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임기 마친 정세균 국회의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14 10:35:05
  • 호수 1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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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존재감 드러낸 ‘미스터 스마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며 원만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선보였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더불어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국회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찬사를 받았다. 국회의장 2년 동안 정 의장의 행적을 살폈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으로 임기는 2년이다. 입법부를 대표하며 입법부의 사무를 집행하며 본회의서 사회를 맡는다. 대법원장,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와 함께 삼부요인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국회의장은 보통 국가 의전서열 2위로 대접받으며,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대표로서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의전서열 2위
특권 내려놓기

지난 2016년 4·13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면서 제1당이 됐다. 자연스럽게 국회의장 선출권이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그해 6월9일, 민주당 의원총회서 진행된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열렸다. 정 의장은 총 121표 가운데 71표를 얻어 문희상 의원(35표), 박병석 의원(9표), 이석현 의원(6표)을 누르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 투표를 진행했다. 그는 여·야 모든 의원들에게 지지를 얻으며 총 287표 가운데 274표를 얻어 전반기 국회의장에 올랐다. 2002년 16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국회를 이끈 후 14년 만의 야당 국회의장이었다.

당시 정 의장은 당선소감으로 가장 먼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3부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가장 높은 대의기구”라며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국회가 명실상부한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당면한 경제위기 앞으로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임기 2년 동안 이 약속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국민적 찬사를 받았다. 그는 국회의장 취임 기자회견서 국회 청소용역 근로자의 간접고용 문제를 언급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이분들을 직접 고용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해 12월 3일 본회의서 2017년도 국회 청소용역 직접 고용을 위한 예산 59억6300원이 통과됐다. 지난해부터 국회는 청소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다. 기존 청소근로자들은 2년 연속 근무하면 2019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정 의장은 경제부총리, 예결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을 위해 노력했다. 당시 여론은 정 의장 결단에 찬사를 보냈다. 

국회 청소노동자의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18대 국회에 본격화됐다. 

지난 2년 원만하고 합리적 리더십 발휘
국회 정상화 위해 강력한 메시지도 던져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고용형태 전환을 약속한 바 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미화노동자 노조가 지난 2014년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 의장은 또 취임 이후 측근 인사를 배제한 탕평인사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국회 사무총장에 우윤근 전 민주당 의원을, 비서실장에 김교흥 전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부의장 등이 모두 전북 등 호남권이기 때문에 측근들을 배제하고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의장은 직권으로 국회운영위원회를 야당 의원 60% 상임위로 만들어 일하는 국회를 만들었다. 그의 노련함을 옆볼 수 있는 행보였다.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찬성할 경우, 특정 안건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국회 운영위다. 

당시 국회운영위는 위원정수 28명 중 민주당 11명, 국민의당 4명이라 야권 비율이 60%에 미달했다. 그런데 정 의장이 운영위에 정의당 노회찬, 야권 성향 무소속 홍의락 의원을 배정해 야권 비율이 60%를 넘게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야당 의원들이 60%를 넘는 상임위를 최소화했는데 정 의장이 비교섭단체 의원을 상임위로 배정하면서 허를 찔렸다. 

이는 국회 법안 처리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3월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서 처리된 법안은 총 3250건, 처리율은 27.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서 같은 기간 동안 처리된 법안(2500건)에 비해 750건(30%) 많은 수치다. 

8선 노련함
압도적 지지

정 의장은 최근 논란이 된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는 해외출장의 경우 전면 금지 카드를 꺼냈다. 

정 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서 열린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서 “국회의원이 외부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아 국외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국민 눈높이서 볼 때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피감기관 외유성 출장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 활동 신고 등에 관한 규정’과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 활동 신고 등에 관한 지침’에 대한 제·개정을 완료했다. 

개정된 규칙과 지침에 따라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피감기관의 경비로 국외 출장을 갈 수 없게 됐다. 다만 국익 등을 위해 외부기관의 요청으로 국외 출장이 필요한 때에는 엄격한 기준에 맞는 때에만 사전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외 출장의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적절한 국외 출장에는 의장이 계획 취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사전통제가 강화된다. 정 의장은 국외 출장 후 결과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국외 출장 실적의 정례적인 점검 등의 사후 통제장치도 등을 마련했다. 


정 의장은 ‘개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이번 지방선거서 개헌안이 통과되기를 누구보다 기대했다. 개헌 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협상서도 ‘국민들과 약속’을 들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친화력
청렴함 인정

하지만 정 의장의 6월 개헌안 국민투표는 사실상 야당의 반대로 물 건너간 상황이 됐다. 

정 의장은 여야가 모두 합의한 ‘6월 지방선거 개헌안’이 무산되자 바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보였다. 

정 의장은 지난달 23일 “국민에게 약속한 6월 개헌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민생이 후퇴하고 남북 관계는 급진전이 예상되는데 국회의 시간만 멈춰선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며 “국회가 국민의 혈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는데 국회는 문만 열어 놓고 정쟁만 하고 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정 의장은 국회 정상화가 될 때까지 세비 반납 선언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카리스마까지 보였다. 최근 드루킹 특검과 추가 경정 예산안 동시 처리 여부를 둘러싼 여야 입장차이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수차례 진행하며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 의장은 지난 8일 여야 정례회동서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나부터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오는 14일까지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4월로 보궐선거가 늦어져 국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지자 예정된 해외 순방도 전격 취소했다. 

당초 정 의장은 지난 9일부터 8박9일 일정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순방이 잡혀 있었다. 국회의장이 예정된 해외 순방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어 이례적이지만 여론은 정 의장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1950년 전북 진안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처음엔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자 결심하고 전주신흥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해 찬사
국회의원 지침·규칙 재개정도

전주신흥고 교장에게 대학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날 장학생으로 입학시켜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 교장은 장학생 대신 매점 일을 맡겼고, 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고려대 재학 당시엔 <고대신문> 기자,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주재원 시절 뉴욕대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LA주재원 시절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1995년까지 쌍용그룹서 수출 관련 업무를 맡았다.

1995년에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정계 입문 제안을 받고 1995년 총재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20대 국회까지 연달아 6선을 기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서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을 거치며 주로 경제분야서 정책 역량을 과시했다. 2005년 1월에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처리 실패로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추스르면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맡아 수행했다.

2005년 3월에는 한나라당의 반대를 뚫고 행정복합도시특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을 통과시켰다. 그해 10·26재보선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후 3개월 동안에는 임시 당의장을 겸임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듬해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 동안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7월6일에 통합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그의 대표시절 첫 선거인 2009년 10·29재보선서 민주당은 수원시 장안구, 안산시 상록을, 충북 증평군서 승리하며 3:2로 한나라당에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결과를 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해석하는 논평을 냈으며, 한나라당은 패배를 인정한다면서도 참패는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끝나지 않은
개헌 전도사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바람과 진보야당들과의 선거연대, 의무급식 등 복지공약을 적절히 조합하며 큰 승리를 거두었다. 친노(친 노무현)성향 후보가 출마한 인천, 강원, 충남을 모두 가져왔고, 특히 충북을 가져오며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도의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45%의 득표율을 올리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시장 자리는 오세훈 후보에게 근소한 차(0.6%)로 패배했지만 의회 의석의 상당수를 점유했다. 몇몇 기자들은 그때까지 이른바 관리형 정치인으로 불리우던 정 의장을 가리켜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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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