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명운 걸린 ‘6+α’ 지역 판세

다 망하게 생겼는데 보수 심장 지켜낼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의 입지가 위태롭다. 선거 판세는 이미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본전이라도 챙겨야하는 형국. 홍준표 대표는 ‘6개 지역 사수’를 외쳤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그리고 인천으로 구성된 6개 지역은 대표적인 보수텃밭으로 일컬어진다. 특히나 이중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는 보수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곳마저도 한국당의 완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의 마지노선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서 6개 지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5일, 여의도 당사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행 6개 지역을 사수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적으로 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성이 뚜렷한 지역서조차 승리하지 못한다면 당 대표로서 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못한다면···
다음 수는?


6개 지역은 ‘보수의 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라 불리는 PK(부산·울산·경남)는 보수세가 선명한 곳으로 꼽힌다. 역대 부산시장은 모두 보수 인사가 자리했다. 경남지사의 경우 5회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 김두관 전 지사가 당선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보수 진영이 승리했다. 

보수텃밭 TK(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장과 경북시장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보수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과 인천도 대동소이하다. 울산시장은 모두 보수 인사가 자리했고, 인천시장의 경우 5회 지방선거 때 민주당 안상수 전 시장이 당선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 후보자가 당선됐다.

보수성이 다소 강한 지역인 만큼 한국당으로서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한두 차례를 제외하고 광역단체장 자리를 진보진영에게 내준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당 대표가 직접 나서 ‘지역 사수’를 외치고, 당 대표직을 거론한다는 건 이번 선거가 종전과 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까닭은 지난 총선 때부터 진행된 지역 균열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보수 지역 중 울산을 제외한 부산과 경남에 깃발을 여러 개 꽂았다. 


보수성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지역 민심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가시적인 지지도 격차와 여당 출신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그 힘을 실어주고 있다. 6개 지역에 대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역시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PK지역 총 8곳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부산 선거구 18곳 중 5곳(부산진구갑·남구을·북구강서구갑·사하구갑·연제구)에, 경남 선거구 16곳 중 3곳(김해시갑·김해시을·양산시을)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이 부산과 경남서 각각 2곳(사하구을·사상구)과 1곳(김해시갑)을 차지한 것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다. 다만 울산서, 민주당은 19대와 20대 총선 당시 지역구 단 한 곳에도 발을 내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PK지역의 달라진 민심이 그 이유다.

부산시장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한국당 서병수 예비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 8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발표한 '6.13 부산시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부산시장 지지도는 민주당 오 예비후보가 57.7% 로 27.1%를 기록한 한국당 서 예비후보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뒤이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성권 예비후보가 3%, 정의당 박주미 예비후보가 2.2%를 차지했고, 이어 무소속 이종혁, 오승철 예비후보가 각각 1.8%, 0.9%를 기록했다.
 


또한 부산지역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당이 53.3%로 선두를 기록했다. 한국당은 23.7%로 그 뒤를 이었다. 뒤이어 바미당 7%, 정의당 5.4%,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이 0.6%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5일 RDD(유선ARS 40%, 무선ARS 60%) 방식을 통해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1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PK 지역
이전과 달라

경남지사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예비후보가 한국당 김태호 예비후보를 앞서고 있다. ‘드루킹 변수’가 존재하지만 최근까지 민주당 김 예비후보의 우세가 완연하다. 지난 8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발표한 '6.13 경상남도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김 예비후보가 55.5%로 33.6%의 한국당 김 예비후보를 앞질렀다. 바미당 김유근 예비후보는 2.9%로 그 뒤를 이었다.

경남지역 정당별 지지율서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51.9%로 24.7%를 기록한 한국당보다 약 두 배 이상 앞섰다. 그 뒤로는 바미당 8.0%, 정의당 4.3%, 민평당 1.4%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4∼5일 이틀간 RDD(유선ARS40%, 무선ARS 60%) 방식을 통해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808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다.

호언장담 영역 결과에 대표직 걸어
배수의 진 치며 필승 다짐

울산 시장 여론조사에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쳤다. 지난 3일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울산광역시장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송철호 예비후보가 42.1%, 한국당 김기현 예비후보가 22.5%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미당 이명희 예비후보와 민중당 김창현 예비후보는 각각 1.4%, 2.2%를 기록했다.

정당별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한국당을 앞질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51.2%로 17.4%를 기록한 한국당을 압도했다. 뒤이어 바미당 5.3%, 정의당 4.3%, 민평당 0.5%, 민중당 1.9%, 대한애국당 1.0% 순이었다.

