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④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태초의 제주와 조우하다

푸른 바다 위에 솟아난 신비로운 화산섬. 제주도는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질공원이다. ‘화산학의 교과서’라 일컬어지는 지질 자원의 보고로, 독특하고 희귀한 화산지형이 많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지역의 고고학적·생태적 가치까지 인정받아 제주도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2014년 재인증에 이어 올해 두번째 재인증 평가를 앞두고 있다.

제주도는 화산과 햇빛, 바람, 파도 등이 상호작용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섬이다. 수백만년 전 제주도 일대는 점토와 모래층이 바닷물에 드러났다 잠겼다 하는 지형이다. 수많은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이 거듭되면서 지금 같은 제주도가 형성된 것이 약 180만년 전이다.

마그마와 화산재가 쌓여

서남부 해안 지대인 용머리해안은 원시 제주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제주도의 탄생 기원이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을 따라 걷는 동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평가에 맞춰 종전 코스를 정비한다. 용머리해안을 중심으로 산방연대와 산방굴사를 둘러보는 A코스(약 2km, 1시간30분 소요), 사계포구를 거쳐 마을 안길을 걷는 B코스(약 2.5km, 1시간30분 소요), 산방연대에서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약 5.7km, 2시간30분 소요)로 나뉜다. 용머리해안 입구에 지질트레일 해설사가 상주해 오후 3시 이전이면 해설을 요청할 수 있다.


용머리해안은 서로 다른 위치의 화산이 세 번 폭발했는데, 분화구에서 터져 나온 마그마와 화산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완만한 언덕 모양 화산체인 응회환을 만들었다. 물결치듯 겹겹이 층을 이룬 지층 단면은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바닷물이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마그마에 용해된 물질이 급속히 식으면서 모래알 만한 화산쇄설물이 형성되고, 이것이 반복적으로 쌓여 이색적이고 웅장한 원시 제주의 지질층이 탄생했다.



언덕 아래 탐방 코스를 따라가면 해안가에 드러난 독특한 지층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곳은 태초의 제주나 다름없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라. 끊임없이 철썩대는 파도가 제주도가 태동하던 때의 맥박 소리처럼 들린다. 


용머리해안은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높은 날엔 출입이 금지된다. 1년 중 관람 가능한 날이 200일이 채 안 된다니, 날씨 운이 따라야 태초의 제주와 조우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이 변하므로, 출발 전에 탐방안내소에 관람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것이 좋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제주 대표 화산지형
산방산온천 국내서 드문 ‘탄산온천수’

용머리해안을 한 바퀴 돌고 언덕 위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 산방연대가 보인다. 선조들이 사용한 통신수단으로, 봉수대와 같이 횃불과 연기를 피워 적의 침입을 비롯해 급한 소식을 알린 곳이다. 


지금은 용머리해안과 화순항, 송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길은 이곳에서 산방산을 오르는 A코스와 황우치해변을 따라가는 C코스로 갈린다. C코스는 현재 탐방로 위쪽에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되어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산방산은 용머리해안과 함께 제주에서 오래된 화산지형으로 꼽힌다.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흐르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서 분화구가 없는 용암돔 형태로 굳었다. 산중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산방굴사가 유명하다. 


화산 토양인 제주도는 땅이 척박해 예부터 밭을 주로 경작했으며, 빗물이 고이지 못하고 스며들어 물이 무척 귀했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B코스를 따라 산방산 자락에 펼쳐진 사계포구와 굽이굽이 이어진 마을 안길을 걷는 동안 지질 환경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을 벗어나 사계포구부터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송악산이 나온다. 옥빛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마주 보는 송악산은 너른 분화구 안에 깊고 작은 화구를 품은 이중 화산체다. 용머리해안과 같은 응회환 형태지만, 해안 절벽 위로 둘레길이 조성돼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추천 코스는 온천이다. 산방산탄산온천은 국내에서 희귀한 탄산 온천으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신기하게도 온몸에 기포가 생긴다. 온종일 걷느라 쌓인 피로가 풀리며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산방산을 감상하며 노천탕을 즐겨도 좋다. 


