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둘러싼 주변국 함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14 10:31:34
  • 호수 1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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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러 3국의 동상이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반도 ‘평화의 봄’을 두고 주변국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중국은 한반도 내 미국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을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가지는 등 견제에 나섰다. 일본은 ‘재팬 패싱’을 우려하는 자국 내 여론을 잠재움과 동시에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러시아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이라는 실리를 노리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반도 주변국들의 발걸음이 덩달아 빨라지는 모습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찾았다. 지난 3월 첫 만남 후 불과 40여일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만남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제2차 북중정상회담이 열리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두 정상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패싱 우려

미국 언론은 두 정상이 만난 의도에 집중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제재 완화 등을 위한 외교적 지지를 요청하는 자리였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반대급부로 시 주석은 자국 내에서 제기됐던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고자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 제재 완화에 대한 요청을 했을 것으로 예측한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지난해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유엔 제재안에 서명했었고 이는 북한의 외환보유액을 고갈시킬 만큼 강력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NYT는 또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외교적 지원을 얻고자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불과 40여일 만에 두 번째 회담이 성사된 점으로 보아 두 정상 간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상당부분 진전이 됐을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의 입지가 높아졌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사이에 이뤄진 북중회담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던 중국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으로 한반도 내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직후 시 주석은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 유력하다. 북한이 사실상 중국을 한반도 문제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는 양상이다. 

이로써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한국, 북한, 미국 3자에서 중국이 포함된 4자 체제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북한이 중국이라는 우군을 포섭해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자 압박을 느낀 북한이 나름의 자구책을 찾는 모습이다.

북중정상회담이 있은 지 약 24시간여가 흐른 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도쿄서 열린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한 자리에 모인 3국 정상은 남북정상회담 성과인 ‘판문점 선언’의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단 중국은 시 주석이 아닌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했다.

40여일 만에 두 번째 북중회담
맘 급한 아베, 실리 노린 푸틴

이 자리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서의 문 대통령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안정의 기운이 북한의 행동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판문점선언을 지지한 데는 북한의 비핵화가 일본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자국 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납치자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한국·중국과 결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의 모두발언서 “이런 기회를 살려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대량 살상무기, 탄도 미사일,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납치 문제도 공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납치자 문제 해결은 우리 정부와 중국이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 상황서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칫 북한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사학스캔들’ ‘재무성 차관의 성희롱 의혹’ ‘문부과학상 카바레 요가업소 출입’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스캔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베 총리가 민감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직접 거론한 이유는 흔들리는 자국 내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의 대화서 이 부분을 직접 거론했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앞으로 한반도서 확고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그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이어질 필요성이 있다. 러시아의 철도, 가스, 전력 등이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도 이에 화답했다. 그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공동연구를 남북러 3자가 함께 착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3각 협력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넘어 다자 안보체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서로 공감했다.

실리 추구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오는 6월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다. 명목상으로는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서 한국 대 멕시코 경기를 관람하자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시기상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경기 관람 차원이 아닌 한반도 문제를 상의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은-시진핑 회담장 어디?

북중정상회담은 중국 요동반도의 끝자락에 있는 다롄시 ‘방추이다오’ 영빈관서 열렸다. 지난 8일 다롄 공항서 발견됐던 고려항공 여객기 1대와 전일 도착한 북한 항공기 모두 김 위원장의 방중에 동원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빼놓지 않고 방문했던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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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