이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4월30일∼5월1일 이틀간 RDD(유선전화면접 25.5%, 무선전화면접 74.5%) 방식으로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4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18.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각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으로서는 PK 지역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보수의 성지로 이름 높았던 PK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시장직에 사상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지사와 울산시장 선거에도 민주당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의 이목이 PK를 향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반해 TK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는 평을 받는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TK지역서 오직 1곳서만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당은 대구 선거구 12곳 중 1곳(수성구갑)에 깃발을 꽂았고, 경북 선거구에서는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대구·경북 중 어느 한 곳서도 자리하지 못한 채 완패했다. 지난 두 번의 총선서 TK지역은 모두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완승에 가까웠다.

이번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도 TK 지역 민심은 강한 보수성을 드러냈다.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는 한국당 권영진 예비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3월27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장 후보 양자대결서 한국당 권 예비후보가 43.4%, 민주당 임대윤 예비후보가 32.4%를 기록했다.

정당별 지지율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35.4%로 동률이었다. 뒤이어 바미당 9.7%, 정의당 2.2%, 그리고 민평당 0.9%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3월 24∼25일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전화 ARS-RDD 자동응답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1%이며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다.

변수 없는 한
TK 현상유지


경북지사 여론조사에서도 한국당 이철우 예비후보가 여타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SP뉴스통신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경북지사 후보군의 지지도 및 정당별 지지도에 따르면 한국당 이 예비후보가 53.77%로 13.09%의 민주당 오중기 예비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바미당 권오을 예비후보는 12.22%를 기록해 민주당 오 예비후보와 0.87%p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였다. 뒤이어 대한애국당 유재희 예비후보가 3.34%, 정의당 박창호 예비후보가 2.98% 순이었다.

각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국당이 61.23%로 절반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16.35%로 한국당에 비해 크게 뒤졌다. 이어 바미당 7.34%, 정의당 1.90%, 민평당 0.81% 등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는 지난달 29일 경북도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전화 ARS-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1%이며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다. (각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인천은 빨간불, TK는 파란불
승리 거머쥐고 정치생명 이어가나

TK지역은 PK지역에 비해 탄탄한 보수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권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당에게는 악재이자 대구시장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지난 5일 권 예비후보는 한국당 대구 달성 군수에 출마하는 조성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선거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사무소 등을 방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은 PK와 TK 지역에 비해 보수성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 19대와 20대 총선 때 민주당은 12곳의 선거구 중 각각 6곳과 7곳을 차지했다. 다만 역대 인천시장의 경우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 인사가 당선됐다. 홍 대표가 6개 지역 중 인천을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천시장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의뢰로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장 지지율은 민주당 박남춘 예비후보가 43.3%, 한국당 유정복 예비후보가 17.9%의 지지를 얻었다. 한국당 유 예비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지만 비교적 큰 격차로 2위에 머물렀다. 

뒤이어 바미당 이수봉 예비후보와 정의당 김응호 예비후보가 각각 2.0%, 1.6% 등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서도 민주당은 한국당을 크게 앞섰다. 민주당은 55.6%로 13.1%를 기록한 한국당을 여유있게 제쳤다. 그 뒤로는 바미당 5.3%, 정의당 6.2%, 민평당 1.2%, 민중당 0.1%, 대한애국당 0.4% 순이다.

이 여론조사는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센터가 4월30일∼5월1일 이틀간 RDD(유선전화면접 24.7%, 무선전화면접 75.3%) 방식으로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3명의 응답을 받았다. 응답률은 16.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한국당의 수장인 홍 대표는 ‘6개 지역 사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킬 수 있는 지역은 지켜내면서 반전을 노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TK를 제외한 PK와 인천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 형국이다. 

부·울·경·인
판세 뒤집나

아직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서 판세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연일 막말에 가까운 언사와 강경한 태도로 국민여론과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6개 지역 결과에 따라 그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6개 지역'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대표 지원유세 애 타는 후보자들
“홍 대표 지원유세 올까봐 걱정하는 분 많다.”

지난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당의사를 밝힌 한국당 강길부 의원의 발언이다. 최근 홍 대표가 밝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입장이 국민여론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임에 따라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중앙당 차원의 지원유세가 오히려 좋지 않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민주당도 중앙당차원의 선거유세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실정을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실수를 방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앙당의 지원이 절실한 일부 민주당 후보자들은 같은 상황에 다른 이유로 애가 타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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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