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명운 걸린 ‘6+α’ 지역 판세

다 망하게 생겼는데 보수 심장 지켜낼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의 입지가 위태롭다. 선거 판세는 이미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본전이라도 챙겨야하는 형국. 홍준표 대표는 ‘6개 지역 사수’를 외쳤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그리고 인천으로 구성된 6개 지역은 대표적인 보수텃밭으로 일컬어진다. 특히나 이중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는 보수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곳마저도 한국당의 완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의 마지노선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서 6개 지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5일, 여의도 당사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행 6개 지역을 사수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적으로 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성이 뚜렷한 지역서조차 승리하지 못한다면 당 대표로서 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못한다면···
다음 수는?


6개 지역은 ‘보수의 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라 불리는 PK(부산·울산·경남)는 보수세가 선명한 곳으로 꼽힌다. 역대 부산시장은 모두 보수 인사가 자리했다. 경남지사의 경우 5회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 김두관 전 지사가 당선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보수 진영이 승리했다. 

보수텃밭 TK(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장과 경북시장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보수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과 인천도 대동소이하다. 울산시장은 모두 보수 인사가 자리했고, 인천시장의 경우 5회 지방선거 때 민주당 안상수 전 시장이 당선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 후보자가 당선됐다.

보수성이 다소 강한 지역인 만큼 한국당으로서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한두 차례를 제외하고 광역단체장 자리를 진보진영에게 내준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당 대표가 직접 나서 ‘지역 사수’를 외치고, 당 대표직을 거론한다는 건 이번 선거가 종전과 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까닭은 지난 총선 때부터 진행된 지역 균열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보수 지역 중 울산을 제외한 부산과 경남에 깃발을 여러 개 꽂았다. 

보수성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지역 민심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가시적인 지지도 격차와 여당 출신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그 힘을 실어주고 있다. 6개 지역에 대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역시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PK지역 총 8곳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부산 선거구 18곳 중 5곳(부산진구갑·남구을·북구강서구갑·사하구갑·연제구)에, 경남 선거구 16곳 중 3곳(김해시갑·김해시을·양산시을)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이 부산과 경남서 각각 2곳(사하구을·사상구)과 1곳(김해시갑)을 차지한 것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다. 다만 울산서, 민주당은 19대와 20대 총선 당시 지역구 단 한 곳에도 발을 내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PK지역의 달라진 민심이 그 이유다.

부산시장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한국당 서병수 예비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 8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발표한 '6.13 부산시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부산시장 지지도는 민주당 오 예비후보가 57.7% 로 27.1%를 기록한 한국당 서 예비후보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뒤이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성권 예비후보가 3%, 정의당 박주미 예비후보가 2.2%를 차지했고, 이어 무소속 이종혁, 오승철 예비후보가 각각 1.8%, 0.9%를 기록했다.
 

또한 부산지역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당이 53.3%로 선두를 기록했다. 한국당은 23.7%로 그 뒤를 이었다. 뒤이어 바미당 7%, 정의당 5.4%,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이 0.6%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5일 RDD(유선ARS 40%, 무선ARS 60%) 방식을 통해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1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PK 지역
이전과 달라

경남지사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김경수 예비후보가 한국당 김태호 예비후보를 앞서고 있다. ‘드루킹 변수’가 존재하지만 최근까지 민주당 김 예비후보의 우세가 완연하다. 지난 8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발표한 '6.13 경상남도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김 예비후보가 55.5%로 33.6%의 한국당 김 예비후보를 앞질렀다. 바미당 김유근 예비후보는 2.9%로 그 뒤를 이었다.

경남지역 정당별 지지율서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51.9%로 24.7%를 기록한 한국당보다 약 두 배 이상 앞섰다. 그 뒤로는 바미당 8.0%, 정의당 4.3%, 민평당 1.4%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4∼5일 이틀간 RDD(유선ARS40%, 무선ARS 60%) 방식을 통해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808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다.

호언장담 영역 결과에 대표직 걸어
배수의 진 치며 필승 다짐

울산 시장 여론조사에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쳤다. 지난 3일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울산광역시장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송철호 예비후보가 42.1%, 한국당 김기현 예비후보가 22.5%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미당 이명희 예비후보와 민중당 김창현 예비후보는 각각 1.4%, 2.2%를 기록했다.

정당별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한국당을 앞질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51.2%로 17.4%를 기록한 한국당을 압도했다. 뒤이어 바미당 5.3%, 정의당 4.3%, 민평당 0.5%, 민중당 1.9%, 대한애국당 1.0% 순이었다.