제주도의 푸른 밤이 아쉽다면 포레스트판타지아(옛 제주조각공원)를 찾아보자. 숲속을 유영하는 범고래, 우아하게 빛나는 백조와 반짝이는 순록이 뛰어노는 환상적인 밤 풍경이 펼쳐진다. 산방산탄산온천 이용객은 3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산방산 인근에 자리한 제주추사관도 가볼 만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1840년 윤상도 옥사 사건에 연루돼 제주에서 약 9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선생은 이곳에서 일생의 역작인 추사체를 완성했으며, ‘김정희필 세한도’(국보 180호)를 그렸다. 제주추사관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선생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희 9년간 유배

최근 문을 연 제주신화월드는 테마파크와 쇼핑, 다이닝, 숙박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곳곳에 인기 캐릭터 라바가 숨어 있는 다양한 어트랙션, 지드래곤이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한 ‘GD카페’, 한류 콘텐츠 공간 ‘YG리퍼블릭’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송악산 둘레길→산방산탄산온천→포레스트판타지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송악산 둘레길→산방산탄산온천→포레스트판타지아 
[둘째 날] 제주추사관→제주신화월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제주도세계지질공원 http://geopark.jeju.go.kr
- 제주지오 http://jejugeopark.com  
- 산방산탄산온천 www.tansanhot.com 
- 포레스트판타지아 http://forestfantasia.com
- 제주추사관 www.jeju.go.kr/chusa/index.htm
- 제주신화월드 www.shinhwaworld.com  

문의 전화
-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28-2754
- 지질공원 탐방안내소(산방산·용머리해안) 064)760-6321
- 산방산탄산온천 064)792-8300
- 포레스트판타지아 1899-0536
- 제주추사관 064)710-6801
- 제주신화월드 1670-88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82번 급행버스 이용, 창천리 정류장 하차. 창천초등학교 정류장에서 202번 간선버스 환승, 산방산 정류장 하차. 용머리해안 주차장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공항로→신제주입구교차로에서 우회전→평화로→덕수2교차로에서 좌회전→화순서서로 약 890m 이동, 우회전→덕수동로 약 3.45km 이동, 좌회전→사계로114번길→산방로 약 50m 이동, 우회전→용머리해안 주차장   


숙박 정보
- 더머뭄: 안덕면 사계북로, 064)792-6006, http://thestay.kr
- 루시드엠: 안덕면 사계북로, 064)794-1690, www.lucidm.net
- 두빛나래리조트: 안덕면 사계북로, 064)792-0045, http://twobitnalae.com
- 썬앤문리조트: 안덕면 사계남로, 064)794-6633, https://jejusunandmoon.modoo.at
- 제주개구리펜션: 안덕면 사계로114번길, 010-9909-1407, www.froginjeju.com  

식당 정보
- 진미명가(다금바리회): 안덕면 사계남로, 064)794-3639
- 토끼트멍(낙지볶음): 안덕면 사계남로, 064)794-7640, https://rabit123.modoo.at
- 산방산국수명가(고기국수·성게국수): 안덕면 사계남로216번길, 064)792-6789, http://yongmeori.co.kr
- 소봉식당(치킨남반정식·비프스튜정식): 안덕면 사계로, 070-8147-1418, https://blog.naver.com/jeju_sobong
- 춘심이네 본점(통갈치구이): 안덕면 창천중앙로24번길, 064)794-4010, http://choonsim.co.kr

축제·행사 정보
- 가파도청보리축제: 2018년 4월10일~5월10일, 가파도 일원, 064)794-7130(가파리사무소), http://70ni.seogwipo.go.kr
-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 2018년 4월28~29일, 남원읍 한남리 산76-7, 064)760-4182(남원읍축제위원회), www.jejugosari.net 

주변 볼거리
군산오름, 노리매공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오설록티뮤지엄,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 환상숲곶자왈공원, 차귀도, 알뜨르비행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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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