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지난 1년 본지 달군 최고의 이슈메이커 22인

팀킴부터 이영학까지…국민 웃고 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1년에도 수차례씩 강산이 바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은 여느 때보다 떠들썩했다. 정치·경제·사회 할 것 없이 각 분야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22인의 이슈메이커를 꼽아봤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빵빵’ 터진 1년이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다. 각종 사건·사고가 전국을 덮쳤다. 미투 운동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각계각층 인사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뜻밖의 성공을 이뤘다.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서 만났다.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이다.

다사다난
지난 1년

▲문재인= 지난해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문 대통령에게 지난 1년은 숨 가쁜 시간이었다. 취임 당시 각 분야의 적폐, 주변국 상황 등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건 가시밭길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 힘입어 여러 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현안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지난달 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을 넘어 문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채 판문점 북측으로 한 걸음 내딛던 순간은 도보다리 회담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미국을 상대로 핵 도발을 펼치면서 ‘미치광이’로 묘사됐던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노벨! 노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유세 집회서 그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통제 불가능한 악동 이미지를 고수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서만큼은 평화 전도사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국내 여론 또한 한미 정상회담 이후 호의적으로 변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포석을 다져놓은 상황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전직 대통령의 수난은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을 조사하며 수사망을 좁혀간 검찰은 3월22일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23일 오전 0시2분에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증거인부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인부서를 통해 “모든 증거를 동의한다”면서도 “입증 취지는 부인한다”는 뜻을 밝혔다. 증거 사용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통해 검찰이 입증하려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부인한다는 의미다.

▲드루킹=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등의 사안이 다른 이슈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드루킹 사건은 여전히 정치권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댓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씨를 둘러싸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의 연루 여부, 김 후보의 보좌관과 연관된 500만원의 성격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전현 대통령
희비 엇갈려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353일 만에 구치소서 나왔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 간 연관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논란이 대법원 판결이 남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총수 일가는 물론 그룹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진그룹은 4년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후 또 다시 불거진 오너리스크로 위기를 맞게 됐다.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는 그룹의 비리 의혹으로 번졌다. 한진그룹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는 것. 조 전 전무가 던진 물 컵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한진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최호식= 지난해 6월 최호식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최 전 회장이 상생 경영을 꾸준히 강조해왔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최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식당가서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의혹에 불매운동이 진행됐고 가맹점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실제 사건 당시 가맹점의 매출은 40%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살 생일 맞아 화제의 인물 선정
대선·올림픽·회담 대형 이슈 많아

▲김상조=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재벌 개혁에 매진했다. 그 결과 총수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편법 수단으로 악용됐던 순환출자가 대폭 감소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해소한 이후 대기업 공익법인이나 지주회사, 금산분리 문제 등을 중심으로 2단계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송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남했다. 현 단장은 북한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 점검 문제로 1박2일간 머물렀다. 현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외모, 의상, 액세서리는 물론 손짓, 몸짓, 말 등이 전부 언론을 통해 노출됐다.

▲이영학=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를 충격으로 물들였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1심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이씨는 희귀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딸과 출연해 애틋한 부정을 드러낸 바 있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컸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범인= 지난해 3월, 인천서 8살 초등학생이 살해됐다. 시신은 훼손된 상태로 아파트 물탱크서 발견됐다. 범행이 10대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주범 A양은 아이를 살해한 후 신체의 일부를 공범 B양에게 건넸다. 주범 A양이 사건 당시 18세 미만이라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지현= 지난해 10월, 미국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올해 1월 국내에 상륙했다. 서 검사는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폭로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성폭력 문제를 물 밖으로 끌어올렸다. 문화·예술계를 시작으로 정치권, 종교계, 학교 등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흉악 범죄
국민 경악

▲안희정=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안 전 지사의 비서로 일했던 김지은씨는 8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쳐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안 전 지사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고은= 매년 노벨상 유력 후보로 지목됐던 고은 시인 역시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바닥까지 떨어졌다. 최영미 시인의 증언으로 불거진 성추문 의혹에 각 지자체들이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설 정도. 

서울시는 서울도서관에 재현했던 고은 시인의 집필공간인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고은문학관을 세우려던 수원시도 건립 철회를 결정했다. 고은 시인은 성추문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추가 폭로가 나오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시원= 가수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은 지난해 하반기 애완견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그의 애완견에게 물린 한일관 대표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과거 최씨가 목줄 없이 애완견을 데리고 다닌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최씨 사건 이후 입마개, 목줄 등 반려동물 관련 정책이 강화됐다.

▲조두순= 8살 초등학생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해자 조두순에 대한 출소 반대 청원이 지난 11월 화제가 됐다. 지난해 9월 말 제기된 해당 청원은 2020년 출소하는 조두순에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청원에 61만명의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원에 대해 “재심은 불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미투로 몰락하고 국민청원 오르고
안 좋은 일로 구설에 오른 인물↑

▲김보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여자 팀추월 종목서 사건이 일어났다. 세 선수가 합심해 치러야 하는 팀추월 경기서 한 선수가 뒤처지는 일이 발생한 것. 여기서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김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60만명이 넘는 국민이 이 청원에 공감했다. 당시 청와대는 “팀추월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팀킴= 여자 컬링팀 팀킴은 단연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팀킴은 예선부터 차례로 강팀을 꺾으면서 파란을 예고했다. 백미는 일본과의 준결승 전. 팀킴이 예선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는 일본에게 당한 것이었다. 


팀킴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준결승서 일본을 꺾고 완벽한 설욕전을 펼쳤다. 팀플레이로 이뤄낸 일본전 마지막 샷은 이번 올림픽 최고 명장면이라 할 만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류현진= 미국 메이저리그 류현진 LA다저스 투수의 봄은 잔인하다. 류현진은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전에 선발 출장했다. 류현진은 2회말 1사 후 투구 도중 다리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스스로 마운드서 내려왔다. 진단 결과는 왼쪽 사타구니 근육 파열. 다저스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던 터라 부상은 더욱 뼈아팠다. 후반기에나 다시 류현진의 투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림픽으로
감동 선사

▲조용필= 올해는 가왕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이다. 1968년 데뷔한 조용필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우리나라 대표 가수다. 정규앨범만 19집 20개, 비정규앨범까지 포함하면 50개에 달하는 음반을 발매했다. 조용필은 지난 12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서 ‘땡스 투 유(Thanks to you)’ 투어를 시작했다. 이번 투어는 대구, 광주, 의정부 등으로 이어진다.

▲이영자= 개그우먼 이영자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해 휴게소 음식 소개, 먹방 등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영자가 방송서 언급한 휴게소 음식의 매출이 폭증할 만큼 파급력도 크다. 하지만 최근 <전지적 참견시점>서 이영자의 어묵 먹방을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하는 데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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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