축소되면서 가수들이 가장 먼저 경기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행사의 꽃은 노래를 통해 흥을 북돋우는 가수인데 그들을 부를 여력이 안 된다는 것.
한 가요 매니저는 “그나마 있는 행사에도 캐스팅되지 못할까봐 가수들이 자진해서 출연료를 5백만원씩 깎는 움직임”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예 기획사들은 너도나도 앨범 제작비를 줄이고 있다. 한 앨범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은 평균 2억원선이다. 이는 앨범 발매를 전후로 작사·작곡료, 녹음실 사용비, 뮤직비디오 제작비 등 사전 제작비와 차량 유지비, 마케팅비, 의상·메이크업비 등 사후 제작비로 나눌 수 있다.
각 음반 제작사들은 비용 절감에 적극적이다. 뮤직비디오를 아예 안 찍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 마케팅 비용에도 칼을 대기 시작했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만 만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아껴야 잘산다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관련업계

‘한류열풍’으로 대표되는 해외시장 진출도 한풀 꺾였다. 가수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 배우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근래 해외로 수출되는 일이 줄어들었다. 간혹 한국영화의 판권이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금액은 전성기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황으로 연예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와 홍보대행사들도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니지먼트사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수익은 30~50% 정도 줄어들었지만 차량 유지비와 스타일리스트 급여 등 부대비용은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해 고사 직전의 상황이다. 또 홍보대행사는 제작사로부터 대행료를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과거에는 견딜 수 있을 정도였지만 요즘은 정말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타계책

연예인들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제일 먼저 연예인 생활에 있어 필수 품목인 차를 팔아버리기도 한다. 환율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연예인에게 수입차는 큰 골치거리가 됐다.
탤런트 A씨는 지금 아예 차가 없다. 과거 외제차를 좋아했지만 모두 팔고 매니지먼트사가 소유한 차량만 이용한다. 영화배우 B씨는 최근 수입차를 팔고 국산차를 구입했다. 애국심 때문에 국산차를 애용한다고 말하지만 유지비를 아껴보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다.
최근에는 광고 연계 행사에 소극적이던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풍경도 볼 수 있다. CF 출연만으로도 몇억원을 챙기던 톱스타들의 계약서에 최근 자잘한 옵션들이 추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광고 연계 행사나 팬 사인회 등의 옵션들이다.

불황에 따른 개런티 삭감이 대세지만 스타들은 몸값을 낮추지 않는 대신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홍보 활동에 나선다는 조건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몸으로 뛰는 홍보가 활발하다. 각종 인터뷰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 순회하는 무대인사에도 불만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영화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화 홍보를 위한 방송 출연이나 언론사 인터뷰도 며칠을 설득해야 하던 배우들이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먼저 일정을 잡기도 한다”고 전했다.

불황의 돌파구로 부업을 찾는 연예인들도 늘고 있다. 짧은 연예인 생명에 고정적 수입을 원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업은 요식업과 패션몰. 탤런트 홍석천은 이미 여러 개의 음식점을 소유한 알짜배기 성공 사업가로 꼽힌다.
개그맨 이홍렬은 최근 햄버거 가게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은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을 통한 패션업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미 이혜영, 김준희, 엄정화 등 성공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웨딩 사업과 꽃배달 사업 등 사업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은 불황나기 방법으로 은밀히 스폰서를 구하기도 한다. 최근 C양은 경제계 인사들 모임에 은근히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스폰서를 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중이다. 남자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D군은 최근 좋은 스폰서를 구해 별다른 활동 없이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경기 불황은 연예인들의 스폰서 몸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헐값’(?)에 스폰서를 구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몸값을 50%까지 낮춰서 스폰서를 구하는 여자 스타도 있다. 스폰서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거 스타들까지 후보로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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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