이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4월30일∼5월1일 이틀간 RDD(유선전화면접 25.5%, 무선전화면접 74.5%) 방식으로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4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응답률은 18.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각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으로서는 PK 지역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보수의 성지로 이름 높았던 PK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시장직에 사상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지사와 울산시장 선거에도 민주당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의 이목이 PK를 향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반해 TK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고하다는 평을 받는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TK지역서 오직 1곳서만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당은 대구 선거구 12곳 중 1곳(수성구갑)에 깃발을 꽂았고, 경북 선거구에서는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대구·경북 중 어느 한 곳서도 자리하지 못한 채 완패했다. 지난 두 번의 총선서 TK지역은 모두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완승에 가까웠다.

이번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도 TK 지역 민심은 강한 보수성을 드러냈다.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는 한국당 권영진 예비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3월27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장 후보 양자대결서 한국당 권 예비후보가 43.4%, 민주당 임대윤 예비후보가 32.4%를 기록했다.

정당별 지지율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35.4%로 동률이었다. 뒤이어 바미당 9.7%, 정의당 2.2%, 그리고 민평당 0.9%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3월 24∼25일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전화 ARS-RDD 자동응답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1%이며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다.

변수 없는 한
TK 현상유지

경북지사 여론조사에서도 한국당 이철우 예비후보가 여타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SP뉴스통신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경북지사 후보군의 지지도 및 정당별 지지도에 따르면 한국당 이 예비후보가 53.77%로 13.09%의 민주당 오중기 예비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바미당 권오을 예비후보는 12.22%를 기록해 민주당 오 예비후보와 0.87%p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였다. 뒤이어 대한애국당 유재희 예비후보가 3.34%, 정의당 박창호 예비후보가 2.98% 순이었다.

각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국당이 61.23%로 절반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16.35%로 한국당에 비해 크게 뒤졌다. 이어 바미당 7.34%, 정의당 1.90%, 민평당 0.81% 등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는 지난달 29일 경북도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전화 ARS-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1%이며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다. (각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인천은 빨간불, TK는 파란불
승리 거머쥐고 정치생명 이어가나

TK지역은 PK지역에 비해 탄탄한 보수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권 예비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당에게는 악재이자 대구시장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지난 5일 권 예비후보는 한국당 대구 달성 군수에 출마하는 조성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선거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사무소 등을 방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은 PK와 TK 지역에 비해 보수성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 19대와 20대 총선 때 민주당은 12곳의 선거구 중 각각 6곳과 7곳을 차지했다. 다만 역대 인천시장의 경우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 인사가 당선됐다. 홍 대표가 6개 지역 중 인천을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천시장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의뢰로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장 지지율은 민주당 박남춘 예비후보가 43.3%, 한국당 유정복 예비후보가 17.9%의 지지를 얻었다. 한국당 유 예비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지만 비교적 큰 격차로 2위에 머물렀다. 

뒤이어 바미당 이수봉 예비후보와 정의당 김응호 예비후보가 각각 2.0%, 1.6% 등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서도 민주당은 한국당을 크게 앞섰다. 민주당은 55.6%로 13.1%를 기록한 한국당을 여유있게 제쳤다. 그 뒤로는 바미당 5.3%, 정의당 6.2%, 민평당 1.2%, 민중당 0.1%, 대한애국당 0.4% 순이다.

이 여론조사는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센터가 4월30일∼5월1일 이틀간 RDD(유선전화면접 24.7%, 무선전화면접 75.3%) 방식으로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3명의 응답을 받았다. 응답률은 16.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한국당의 수장인 홍 대표는 ‘6개 지역 사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킬 수 있는 지역은 지켜내면서 반전을 노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TK를 제외한 PK와 인천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 형국이다. 

부·울·경·인
판세 뒤집나

아직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서 판세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연일 막말에 가까운 언사와 강경한 태도로 국민여론과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6개 지역 결과에 따라 그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6개 지역'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대표 지원유세 애 타는 후보자들
“홍 대표 지원유세 올까봐 걱정하는 분 많다.”

지난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당의사를 밝힌 한국당 강길부 의원의 발언이다. 최근 홍 대표가 밝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입장이 국민여론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임에 따라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중앙당 차원의 지원유세가 오히려 좋지 않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민주당도 중앙당차원의 선거유세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실정을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실수를 방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앙당의 지원이 절실한 일부 민주당 후보자들은 같은 상황에 다른 이유로 애가 타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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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