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길목’ 가로막는 암초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08 11:13:16
  • 호수 1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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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남북 정상은 과연 한반도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2018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통일에 대한 염원이 높아지고 있다. 정관계는 물론 민간단체들도 통일에 관한 행사를 주최하며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국민적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엇박자를 내는 곳이 있다. <일요시사>는 남북통일이라는 항로에 숨은 암초를 추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서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며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는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다.

불가침 합의
평화의 시대

합의문의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2018년 내 종전 선언 ▲완전한 비핵화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방문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최고의 화두는 합의문에 비핵화가 담기느냐의 여부였다. 김 위원장은 직접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를 밝혔다. 두 정상은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시기나 방법 등 핵심 사안은 향후 북미정상회담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사전 조율의 성격이 짙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남북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의 입구가 된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출구가 된다”며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런 의미서 판문점 선언은 북미정상회담에게 던져주는 아주 좋은 길잡이 메시지를 생산해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궁극적인 비핵화를 위해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기로 했다. 군사적 대치를 해소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남북은 지난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단하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계획도 추진될 예정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한다는 합의는 남북 평화에 대한 상징성이 크다. 그간 천안함 폭침, 서해대전 등 무수한 군사적 충돌을 낳았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서 벌어졌다. 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하는 합의는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함은 물론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는 실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후 대화를 이어간다는 데 의의가 크다. 남북은 국방부장관 회담 등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다.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5월 중순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5월 말 내지는 6월 초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가을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이어간다.

남북정상회담이 불러온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78.3%로 지난주 주간집계보다 8.3%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잘 못 하고 있다’는 답변은 15.5%로 9.3%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새 정부에 대한 기대효과가 반영된 지난해 5월4주차(84.1%)와 6월1주차(78.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대화 지속
통일 밑거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 비준 동의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가서명한 합의문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받고, 이어 대통령 비준 및 국내 공포 등 절차를 밟아야 법적효력을 갖게 된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 등이 있었다. 합의문도 이번이 세 번째. 앞서 두 번의 정상회담 합의 내용은 모두 비준 절차를 거치지 못했고,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사실상 폐기됐다.

이를 잘 아는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2차 전체회의서 합의문의 국회 비준을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려면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한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 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시기 바란다.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회의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잘 협의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합의문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합의문 국회 비준에 대해 여야는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범진보 성향인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긍정적 입장을 내놨지만, 범보수 성향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북미정상회담 전 국회 비준 동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당은 표면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준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평가절하하며 사실상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국회서 난항이 예상된다.

파격적인 판문점 선언, 평화의 신호탄
남북회담이 입구라면 북미회담은 출구

국회서의 비준 동의 절차는 한국당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다. 합의문이 국회 의안과에 접수되면 관련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로 회부된다. 이후 외통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마지막으로 본회의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내야 비준 동의안이 법적 효력을 지닌다.

문제는 현재 국회의 정당별 의석 구조가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의견 정족수인 과반 찬성을 만들어내기 힘든 ‘여소야대’ 상황이라는 점이다. 

민주당 121석을 비롯해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범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3석, 바미당 비례대표이면서 평화당 활동에 참여 중인 의원 3명을 합쳐도 147석에 불과하다. 


한국당 116석에 평화당 활동 중인 비례대표를 제외한 바미당 27석, 대한애국당과 무소속 등 2석을 합한 범보수의 145석에 단 2석 차로 앞선다. 즉 범진보 진영서 단 두 표만 반대 또는 기권이 나와도 비준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당장 외통위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간사 수에서 범진보 진영은 1명(민주당 김경협 간사)인데 비해 범보수 진영은 2명(한국당 윤영석 간사, 바미당 이태규 간사)이다.

현 국회 시스템 상 상임위 간사는 상임위원장 만큼이나 큰 권력을 가졌다. 상임위 내 의사 일정을 결정하고 의제를 선정한다. 전체회의에 앞서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상임위 간사의 역할이다. 간사 수에서 범진보 진영이 범보수 진영에 밀리고 있는 상황서 비준안에 대한 간사 간 협의가 범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앞서는 범보수
밀리는 범진보

외통위 전체 의석수도 범진보 진영이 밀린다. 외통위 위원의 수는 22명. 그중 범진보에 속하는 위원은 민주당 소속 10명에 불과한 반면, 범보수 쪽 위원은 한국당 10명에 바미당 2명을 합쳐 총 12명으로 우위를 차지한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바미당은 지난 3일 의원총회를 통해 “특검 수용과 국회정상화가 타결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달 17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소속 의원들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같은 장소서 여러 차례 규탄대회를 열어 공세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의원총회서 특검 관철을 위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바미당도 특단의 대책으로 단식농성을 언급한 만큼 범보수 진영이 ‘드루킹 특검’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길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는 드루킹 특검에 대한 범보수 진영의 이 같은 공조가 ‘드루킹 특검-합의문 비준’ 빅딜이 무산된 이후 나왔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드루킹 특검 수용을 전제로 합의문 비준 동의를 제안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조찬회동 자리서 국회 정상화 방안으로 드루킹 특검 수용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드루킹 특검은 경찰과 검찰 수사를 먼저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서 한 발 물러선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특검 수용에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며 빅딜 제안을 거절했다. 우 원내대표의 제안이 있은 날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연 후 합의문 비준과 연계된 특검 수용은 받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합의문 비준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지만, 남북정상회담 후 한국당이 내놓은 반응들을 보면 비준안 자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비준안 국회통과? 외통위도 장담 못해
미 외교·안보 투톱, 대북 제재 입장차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중 핵심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으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북핵 협상에 대한 온도차다.

두 사람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란히 방송에 출연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전략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전까지는 어떤 제재 완화도 없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이전 정부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완전한 비핵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다는 그간의 미 행정부 태도와 차이가 있다. 행간에는 북한이 어떤 ‘구체적 조처’를 취하면 완전한 비핵화 전이라도 미국이 지금보다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막말 퍼레이드
배 아픈 사촌?

반면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핵무기와 핵연료, 탄도미사일 등을 포기·반출할 때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투탑의 이견에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아직 비핵화 로드맵을 조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번 달 말 치러질 북미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보상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안갯속이다.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 체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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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