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0)조서

의자왕의 선택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라의 연호, 법흥왕이 건원(建元)이라는 연호를 사용한 이후 독자적으로 연호를 제정하여 사용해왔다. 

당나라 태종 시 신라에게 당의 연호인 정관(貞觀)을 사용하기를 요구하였으나 그를 차일피일 미루며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다 진덕여왕이 들어서면서 다시 연호를 태화(太和)라 제정하여 사용했던 터였다.

옛 땅을 찾기 위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소?”

“폐하, 폐국의 어리석음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고종의 표정과 말투에서 불쾌한 심정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신라는 우리의 신하 국이 아니었다는 말 아니오?”

“폐하, 부디 폐국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기어코 법민의 소리에 울음이 가세했다. 그 모습을 주시하며 고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잘 들으시오. 짐은 한시도 귀국을 우리의 신하 국이 아니라 생각해본 적 없소. 그리하여 선황제도 그렇지만 짐 역시 모든 일에 있어 귀국을 항상 애처롭게 생각하였고 그에 도움의 손길을 주었소.”

말을 하다 말고 고종이 가만히 턱을 괴었다.

“귀국이 지금이라도 자진해서 허물을 고치고자 하니 그동안 있었던 일은 묻지 않겠소. 허나 차후로는 한 치도 상국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황제 폐하. 뼛속 깊이 명심하겠사옵니다.”

“좋소. 그 일은 이제 그만 접고. 금번에 백제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 말해보시오.”

고종의 말소리가 온화하게 변하자 법민이 가만히 호흡을 고르고 조신하게 고개 숙였다.

“황제 폐하, 비록 금번에는 황은에 힘입어 폐국이 승리 하였지만 이전에 침략으로 신라의 많은 성과 진들을 빼앗긴 바 있습니다.”

고종이 고개를 돌려 시립해 있는 상리현장을 주시했다.

“폐하, 그런 연유로 선황제께서 신을 고구려와 백제에 보내어 신라를 침공하지 말라 주의 준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두 번국(藩國,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송구하옵니다만, 그런 연유로 선황제께서 친히 군사를 이끄시고 고구려를 정벌하시고자 하셨습니다.”

“백제는?”

“백제는 일시적으로 지시에 따르는 듯 보였지만 이내 마음을 돌려 신라를 공략하였습니다.”

고종의 시선이 다시 법민에게 옮겨졌다.

“짐이 어찌하였으면 좋겠소?”


“송구하옵니다만 폐하께서 다시금 백제에 조서를 내려 침략한 성들을 돌려주도록 하신다면 그 은혜 죽어도 잊지 못할 일이옵니다.”

“전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면?”

“행여 그럴 일은 없겠으나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하면, 황제 폐하의 조서를 봉행하지 않는다면 신하 국으로서 그를 두고만 볼 수는 없사옵니다.”

“신라에서 스스로 찾겠다는 말이오?”

“황제 폐하의 황은을 앞세워 저희가 쳐서 옛 땅만 찾고 화해를 청하여 이전처럼 화목하게 살도록 하겠사옵니다.”

“경의 충정 충분히 알겠소. 아울러 백제로 하여금 신라의 요구를 반드시 들어주도록 할 터요.” 


법민, 고종 이용해 뺏긴 땅 되찾으려 하다
당나라의 조서 받고 황당한 의자왕 ‘무시’

신년을 맞이하여 당나라에 사절로 다녀온 성충과 그 일행이 의자왕을 찾았다. 

전과는 달리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의자왕이 그들을 맞이했다.

“말해보세요.”

앞으로 나선 성충이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전하, 우선 있었던 일 그대로를 아뢰고 보충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충의 마뜩치 않은 표정과 말투에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들어찼다. 이어 의자왕이 성충의 의견을 받아들이자 성충이 짧지 않은 두루마리를 끌러 읽기 시작했다.

『해동(海東)의 삼국이 나라를 세운지 오래며, 경계를 나란히 하나 땅은 실로 들쭉날쭉하다. 

근대 이래로 마침내 의혹과 틈새가 생겨 전쟁이 번갈아 일어나서 거의 편안한 해가 없었고, 마침내 삼한(三韓)의 백성으로 하여금 목숨을 칼과 도마 위에 올려놓게 하고, 무기를 갖고 분풀이를 하는 것이 아침저녁으로 서로 이어졌다.

짐은 하늘을 대신하여 만물을 다스리기에 심히 긍휼히 여기고 민망해 하는 바이다. 지난해에 신라 사신 김법민이 상주하여 아뢰었다.

‘고구려와 백제가 입술과 이빨과 같이 서로 의지하여 빈번하게 신라를 침략하니 큰 성과 중요한 진들이 모두 백제에게 병합되어 영토는 날로 줄어들고 위력도 아울러 쇠약해지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백제에 조서를 내려 침략한 성을 돌려주게 하소서. 

만약 조서를 받들지 않으면 곧 스스로 군대를 일으켜 쳐서 빼앗을 것이되 다만 옛 땅을 얻으면 곧 서로 화해를 청할 것입니다.’

짐은 그 말이 순리에 맞음으로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제후의 반열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망한 나라를 존속시켰는데 하물며 짐은 만국의 임금으로 어찌 위기에 처한 번국을 구휼하지 않으리요.

백제왕이 겸병한 신라의 성은 모두 마땅히 그 본국에 돌려줄 것이며 신라도 사로잡은 백제의 포로들을 또한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연후에 환난을 풀고 분규를 해결하고, 무기를 거두어들이고 전쟁을 그치면 백성은 짐을 내려 어깨를 쉬는 소원을 이루게 되고 세 번국들은 전쟁의 수고로움이 없을 것이다. 

이는 저 변경의 부대에서 피를 흘리고 강토에 시체가 쌓이고 농사와 길쌈이 모두 폐하게 되어 남녀가 의지할 것이 없게 된 것과 어찌 같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왕이 만약 나아가고 머무는 것을 따르지 않는다면 짐은 이미 법민이 청한 바대로 왕과 승부를 결정하도록 내맡길 것이고, 또 고구려와 약속하여 멀리서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고구려가 만약 명령을 받들지 않으면 즉시 거란과 여러 번국들로 하여금 요하를 건너 깊이 들어가 노략질하게 할 것이다. 

왕은 짐의 말을 깊이 생각하여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할 것이며 좋은 계책을 살펴 도모하여 후회함이 없도록 하라. 』(삼국사기 중에서)

성충이 조서를 읽어 내려가자 의자왕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그를 살피는 신하들 표정 역시 대동소이했다.

“허허, 과연 계집이 다스리는 나라로고.”

의자왕이 굳은 표정을 풀고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김법민이 누구요?”

“김춘추의 큰 아들입니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로고.”

의자왕이 혀를 차며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 김법민인가 뭔가 하는 놈이 당고종에게 고자질한 내용이 진실이오?”

“비록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셔서 신라를 공격하여 많은 성을 취하였으나 저희 역시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야 그렇지. 은상도 그렇고.”

의자왕이 말을 하다 말고 흥수를 주시했다.

“군사, 당고종이 고구려에도 이와 관련한 조서를 보냈을 터인데 그들은 어찌 대처할 것 같은가?”

당나라의 조서

“고구려에는 연개소문이 건재합니다.”

“그 의미는?”

흥수가 연개소문을 언급하며 간단히 말을 끝내자 의자왕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고구려는 결코 당의 조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옵니다. 연개소문의 손에서 바로 찢어질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냥 무시하고 말아야겠소.”

의자왕이 건성으로 말을 받고는 서둘러 회의를 파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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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