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구의역 사고가 뭐?” SH공사 회의록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5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수리공이 전동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흔한 지하철역 중 하나였던 사고 현장은 비정규직의 적나라한 작업 실태를 온 세상에 알렸다. 총체적 관리 부실이 앗아간 목숨에 자녀세대는 동질감을, 부모세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죽음을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으로 치부했다. SH공사 본부장급 내부회의서 나온 발언이다.

때론 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 전체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런 죽음의 이면에는 사회의 망가진 부분이 있다. 사회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죽지 않았을 목숨이라는 뜻이다. 2016년 5월 지하철 2호선서 일어난 사망 사고 피해자도 그중 하나였다. 10대 비정규직 수리공은 부실한 작업환경의 희생양이 됐다.

10대 직원 죽음
작업 환경 민낯

2016년 5월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5시57분 직장인들의 퇴근 러시가 한창이던 때였다. 9-4 승강장서 작업 중이던 19세 김모군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김군은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협력업체인 은성PSD 소속 비정규직 수리공이었다.

이날 사고에 전 국민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김군의 가방서 밥 대신 먹으려던 컵라면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사고 현장인 9-4 승강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었고 사고 다음날이던 김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두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20∼30대 젊은 세대는 ‘누구나 김군과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데 동질감을 느끼고 분노했다. 자녀를 일터에 보내고 마음 졸이던 부모세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김군의 상황에 가슴 아파했다. 실제 추모 현장에는 음식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군의 모친은 장례식장을 찾은 시민들을 향해 절을 올리며 “우리 아이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 먹지도 못 하고 뛰어다니다 자기가 안전하지 않은 줄은 몰랐다”며 “엄마 대신에 과자, 즉석밥에 생일 케이크까지 갖다 주신 은혜,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6년 10대 수리공 사망
전 국민 깊은 슬픔 잠겨

스크린도어 수리 중 발생한 사망 사고는 구의역서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서 같은 이유로 수리공 두 사람이 죽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이 나왔지만 결국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과정서 구의역 사고가 개인의 과실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시민들은 10대 수리공의 죽음이 헛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전임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SH공사 사장을 맡고 있던 변창흠 전 사장은 김군의 죽음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2016년 6월30일, 구의역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는 변 전 사장, 건설안전사업본부장, 하자관리부장 등이 참석했다. 

변 전 사장은 이날 회의 도중 구의역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잖아요”라며 “마치 (박원순)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추모 열기
음식 놓아두기도

이어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날아간 셈”이라며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구의역 사고가 김군 개인 과실로 일어났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SH공사서 본부장 회의가 있던 6월말 경에는 구의역 사고의 배경이 개인보다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나던 시기다.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 조항 때문에 김군은 사고 당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당시 김군은 구의역 외에도 을지로4가역의 고장 신고도 처리해야 했다. 

구의역서 을지로4가까지는 9개 구간, 시간상으로 18∼20분가량이 걸린다.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가 오후 5시20분에 접수됐으니 김군은 6시20분까지 구의역 수리를 마치고 그곳에 가야 했다.

과중한 업무부담은 2인1조의 근무수칙을 유명무실로 만들었다. 서울메트로는 은성PSD가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가 허위로 꾸며 왔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와 해당 역 측에서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연이어 반복된 사고에도 안일한 인식을 고수하던 서울메트로의 행태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일 김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나흘 만인 5월31일 유족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했다.

개인 책임 말했던
서울메트로 뭇매

당시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은 사과문을 통해 “사고 당일 경황이 없는 상황서 직원들의 진술만을 가지고 그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가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정을 총괄하는 박원순 시장의 행보 역시 도마에 올랐다. 박 시장은 사고 발생 3일 만에야 사고 현장을 찾아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고 발생 다음날인 5월29일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 경기의 시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으로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SH공사 측은 변 전 사장이 지난해 11월 퇴임한 전임 사장임에도 적극 비호했다. SH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안전을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마지막 부분이 변 전 사장이 하려던 말의 요지”라고 말했다.

당시 변 전 사장은 문제의 발언 말미에 “하여튼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연습도 해보고 체크도 해보고 해서 조금의 실수 이런 게 없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현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질책 받을 수 있지만 변 전 사장은 임기가 끝난 지 한참 된 분”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2년 전 내부 회의록을 밖으로 유출하고 이슈화하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변 전 사장은 회의 때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변 전 사장은 지난 1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제 기억으로는 구의역 사고가 난 뒤 언론을 통해 (서울메트로가)엄청나게 비판을 받았다”며 “우리(SH공사)도 공사 현장이 40군데가 넘고 임대주택을 20만채 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잘못이 있어도 누구 잘못인가는 무관하게 관리 기관으로서 엄청나게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서(구의역 사고를) 언급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누구한테든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면서도 “공기업에선 누구의 잘못과 무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지난해 5월28일 사고 1주기에는 정치권서 일제히 추모 논평이 나왔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사고 1주기 당시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안전 당부하면서
경각심 차원 주장

그 사이 구의역 사고 2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스템 손질과 구조 혁신에 대한 목소리는 현저히 작아졌다. 구의역 사고 1주기 추모제에도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구의역 사고는)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태면 제2, 제3의 구의역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자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 누구? ‘박원순 시장 최측근’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은 1996년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으로 3년간 재직했다. SH공사 출범 이후 공사 출신 첫 번째 사장으로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사장을 논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을 빼놓긴 어렵다. 그는 2011년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 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서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고, 2014년 선거 당시에도 정책 라인을 담당했다.

변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내부에선 SH노조가 변 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서 제기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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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