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보도> SH공사 ‘제보자’ 색출 내막

문제 발언보다 회의록 제보가 더 우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내부제보자에 대한 시각은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부조리를 고발한 의인’과 ‘조직의 치부를 드러낸 배신자’라는 양 극단의 시선에 노출된다. 특히 조직은 내부정보가 유출되면 그 경로와 제보자를 색출하려 한다. 이 과정서 신원이 노출된 내부제보자는 대다수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서울시의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도심재개발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다. 최근 SH공사는 지난해 11월 퇴임한 변창흠 전 사장이 내부회의서 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변 전 사장은 당시 회의서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사고에 대해 “피해자 개인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는 뉘앙스로 언급했다.

회의록 공익제보

<일요시사>는 지난 19일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1163호 <단독입수>“구의역 사고가 뭐?” SH공사 회의록 공개 기사 참조) 2016년 6월30일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변 전 사장, 건설안전사업본부장, 하자관리부장 등이 참석했다. 변 전 사장은 회의서 구의역 사고를 화제로 꺼냈다.

구의역 사고는 지난 2016년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수리공이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피해자 김모군은 1997년생으로, 사고 당시 생일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김군의 가방에서는 밥 대신 먹으려던 컵라면이 나왔다.

19세 수리공의 죽음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조사 결과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인 은성PSD의 문제점이 속속 노출됐다. 개인의 실수보다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관리시스템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변 전 사장의 발언은 구의역 사고에 대한 언론보도와 시민들의 추모열기가 한창이던 때 나왔다.


변 전 사장은 구의역 사고 한 달 후 열린 내부회의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잖아요. 제가 간부님들에게 말씀을 드렸었는데 마치 (박원순)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예요.”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다 날아간 셈이에요. 사장직무대행만 남았는데 그 양반은 8월에 끝나니까 모든 조직이 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시도 교통본부장 직위해제되었고.”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 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

“하여튼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연습도 해보고, 체크도 해보고 해서 조금의 실수 이런 게 없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SH공사 홍보부장과 변 전 사장은 <일요시사> 첫 보도서 “안전을 당부하는 과정서(구의역 사고를) 언급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보부장은 “변 전 사장이 발언의 마지막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구의역 사고를 하나의 사례로 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변 전 사장 역시 “(SH공사가) 관리하는 현장이 많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언론 보도 이후다. SH공사가 회의록을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SH공사 내부서 회의록 제보 건을 두고 자체 감사에 돌입했다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이 과정서 일부 직원들의 이메일을 확인해 회의록 유출 경로 파악에 나섰다는 말도 나왔다.

SH공사는 사장과 본부장 간의 간부회의 내용이 바깥으로 나간 사실 자체를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 처음 회의록 관련 보도 당시 해명서도 “2년 전 회의록을 밖으로 유출하고 이슈화하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홍보부장이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해 홍보부장은 “내부 감사는 감사실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감사실서)자체적으로 (상황을)인지해 문제가 있으면 조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SH공사가 회의록이 외부로 나온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실서 감사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회의록)유출 경로 등을 파악하지 않거나 모른 척한다면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어 “SH공사는 건설회사다. 건물 전체가 보안 시설이고 회의록 등 내부 문건도 전부 보안대상”이라며 “분양이나 개인 신상 등 민감한 정보가 많아 외부인도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양 정보가 유출될 상황을 가정해 예로 들었다. 

“특정지역의 분양을 진행하는데 개인이 그 정보를 자기 지인이나 가족한테 유출한다면 그건 땅 투기가 된다. 범죄 행위”라며 “(회의록을 유출한 사람은)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제보자지만 SH공사 입장에선 업무와 관련한 기밀을 유출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제보자 찾은 뒤엔?

SH공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회의록 제보가 아니라 변 전 사장의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SH공사가) 전임 사장의 잘못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내부제보자를 찾는 데만 관심을 쏟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5개월 전 퇴임한 전임 사장 문제로 (SH공사가)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앞에선 “죄송합니다” 뒤에선 “제보자 찾아!”

최근 들어 내부제보자에 의해 조직의 속사정이 드러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행태도 내부제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외부인들이 보기에 별다른 문제없이 굴러가던 조직이 사실은 속에서부터 곪은 곳이었다는 사실도 내부제보를 통해 왕왕 드러난다. 대한항공이 그랬고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사위를 강요한 성심병원도 그랬다.

문제는 내부제보로 치부가 드러난 대부분의 조직서 제보자 색출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 성심병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재단 차원서 사과문을 내는 등 진화에 몰두하면서도, 뒤로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찾은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