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1)약에 취하다

여왕이 쓰러진 이유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모든 신하들이 자리를 물리자 중상과 상영이 의자왕을 알현했다.

“준비는 되었는가?”

“어서 납시지요.”

중상과 상영의 안내로 사비성 한 구석에 있는 아늑한 장소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의자왕이 가볍게 탄성을 내질렀다. 주안상을 차려놓고 은고가 화려한 복장으로 맞이했던 탓이었다.


오석산을 먹다

“전하, 어서 자리하시지요.”

은고의 목소리에서 콧소리가 함께 묻어나왔다. 의자왕이 곧바로 은고에게 다가가 허리를 껴안았다.

“전하, 서두르지 마시오소서.”

“그리할까.”

짤막하게 답변한 의자왕이 은고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가는 손을 잡고 함께 자리 잡았다. 순간 중상과 상영이 두 사람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이건 무슨 행동인고?”


“소신들은 이만 물러가려 하옵니다. 부디 소기의 성과를 거두시기 바랄 뿐이옵니다.”

의자왕이 고개를 은고에게 돌렸다.

“너무 심려 마시오소서. 소녀, 천천히 문제를 해결해드리겠사옵니다.”

“그러이, 내 자네를 믿어봄세.”

중상과 상영이 물러나자 은고가 병을 들어 의자왕의 잔을 채웠다.

“이 술은 무슨 술인고 그리고 이 각종 음식들은?”

“이 술은 산삼을 비롯하여 각종 약초로 빚은 술이옵니다. 아울러 이 음식들은 소녀가 산천을 돌아다니면서 기를 보충하는데 특효를 지닌 재료들로 만든 음식이옵니다.”

“아직도.”

의자왕이 말을 하다 말고 지난번 은고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사택비를 회상하며 은고를 대했건만 오랜 기간 상실에 늪에 빠져 지낸 탓인지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었다. 

“전하, 오늘은 반드시 소녀를 아니 신라의 진덕을 죽여야 할 일이옵니다. 그러니 남김없이 모두 드시오소서.”

“그리하마.”

사택비를 생각하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의자왕이 은고의 상반신을 우악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러기를 잠시 후 의자왕의 품에서 벗어난 은고가 술병에서 음식으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의자왕에게 포만감이 일어날 즈음에 은고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그마한 약봉지 두개를 들고 돌아왔다.

“그건 무엇인고?”

“진덕을 죽일 수 있는 비책이옵니다.”“비책이라!”

“몸과 마음을 젊고 강하게 해주는 약이옵니다.”

의자왕이 가느다란 미소를 흘리고는 은고가 건넨 약을 입에 넣고 술잔을 비워냈다.

“무슨 약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전하께서 드신 약은 오석산(五石散)이라고 종유석, 주사, 적석지, 자석영, 유황의 진귀한 다섯 광물을 갈아 만든 것이옵니다.”

“일종의 미약이로고.”

의자왕이 가만히 오석산을 되뇌며 빈 잔을 은고에게 건네고 술을 따랐다. 순간 은고가 약을 입에 넣고 술을 목구멍 깊숙이 넘기기 시작했다. 술로 약을 모두 넘긴 은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지금부터 소녀는 진덕여왕입니다.”

“진덕!”

오석산 섭취하자 은고가 진덕여왕으로
갑자기 쓰러진 이후 알천이 섭정하다

“그러하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진덕을 생각하시며, 소녀를 신라의 진덕이라 여기고 대해주십시오.”

“그러면 죽여야 하는데.”

“그러하옵니다. 그러니 부디 소녀를 죽여주십시오.”

“어떻게 말이냐?”

“물론 전하의 양의 기운으로지요.”

양이라는 소리에 의자왕이 슬그머니 자신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오석산을 취하기 전에 많은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별다른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어찌 가능.”

의자왕이 차마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불시에 뜨거운 기운이 머리부터 시작하여 온몸으로 번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래에서 불같은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 진덕여왕이네. 사내로서 나 하나 죽이지 못하겠다는 말이더냐!”

그를 감지했는지 은고가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왕을 내려 보았다. 

그 시선을 받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급격하게 변했다.

그 상태에서 은고를 바라보았다. 당고종에게 간사한 혀로 고자질하는 또 전라의 몸으로 당고종에게 뱀처럼 얽혀 있는 진덕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은고, 아니 진덕 네 년을 반드시 죽이고 말리라!”

의자왕이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거칠게 진덕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진덕 역시 가만히 당할 수 없다는 듯 의자왕의 용포를 마구 헤집었다.

순식간에 전라의 몸이 된 두 사람이 사생결단하겠다는 듯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어느 한 순간 의자왕의 고함이 공간을 가르고 있었다. 

이어 진덕여왕이 아니 은고가 애절하게 소리 내기 시작했다.

이어 살과 살이 부딪는 요란한 소리가 공간을 흔들었고 두 사람의 신음과 호흡소리가 높아갔다.

짧지 않은 시간을 구름 속에서 헤매던 의자왕이 어느 한순간 누운 상태서 고개를 돌려 곁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진덕, 아니 은고를 바라보았다. 

마치 죽은 듯 그러나 만면에 희열의 웃음을 머금은 은고가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한창 정사에 매진하던 진덕여왕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더니 어느 순간 잠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즉각 화백회의가 소집되었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 의해 상대등인 알천으로 하여금 섭정하도록 결론 내려졌다. 

회의가 파하고 늦은 시각 김유신이 은밀하게 알천의 집을 방문했다.

“이 늦은 시각에 어인 일인가?”

알천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주시했다.

“소장이 간곡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뵈었습니다.”

유신이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자 알천이 가벼이 헛기침하며 방으로 안내했다.

“주안상을 준비하라 이를까?”

“대감, 편하신 대로 하시지요.”

자신을 대감이라 부르는 소리에 알천이 순간 경계심을 품었는지 눈을 깜박였다.

“요즈음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자네가 판단하게.”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말씀 나누시지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유신이 자신이 가져온 비단에 싼 짧지 않은 물건을 알천에게 내밀었다.

쓰러진 여왕

“이게 무엇인고?”

“직접 풀어보시지요.”

알천이 조심스럽게 비단을 풀어내자 첫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저희 집안 대대로 전해온 보검입니다.”

“그렇다면?”

“가야 왕조의 보검입니다.”

순간 알천이 가볍게 신음을 토해냈다.

“이 진귀한 검을 왜 내게!”

알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신을 주시하자 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의미인가?”알천의 표정에 긴장감이 더욱 깊게 들어찼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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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