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야메떼∼’ AV용어 유행하는 교실 천태만상

기분 좋은 초등생 입에서 ‘기모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본 성인용 영상서 나오는 용어들이 초등학생들 사이서 무분별하게 확산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생들은 공공연하게 교실 안에서 ‘앙 기모찌(기분이 좋다는 일본어)’ 등의 말들을 큰 소리로 떠들면서 반복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야동을 자주 접하고 이를 생활서 모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의 정확한 뜻조차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한 남학생의 “앙 기모띠∼”라는 외침을 듣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AV에나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냐고 채근하자 남학생은 “저희끼리는 다들 쓰는 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다 쓰는 말?
부모 욕까지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서 유명한 BJ가 쓰는 말이었다”며 “여학생들에게도 장난처럼 쓰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 B씨는 남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도중 “니 애미 창X”라는 욕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B씨가 그런 못된 말을 왜 쓰느냐고 나무라자 남학생은 “친구가 열받게 해서 제일 심한 욕을 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방송·영상 등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유행어’처럼 자리잡은 실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선생과 학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C씨는 최근 딸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같은 반 남학생이 “느금마(상대방의 엄마를 비하하는 말)도 맘충(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충(蟲)을 합친 말) 아냐?”라고 놀렸다는 것. 

C씨는 “딸아이가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차라리 다행이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뻔했다. 어린 아이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표현들은 대다수 인터넷 방송이나 커뮤니티, SNS, 성인 동영상 등을 통해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비하를 하려는 의도보다 유행어나 장난처럼 쓰이는 실정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교실에 붙은 ‘우리반 금지어! 지켜요’ 리스트가 화제가 됐다. 금지어 목록에는 ‘네 얼굴 실화냐, 패드립’ 등 BJ가 방송서 즐겨 사용하는 속어가 나열돼있다.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 시청에 대한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명확한 지도 지침이 없고 교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정서 주의를 주거나 학교서 개별 교사가 생활지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아 교사나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표현이 지속적으로 쓰일 경우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야동’ 통해 일본어 배우고 있는 실정
“아이들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 접한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들은 빠르면 유치원부터 포르노를 접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각종 영상 등의 검열이 전혀 안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성에 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고민하거나 교육을 받기 전에 무분별하게 그런 문화를 접하면 왜곡된 성 인식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도록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고 학부모와 교사들까지 총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은 ‘성’에 대해 무지할 나이인 초등학생들이 ‘일본 야동’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실정도 문제다.

일본어 공부?
베스트 10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일본어를 많이 쓰는데 모두 ‘일본 야동’서 나오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에게서 “요즘 친구들이 SNS서 너무 음란한 말들을 많이 한다”고 고백한 내용도 덧붙였다. 이렇게 초등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일본 야동 언어는 그 수가 굉장히 많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야메떼 = 한국말로 ‘안돼’인 야메떼는 ‘일본 야동’서 여성들이 항상 사용하는 대사다. 남자들은 보통 ‘야메로’를 쓴다.

▲기모찌이이 = ‘기분 좋아’라는 뜻의 이 말은 음란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초등학생이 쓰기에는 정말로 적절치 않다.

▲이끄 = 원래는 ‘이크와이요’가 정식 발음이지만 ‘이끄’로 줄여 발음한다. 보통은 ‘자 시작하자’라는 뜻이지만 일본 야동에서는 야한 뜻으로 쓰인다.

▲야다(이야다) = 한국말로 ‘싫어’라는 뜻이다.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짓누르려 할 때 여자 출연자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스고이(스고이요) = ‘대단하다’는 뜻이 담긴 이 말은 남자 출연자들이 많이 쓰는 단어다. 보통 여자들은 쓰지 않는다.
 


▲마다 = 이 말은 ‘아직’이라는 뜻이다. 보통은 낯뜨거운 장면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이이요(이이) = ‘좋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을 해도 좋다”는 뜻으로 쓰이며 ‘허락’의 뜻을 드러낼 때 사용된다.

▲하즈까시이 = 상황상 여자 출연자가 ‘부끄러움’을 드러낼 때 쓰이는 만큼 영상서 보이는 장면은 아주 낯뜨겁다.

▲기분가 이이 = 이 뜻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만 ‘연인관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직업여성’과의 관계 같은 느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또 = 영어로 하면 ‘more’의 뜻을 지는 말로 ‘조금 더’라는 뜻이다. 주로 여성이 쓰는데, 어떨 때 쓰는 지 알면 차마 대놓고 쓰기에는 부끄러운 뜻이다.

유튜브 보고…
부실한 제재


일각에선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의 미성년자 제재가 미미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한다. BJ와 유튜버들의 도 넘은 방송이 초등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돼있다는 것. 

한국 사회서 유튜버, BJ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됐다. 장래희망으로 유튜버를 꼽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튜버의 막대한 영향력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일부 채널의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혐오, 비하하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보는 BJ로 꼽히는 한 남성 유튜버의 계정에서는 어렵지 않게 선정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제목의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모자이크 한 여성 속옷 사진을 볼 수 있는 한 영상의 제목은 ‘아내의 속옷…큰일났다’다. 동영상 중 조회수가 두 번째로 많은 영상의 제목은 ‘[18금] AV 여배우가 알려주는 정액의 맛, 그 비밀은?’이다. 

‘18금’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해당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로그인도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여성 혐오 표현 ‘김치녀’를 입력하면 약 3만810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된장녀’는 1만600개, ‘맘충’은 6880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문제는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의 경우, 이처럼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제재없이 그대로 노출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유튜브가 받는 제재는 크지 않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유튜브는 유튜브 광고에 적합하지 않은 영상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크게 혐오성 콘텐츠, 가족 캐릭터를 부적절하게 다루는 콘텐츠, 선동하거나 모욕적인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이용자들의 신고로 접수된 콘텐츠가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면 유튜브 측에서 제재를 가하는 ‘자율규제’의 형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튜브 플랫폼의 자율규제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한 미국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시신을 공개했음에도 유튜브 측은 650만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 할 동안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 

조회수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 사업자’의 강도 높은 자율규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지점이다. 또 유튜브 측에서 문제가 된 계정을 정지시키더라도 해당 유튜버는 새로운 계정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타사와의 인터뷰서 “유튜브가 해외 사업자라 규제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시청자가 많아지고, 광고 수익에 도움이 돼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 제공 사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방송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서 등급 제한을 강제할 법 규정이 없다”며 ”지나친 욕설이나 음란 영상이 반복될 경우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은어의 급속한 확산은 초등학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야한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휴대전화로 쉽게 접하는 유해매체를 차단하고 부모와 자식 간 긴밀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매체와 친구
대화 단절 때문

한 아동·청소년상담협회 관계자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유해매체를 접한다”며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는 사실을 부모가 일찍 알면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며 가정에서 대화를 자주 할 것을 주문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