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이동관 대변인 간의 이른바 ‘이별전쟁’이 시작됐다. 업무중복 등으로 한 차례 보이지 않는 충돌을 한 바 있는 이들이 ‘청와대 조직개편작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박 기획관과 이 대변인간의 생존게임이 본격화되면서 또 다시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기획관과 이 대변인 간의 이별전쟁이 가시화되면서 누군가는 ‘짐을 빼거나 다른 부서로 옮겨야 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해봤다.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조직개편작업이 막바지에 치달은 것. 쇠고기 파동, 수도권 규제완화 논란, 금융위기 대처 등 국정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해 왔다는 지적에 따라 조직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각 비서관실을 상대로 조직진단 및 평가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조직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뒤 대통령 훈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조직개편 마무리 단계
이중 최대 관심사는 단연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 통합 여부다. 업무중복 등으로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통합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간의 이별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를 입증하듯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형준 홍보기획관과 이동관 대변인 중 한 사람은 짐을 싸거나 다른 부서로 옮겨야 될 것”이라며 “업무 중복 등으로 서로간의 충돌이 잦았다. 이들 간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조직 개편’으로 인해 드러난 이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도 그렇지만 한 지붕 아래서 벌이는 양측의 ‘물밑 결투’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1기 참모진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반면, 박 기획관은 지난 6월 구원투수로 등장해 ‘소통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인물이라는 것. 게다가 ‘MB 입’으로 불리는 인사들이니 만큼 이들 중 한 명은 정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권력암투’는 계속되어 왔다는 후문이다. 업무 중복으로 인해 ‘한 지붕 아래에서 두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9월5일 생활공감 정책 발표 때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각 부처가 보고한 57개 추진 과제에 대해서는 생활공감형 정책으로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10대 과제 이외의 다른 정책에 대해서는 보완을 지시했다”며 “결론적으로 기타 부처들이 추진하기로 한 것은 보완 지시하고 10대 과제만 공식 채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기획관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말씀드리면 67개는 생활공감 정책으로 분류되든 안 되든 이미 각 부처에서 실행하기로 확정됐던 것”이라며 “이 가운데 (생활공감 정책으로) 분류되지 않는 정책이 몇 개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여기 있는 것은 다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권력 암투 속에서 정치권은 그동안 두 사람이 용케도 ‘궁합’을 맞춰왔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두 사람의 정치스타일만 놓고 봐도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 대변인은 ‘카리스마형’인 반면 박 기획관은 부드러운 성향에 온화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외유내강형’이다. 이 때문에 사소한 갈등을 두고 이 대변인과 직접적인 충돌은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청와대 한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겉은 ‘화합’ 속으론 ‘전쟁’
그러나 청와대 조직 개편을 계기로 이들 간의 관계의 보이지 않는 이별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변인은 ‘MB의 입’으로 계속적으로 활동해온 만큼 다른 부서로 옮기더라도 아무런 역할을 못할 것”이라며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미묘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이별전쟁은 치열한 ‘자존심’ 대결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말 그대로 ‘MB 입’간의 이별전쟁이 시작됨에 따라, 그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