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9)승전보고

태평송을 바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중상과 상영이 물러나자 의자왕이 은고와 침실로 이동했다. 물론 궁녀들에게 조촐하게 주안상을 준비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막상 단둘이 자리하자 은고가 몸은 물론 시선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리 오거라.”

의자왕이 양팔을 벌려 품으로 들어올 것을 주문했다. 순간 은고가 고개 숙였다.

“이리 오라하지 않느냐!”


의자왕의 말투가 완고해지자 은고가 마지못해 간다는 듯 천천히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가 약 두 뼘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자 의자왕이 먹이를 낚아채듯 은고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은고를 취하다

“전……하.”

은고를 끌어당긴 의자왕이 코를 은고의 머리카락에 밀착시켰다가는 약간의 사이를 두고 세밀하게 주시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전신을 훑어보던 의자왕의 시선이 은고의 가슴골에서 잠시 멈추었다.

“부끄럽사옵니다.”

“부끄럽다니, 그러면 자네는 짐을 희롱한 게냐?”


“소녀가 어찌 감히 전하를. 전하, 소녀를 너무 놀리시옵니다. 소녀, 전하께서 죽으라면 죽을 것이옵니다.”

“자네가 죽다니. 그러면 아까 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어떤…….”

“처음에는 양이 승하나 마지막에는 음에게 패한다 하지 않았느냐?”

은고가 무슨 말인지 헤아린다는 듯 의자왕을 주시했다가는 고개를 한쪽으로 슬그머니 내렸다. 순간 궁녀 둘이 주안상과 술을 들여왔다.

“오늘 자네와 날이 새도록 음양의 오묘한 진리를 터득할 일이로다.”

궁녀들이 물러가자 의자왕이 은고를 안아들고 상 앞에 자리했다.

김유신의 신라군이 도살성에서 은상이 이끄는 백제군을 대파하자 그 사실을 당나라에 보고하기 위해 김춘추의 요구에 따라 그의 아들 법민(후일 문무왕)을 사절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법민이 당나라로 길을 떠나기에 앞서 춘추가 진덕여왕을 알현했다. 그 자리에서 당의 사절로 가는 법민이 바칠 조공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춘추는 아들을 위해 색다른 요구를 했다.

조공품 외에 새로이 보위를 이은 당의 황제 폐하에게 신라의 충성심을 보여주기를 원하였고, 진덕여왕이 직접 시를 지어 수를 놓아 함께 보내자 제안했다.

춘추의 간곡한 제안을 진덕여왕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여러 날에 걸쳐 비단에 수를 놓아 법민의 손에 들려 당고종에게 보내기로 했다.

太平頌(태평송)


大唐開洪業(대당개홍업) 대당이 큰 왕업 열었으니

巍巍皇猷昌(외외황유창) 높고 높은 황제 도리 창성하네

止戈戎衣定(지과융의정) 친정 통해 천하를 평정하고

修文繼百王(수문계백왕) 문치 다듬어 백왕을 계승하네

統天崇雨施(통천숭우시) 하늘 본받으니 대자연 순조롭고

理物體含章(이물체함장) 만물 다스리니 지덕이 빛나네


深仁諧日月(심인해일월) 깊은 인자함은 해, 달과 화하고

撫運邁時康(무운매시강) 천운에 따라 치세에 힘쓰네

幡旗何赫赫(번기하혁혁) 번기는 뚜렷하게 빛나는데

鉦鼓何鍠鍠(정고하굉굉) 정고는 어찌 그리 웅장한가

外夷違命者(외이위명자) 명령 어긴 외방 오랑캐들

剪覆被天殃(전복피천앙) 잘리고 엎어져 천벌 받으리

淳風凝幽顯(순풍응유현) 순후한 풍속 그윽히 나타나듯

遐邇競呈祥(하이경정상) 곳곳에서 상서 드러내네

四時和玉燭(사시화옥촉) 사 계절은 옥촉처럼 조화롭고

七曜巡萬方(칠요순만방) 칠요는 만방을 순회하네

維嶽降輔宰(유악강보재) 산악 정기 보필한 재상 내리고

惟帝用忠良(유제용충량) 황제는 충신에게 일 맡기네

五三成一德(오삼성일덕) 삼황오제의 덕 하나로 이뤄지니

昭我唐家皇(소아당가황) 우리 당나라 황제 빛내주리다 

 

洪業(홍업) : 나라를 세우는 큰 사업

巍巍(외외) : 뛰어나게 높고 우뚝 솟은 모양

猷(유) : 꾀, 법칙, 도리  

止戈(지과) : 전쟁을 멈춤

戎衣(융의) : 군복 (戎 : 병장기)

雨施(우시) : 대자연

含章(함장) : 땅의 덕

幡旗(번기) : 보살의 위덕을 나타내고 도량을 장엄하기 위해 거는 깃발

鉦鼓(정고) : 징과 북. 징은 전투 중지의 신호이며 북은 진군의 신호

七曜(칠요) : 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五三(오삼) : 오제(五帝)와 삼황(三皇)

당나라에 승전보 전하기 위해 법민을 사절로
법민에 황제의 교육을 담당하는 관직 맡기다

법민이 당의 장안성에 들자 광록시에서 방문 사유를 전해 듣고 새로 보위에 앉은 고종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접한 고종이 시큰둥하게 반응을 보이나 조공품에 더불어 진덕여왕이 손수 수를 놓아 지은 시를 바친다는 첨언에 마지못해 법민을 알현했다.

법민이 태평송을 전하자 그를 읽어 내려가는 고종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짐이 익히 선황제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신라는 진실로 충성스럽구려. 그런 의미에서 짐이 공에게 보답하고자 하오.”

법민이 급히 고개 숙였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짐이 그대에게 태부경(太府卿, 황제의 교육을 담당하는 관직)을 맡기려 하오.”

“황제 폐하, 신에게 너무나 과한 직책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경은 짐의 진심을 겸허히 받아들이시오. 겸손도 지나치면 못쓰는 법이라 하였소.”

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가지런히 하고 고종에게 큰 절로 예의를 표했다. 

“금번 백제와의 전투에서 조그마한 승리를 거둔 일도 모두 황제 폐하의 황은에 따른 소치이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여주가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간곡하게 전해 달라 하였습니다.”

“고마운 일이오. 짐은 여하한 경우든 결코 신라를 저버리지 않을 일이오.”

고종의 표정이 흡족하게 변해갔다.

“황제 폐하, 저희 폐국에서 청이 있사옵니다.”

“말해보시오.”

“저희 폐국도 상국인 당나라의 연호를 쓸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연호라.”

시를 바치다

고종이 연호를 되뇌며 옆에 있는 신하를 주시했다.

“황제 폐하, 지금 신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고 있사옵니다.”

“독자적인 연호라니. 그러면 지금까지 당의 연호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오?”

고종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높이자 법민이 당황하여 이마를 바닥에 마주쳤다.

“황제 폐하,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동안 폐국이 어리석어 상국의 연호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번에는 반드시 상국의 연호를 사용할 수 있는 황은을 받고자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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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