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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아트인> ‘소를 그리다’ 황영성검은 소의 침묵 너머 진실
  • 장지선 기자
  • 등록 2018-05-15 08:44:14
  • 승인 2018.05.16 09:17
  • 호수 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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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많은 사람들이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할 때 이중섭 화가를 떠올린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역동적인 느낌의 황소는 이중섭의 트레이드마크다. 그에 반해 황영성의 소는 절제돼있고 차분하다. 어린 시절 함께한 흰 소들과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작품 속엔 그가 겪은 굴곡진 시대가 가라앉아있다.
 

▲황영성, 마을 이야기, 1996, 캔버스에 유채, 80 x 150cm

현대화랑은 지난달 26일부터 황영성의 개인전 ‘소의 침묵’을 소개하고 있다. 황영성은 50여년 동안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10년 전시 이후 현대화랑에서 개최하는 8년 만의 개인전이자 지난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이후 첫 전시다. 

진실의 소

관람객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황영성의 작업 세계 전반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소의 침묵 연작은 1970년대 황영성의 ‘회색시대’ 색조 연장선에 자리한다. 동시에 구체적 형상이 선과 면으로 단순화되는 조형적 변화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황영성, 가족 이야기, 2015, 캔버스에 유채, 200 x 200cm

황영성은 1970년대 초 당시 국내 서양화가들이 기피했던 향토적 소재서 무채색 회화의 가능성을 엿보며 회색조의 작업에 몰두했다. 동시대 흐름을 거스른 그의 회화적 실험은 ‘토방’이라는 회색조의 초가집을 그린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귀결됐다. 당시 토방은 국전에서 특선하며 그의 1970년대를 장식한 회색시대를 알린 작품이 됐다.

회고전 이후 첫 전시
작품 세계 전반 담아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향토적 소재와 회색조의 화면을 통해 서정적인 동시에 절제된 감정으로 드러났다. 이는 곧 어린 시절 흰 소와 함께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소의 그림들로 발전했다.

소의 침묵 연작은 회색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검게 칠해진 소를 작품의 배경이자 주제로 드러낸다. 작가 자신이 거친 굴곡진 시대를 대변하면서 나와 우리의 모습을 상징하는 소는 여러 겹의 두터운 검정 칠 속에서 단순하게 그은 선만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다.

황영성은 한때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침묵 너머의 이야기들을 이제야 검은 소의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제 또 다른 소의 모습들, 검은 소의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다. 깊이 숨겨진 소의 침묵, 즉 나의 침묵 이야기를 하려 한다”며 “굴곡진 시대를 지나오는 여러 과정서 나의 침묵은 진실을 얼마나 밝게 나의 작업 속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라고 전했다.
 

▲황영성, 가족 이야기, 2017, 캔버스에 유채, 53 x 72.7cm

이번 전시서 선보이는 또 다른 연작인 ‘가족 이야기’는 황영성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특유의 격자구성 속에 다채로운 사람들, 이야기, 삶의 방식을 담았다. 1990년대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등을 여행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목격한 황영성은 이를 통해 가족의 개념을 전 인류와 동물에 이르기까지 무한대로 확장시켰다.

소와 함께한 어린 시절
전 인류로 확장한 가족

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자 격자형태 속에 각양각색의 형상으로 기호화된 사람, 동물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그려 넣어 규칙적이면서 동시에 유동적인 화면을 구축했다. 가족 이야기는 격자 속 단위마다 각기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황영성, 소의 침묵, 2017, 캔버스에 유채, 130.3 x 193.9cm

김성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사업부 예술감독은 “황영성이 화가로서 미술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첫 개인전을 연지도 50여년이 돼간다”며 “그는 그동안 사람, 동물, 자연을 관찰하고 또 언어와 기호를 활용해 작가 고유의 이미지 세계를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가족

이어 “황영성은 세상의 속도나 유행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밭을 가는 소처럼 데뷔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회화적 모색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회화의 영역을 쌓아왔다”며 “지금 황영성은 우직한 소처럼 그림이라는 논두렁을 갈며 묵묵히 일하는 작가와 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이달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황영성은?]

▲학력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학사(1966)
조선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1968)

▲개인전

현대화랑, 서울(2018)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2017)
신세계갤러리 초대전, 광주(2016)
히말라야 미술관 초대전, 상하이, 중국(2015)
슈스킨 갤러리 개인전, 뉴욕, 미국(2015)
로스토크시립미술관, 로스토크, 독일(2013)
기호의 비밀, 금일미술관 개인전, 베이징, 중국(2012)
갤러리 슈라드 - 슐로스 목헨탈 초대전, 에잉엔, 독일(2012)
갤러리 타니 초대전, 뮌헨, 독일(2012)
고향이야기, 갤러리현대, 서울(2010)
로터스갤러리 초대전, 무각사, 광주(2010)

▲수상

황조근정훈장 수상(2006)
이인성 미술상 수상(2004)
금호예술상 수상(1993)
제25회 몬테카를로 국제회화제 특별상 수상(1991)
전라남도 문화상 수상(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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