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2)선택의 기로

보위에 오르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소장에게 민족을 통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민족의 통일!”

“그러하옵니다. 저로 하여금 우리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 하나 될 수 있도록 배려 베풀어 주십시오!”“그 이야기는?”

“춘추 공에게 왕위를 넘겨주십사는 부탁입니다.”

“춘추 공에게!”


“그러하옵니다.”

알천을 찾은 이유

알천이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만 할 사유라도 있는가?”

“소장이 아뢰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옵니다만.”

알천이 유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다 보검을 뽑아들었다. 

칼날에 반사된 불빛이 종이로 바른 창을 통해 밖으로 곧바로 뻗어나갔다. 


알천이 그 불빛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김춘추, 비록 자신과 같은 진골이지만 엄밀하게 살피면 자신과는 다른 진골이었다. 

김춘추의 가계는 신라의 중흥을 꾀했던 진흥왕으로 올라간다. 

진흥왕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첫째는 동륜이고 둘째는 금륜이었다. 

첫 아들 동륜이 일찍이 태자에 책봉되었으나 갑자기 세상을 떴다. 

동륜에게는 백정이란 이름을 가진 아들이 있었는데 다섯 살로 너무 어렸고 그런 연유로 당시 둘째인 금륜이 형을 이어 태자에 책봉되고, 진흥왕 사후 왕위를 이어 진지왕이 되었다. 

그런데 불과 사 년 후에 황음에 빠진 그를 폐위시키며 성골에서 진골로 강등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진지왕에게는 춘추의 아버지인 용춘이 있었지만 왕위는 동륜의 아들 백정에게 돌아가고 그가 진평왕이 되었다. 

아울러 아들을 두지 못한 진평왕이 큰딸인 천명공주를 용춘에게 시집보내 김춘추를 낳았으니 외형상으로는 진골이지만 내면으로는 성골이었다.

“춘추가 보위에 앉을 만한 적임자인가?”

“소장이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칼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은 알천이 진지한 투로 말문을 열자 유신이 힘주어 답했다.“그 이야기인즉?”


“소장이 분신이 되어 반드시 우리민족을 통일 할 수 있도록 보필할 것이옵니다.”

“비록 자네가 함께한다 해도 성공적으로 신라를 이끌 수 있겠는가?”

“소장을 떠나서 그가 행한 그동안의 행적을 세심하게 살펴주십시오.”

김춘추는 비록 조공을 곁들였지만 당나라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 또한 당태종으로부터 백제공격을 위한 군사지원을 약속받았다. 

또한 왕권강화를 위한 일련의 내정개혁을 주도하였다. 

의복을 당나라 식으로 하자는 중조의관제(中朝衣冠制)를 채택하고 왕권 강화를 위해 정조하례제(正朝賀禮制, 관료들의 왕에 대한 의례)를 실시하였으며 품주(稟主, 신라 최고의 행정기관인)를 집사부(執事部)와 창부(倉部)로 분리해 효율성을 기했다. 


물론 당나라의 정책을 모방하였지만 이 같은 제도의 시행은 신라로서는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극복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였다.  

“그건 그렇다 하고 자꾸 민족, 민족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 확신하는가?”

“이미 작고하셨지만 마령간 스승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마령간이라면?”

“이 나라를 세우신 박혁거세 그리고 눌지왕 시절 충신으로 명성을 날렸던 박제상 대감의 후손 되시지요.”

“그를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네.”

“하오면?”

“어느 선까지 알고 있느냐 이 말이네.”

김유신, 보검을 바치다 “김춘추를 왕위에”
성골인 김춘추에게 왕위 전달…놀란 김춘추

유신이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알천이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령간 생전에 나도 그에게 이야기 들었었네. 그런데 하도 믿기지 않아 그냥 소홀히 넘기고 말았었네.”

유신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 마령간으로부터 전해들은 우리 민족의 시원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차근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알천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유신이 건넨 보검을 다시 유신에게 돌려주었다.

“대감, 아니 받으시겠습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네. 우리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라면 이 보검은 자네가 지녀야 하네.”

유신이 알천을 바라보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습을 주시하던 유신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큰 절을 올렸다.

“대감이야 말로 신라의 진정한 군주이십니다.”

“아닐세, 진정한 신라의 군주는 이 시간 이후로 김유신 장군일세.”

잠시후 소소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던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무슨 의미로 내게 보검을 건넸었는가?”

유신이 답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보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음날 아침 알천이 대전으로 들자 모든 신하들이 정중하게 고개 숙여 맞이했다. 

그러나 알천이 용상에 오르지 않고 자신들과 함께 자리하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감, 용상에 오르시지요.”

유신이 다가서서 은근히 용상에 오를 것을 권유하자 알천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시에 알천에게 집중되었다.

“내 여러분께 양해 구할 일이 있소.”

가볍게 운을 떼고 찬찬히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비록 화백회의에서 여주의 후임으로 나를 선택하였지만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듯하오.”
“그게 무슨 말이오. 용상에 오를 수 없다니!”

순간 필탄이 목소리를 높였다.

“두 가지 사유에서요.”

모두가 두 가지를 되뇌었다.

“첫째는 개인적인 문제로, 내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않소. 모두 나의 몰골을 찬찬히 살펴보아 주시오.”

이미 생의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알천의 모습을 바라보던 대신들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의 중대사를 살피려면 젊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오.”

“다음은?”

“둘째는 순리상 문제로 성골이 있는데 진골인 내가 용상에 앉을 수는 없소.”

“성골!”

필탄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외침이었다.

“그가 누구란 말이오!”

알천이 고개를 돌려 김춘추를 주시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전하, 용상으로 오르시지요.”

“네!”

김유신의 뜻대로…

춘추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서 오르시지요.”

말을 마친 알천이 천천히 노구를 숙여 절을 올렸다. 어리둥절한 상태서 그를 바라보던 대신들이 잠시 후 춘추에게 일제히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신라왕 김춘추 만세!”

김유신이 우렁찬 목소리로 김춘추를 연호하자 잠시후 대전은 ‘신라왕 김춘추 만세’ 소리로 가득 찼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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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